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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bert / 4 Impromptus D. 935, Op.142

Maria João Pires

 

 

 

 

No. 1 in F minor, Allegro moderato
 No. 2 in A-flat major, Allegretto
 No. 3 in B-flat major, Andante & variations
 No. 4 in F minor, Allegro scherzando

 

 

 

 

 


Alfred Brendel


프란츠 슈베르트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품 Miniature’이 아닐까 싶다. 이는 슈베르트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약점인 동시에, 역사적인 업적으로 평가할 만한 그 만의 장점이기도 했다. 후대 사람들은 당시 작곡가들 및 이전 작곡가들을 기억할 때 아무래도 짧은 ‘소품’보다는 길이가 긴 ‘대곡’ 위주로 연상하기 마련이다. 슈베르트 역시 대곡을 작곡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소품에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프란츠 리스트가 이에 대해 웅변적으로 역설한 바 있듯이, 그의 생전의 명성은 결코 그의 본질이 담긴 작품 위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출판된 슈베르트의 작품은 100여곡 정도로 그의 전작품의 10분의 1 수준 밖에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몇몇 위대한 걸작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춤곡과 행진곡과 같은 마이너한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당시 건반음악 작곡의 경향은 소나타와 같은 대곡 중심의 작곡 형태가 점점 쇠퇴할 무렵이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갯수를 비교해 보거나 이후 리스트와 슈만, 브람스, 쇼팽 등등의 피아노 소나타의 숫자를 세어보면 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후기에 접어들면서 슈베르트 또한 대곡을 작곡하기 위해 자신의 천재성에 채찍질을 가했지만, 역시 그의 음악의 중심은 음악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작곡한 작은 규모의 춤곡과 미뉴엣, 왈츠, 렌틀러, 독일 춤곡, 갤럽 등이었다. 이것은 그가 사랑했던 가곡 형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소품에서 나타난 훌륭한 완성도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적 감흥을 결합한 슈베르트만의 청초한 매력이야말로 19세기 건반악기 작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선구자적 업적이라고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그 업적의 한 가운데에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여덟 곡의 [즉흥곡]이 오롯이 서 있다.

 

즉흥곡이라는 용어는 슈베르트가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182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의 빈에 이미 등장해 있었다. 빈의 음악적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런 류의 작은 3부 형식으로 된 피아노의 기원은 체코인들에게서 발견된다. 요셉 예리넥(Josef Jelinek)이 빈에서 화려한 기교로 피아노 변주곡의 마술을 갈고 닦고 있을 때, 그보다 젊은 역시 체코의 바츨라프 얀 토마세크(Tomáŝek)은 당시에 유행하고 있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것에 실증을 느끼고 가벼운 양식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인 얀 바츨라프 보리세크(Vořĺśek)은 1814년 프라하를 떠나 빈으로 오면서 이 ‘즉흥곡’이라는 양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빈 음악애호가 협회에서 지휘를 맡았던 보리체크와 슈베르트는 비슷한 집단에서 활동했고 틀림없이 서로 알고 지냈을 확률이 높다. 보리세크의 [즉흥곡 Op.7](1822년)은 음악적 소재의 측면에서는 아닐지라도 그 시적 고취감과 음악적 구조의 측면에서 슈베르트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곡가의 시적 감흥과 낭만적인 상상력을 음악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낸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의 그 진솔함은 슈베르트의 위대한 독창성의 발로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1828년 2월 쇼트 출판사에 보내진 두 번째 [즉흥곡집 D.935]는 출판이 늦어져 1839년에야 이루어졌고, 출판업자인 디아벨리가 프란츠 리스트에게 바치는 헌정본의 형식으로 Op.142의 작품번호를 달고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에 슈베르트는 “이 곡들은 각각 따로 출판되어도 좋고, 하나로 묶어서 출판되어도 좋습니다”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이렇듯 각 작품의 내용은 훨씬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전체의 내적 통일성 또한 한층 높아졌다. 그러한 만큼 로베르트 슈만은 이 작품에 대해 “즉흥곡으로 위장한 네 악장의 소나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첫 F단조는 비장한 첫 부분과 폭풍우 같은 마지막 부분, 잔잔하면서도 완만한 중간 부분의 간결한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2번 A플랫 장조는 [음악의 순간]의 마지막 곡과 그 모양과 조성이 닮아있는 아름다운 곡이고, 3번 B플랫 장조는 유일한 변주곡 형식이다. 주제는 자신이 작곡한 부수음악 [로자문데]에서 차용한 주제이고 이어 다섯 개의 변주가 화사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4번은 헝가리적 취향이 깔려있는 작품으로서 강렬한 엇박자의 액센트가 마자르적인 역동성과 분위기를 풍겨낸다. 특히 마지막에서 펼쳐지는 건반의 맨 끝에서 맨 끝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폭포와도 같은 아르페지오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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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