드뷔시 / 어린이 차지 Children's Corner 음악에 부쳐 2/드뷔시2014. 5. 26. 10:44
Children's Corner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어린이 차지>의 여섯 곡은 프로그램에 의해 서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아이가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재미있게 노는 동선을 따라 관찰자의 1인칭적 시선이 차례로 옮겨가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또한 제목에 제시된 ‘Corner’란 단어가 의미하듯, 이 <어린이 차지>는 어린이의 행동과 모습 그 자체가 아니라 어린이가 속해 있는 영역과 공간에 대한 전체의 인상을 옮긴 만큼 음악의 메시지가 직설적이라기보다는 은유적이다. 그러한 만큼 이 작품에 담긴 작곡가의 독창적인 정서와 고유의 음향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고도의 연주력과 남다른 감수성이 필요하다.
1곡: 그라두스 애드 파르나수스 박사
첫 곡은 클레멘티의 교본을 희화적으로 모방한 ‘그라두스 애드 파르나수스 박사’(Doctor Grandus ed Parnassum)이다. 이 작품은 전부 온음계로 빠른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음표들의 행진과 환상적인 멜로디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단조롭고 지겨운 클레멘티 연습곡에 대한 어린이다운 반발을 풍자한 것이기도 하다.
2곡: 짐보의 자장가
첫 곡에 이어서 어린이가 방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묘사한 두 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두 번째 곡은 ‘짐보의 자장가’(Jimbo’s Lulaby). 짐보는 슈슈가 가지고 놀던 코끼리 인형으로 둔중하지만 섬세한 음향이 나지막하게 깔린다.
3곡: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
세 번째 곡은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for the Doll)로 5음계의 주제가 무곡적인 리듬감을 통해 불연속적인 진행으로 펼쳐진다. 인형과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4곡: 눈은 춤춘다
이제 아이의 무대는 실외로 옮겨진다. 네 번째 곡인 ‘눈은 춤춘다’(The Snow is Dancing)는 오스티나토(ostinato)로 구성된 장면으로 페달링을 통한 자욱한 음향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리는 야외의 풍경을 묘사한다. 아이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오른손 멜로디와 스타카토 연타를 통해 간간이 등장한다.
5곡: 작은 양치기
다섯 번째 곡은 '작은 양치기(The Little Shepherd)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나 플루트를 위한 <시링크스>를 상기시키는 전원풍의 작품이다. 최소한의 음표로 아이가 속해 있는 자연의 목가적인 분위기를 음악으로 환원시킨 이 장면에는 드뷔시의 음악적 기법이 고도로 응축되어 있다.
6곡: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
마지막 여섯 번째 곡은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Golliwogg's Cakewalk)로, 드뷔시가 처음으로 재즈적인 이디엄(idiom)을 사용한 작품이다. 흑인 어릿광대의 그로테스크한 발걸음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케이크워크란 미국 남부 흑인들로부터 비롯되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래그타임(ragtime)의 일종으로 으쓱거리는 걸음걸이가 특징이다.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모티브를 의도적으로 희화화하여 인용한 부분이 중간에 등장하기도 한다.
'음악에 부쳐 2 > 드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뷔시 / 스케치북에서 D'un cahier d'esquisses (0) | 2014.05.26 |
---|---|
드뷔시 / 판화 Estampes (0) | 2014.05.26 |
드뷔시 / 시링크스 Syrinx L.129 (0) | 2014.05.26 |
드뷔시 / 축복받은 부인 La Damoiselle élue L.62 (0) | 2014.05.26 |
드뷔시 /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0) | 201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