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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장마가 걷힌 서울의 하늘...
푸른 쪽빛 바다가 저런 빛깔일까요?
어릴 적 크레파스로 그린 하늘과 똑같습니다.

점점이 떠있는 구름 사이를 경쾌하게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집니다.
끌로드 모네도 저런 하늘을 보며 그림을 그렸겠지요?

 

 


The Regatta at Argenteuil, 1872 / Monet 

 


 

병원에 다녀오는 길, 꽉 막힌 도로 한 가운데... 차가 멈춰 설 때 마다
여기 저기에서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가 귀에 따갑습니다.

도어 포켓에서 CD 한 장을 꺼내 카오디오에 로딩시킵니다.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 5번 1악장..
음악의 울림이 내 가슴과 차안을 쿵쿵 거리며 가득 메웁니다.

아름다운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는 너무도 다른 느낌이 듭니다.
클랙슨 소리를 갓난 아가의 목소리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말도 안되는 얘기??? ㅎㅎ 그렇다면 모짜르트의 선율로라도...

수많은 차들 사이에 마냥 끼어있자니 괴롭습니다.
먼 하늘을 쳐다봅니다. 갑갑한 기분이 조금 누그러집니다.
저렇게 예쁜 색깔을 지닌 하늘에 음악이 울려 퍼진다면?
이토록 고역스럽진 않을텐데...

하늘과 구름, 꽃과 나무 그리고 물과 바람...
그들이 빚어내는 수많은 사운드...
모짜르트도 분명 그 속에서 아름다운 악상을 발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문득 피아니스트 부조니의 말이 떠오릅니다.

 

 


 

모짜르트는 음악 천재 중 가장 완벽한 사람이다.
그는 빛과 그림자를 조율하며 정열적이고 또한 우주적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결코 지나침이 없는 모짜르트.
그는 소년처럼 순수하고 노인처럼 현명하다.
인간적인 그의 미소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비치고 있으며
우리를 맑게 정화시키고 있다.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 그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자신의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던
그의 말에 여러분은 동의하시는지...

모짜르트의 음악은 마치 수정과도 같아서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빛은
얼룩진 이 세상을 고운 빛깔로 탈바꿈 시켜줍니다.

천상의 노래 같은 그의 해맑은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푸른 하늘에 예쁜 그림을 그려보기로 합니다.

 

 



우선 저 하늘 위에 걸려있는 풍경은 높은 음자리표로 여기고

구름과 구름 사이를 오선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 4분 음표, 8분 음표, 16분 음표 etc...
박자를 맞추려면 쉼표도 몇 개 그려놓고... 도돌이표도 넣어볼까요?

음악기호는 누가 만들었는지 그 형상이 참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자~ 이제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가 하늘에 새겨졌으니.
카오디오의 볼륨 스위치를 12시 방향까지 올려야겠습니다.

아르투르 그뤼미오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는
음표 하나 하나마다 배어있는 시적이면서도 힘있는 뉘앙스가 일품입니다.

빠방~~~ 클랙슨 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정성껏 하늘에 그려 넣은 악보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음악에 도취했던 아름다운 순간마저 함께 사라졌습니다.

아쉽다~



현대건축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루이스 칸(1901-1974)
그는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하여 건축사에 빛나는 명품을 만들어 낸 건축가이지요.
칸은 학과장으로 봉직했던 필라델피아 대학 건축학 강의에서
모짜르트의 음악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 바 있습니다.

 

 

 

 

 

Mozart's compositions are designs
- They are exercises of order—intuitive
- Design encourages more designs
- Designs derive their imagery from order
- Imagery is the memory—the Form
- Style is an adopted order


이것을 다시 번역하면...

모짜르트의 작법은 디자인이다.
- 그것은 직관에 의한 질서의 운동이다.
- 디자인은 디자인을 더욱 고양시킨다.
- 디자인은 질서로부터 그것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 심상은 형태로 기억되어진다.
- 스타일은 채택된 질서이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건축학적으로 바라본 그의 시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또한 그는 도시를 하나의 선(線,line)으로 생각했습니다.

도시 가로가 만들어내는 격자,
자동차 흐름이 만들어 내는 유동적인 선,
도시 하부에 구축되어 있는 인프라 스트럭쳐 (하수,가스관로).
그 모두가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요.

 

고전주의에 입각한 그의 건축물들을 보면 지휘자를 중심으로 둘러서 있는 64인조 오케스트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따지고 보면 음악도 모두 선 위를 달립니다. 다섯 줄의 오선 말입니다.
물론 그것은 무형의 음악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하늘 위에 그려놓은 오선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가리켜 흔히들 '천상의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구 상에 몇 안되는 음악의 천재가 아니라
헤르메스를 대신하여 천국에서 내려온 음악의 전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그 짧은 세월동안 어찌 다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모짜르트는 신이 내린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서른 다섯해의 짧은 생애를 살다가 이제는 세인들의 기억에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음악의 신동 모짜르트의 생애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인생은 진지하게, 예술은 경쾌하게...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영롱함 속에서도 애수에 찬 生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신은 모짜르트라는 위대한 음악가를 만들어 냈지만
그를 비참하게 죽게 만든 뒤 음악사에 다시 부활시켜 놓았습니다.
신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극적이지 않은가요.

어느덧 벌써 7월의 마지막 주가 다가옵니다.
모짜르트가 그려낸 바이올린 현주곡의 티없이 맑은 선율이
여름 밤하늘의 샛.별.처.럼 ~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모두들 편한 밤 되십시오.

 

 

 



Violin, Arthur Grumiaux
London Symphony Orchestra, Colin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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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