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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19. 22:06

반짝 햇살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8. 19. 22:06

 

 

보통 우리는 사랑 받기를 원하고 사랑을 주는 일에는 인색합니다. 어쩌면 겁쟁이여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주다가 버림 받았을 때의 아픔이 싫어서 자신 보다는 상대편이 더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한 사람에 대해 순수한 마음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건낼 때 비로써 행복해 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야 말로 사랑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설사 그 사람의 화난 얼굴이 떠오른다 해도 말입니다. 지리한 장마 끝에 "반짝 햇살"이 반갑듯, 이기적인 내 마음에 그를 향한 순수한 마음이 발견될 때 스스로 흐믓할 때가 있습니다. 비록 그 마음이 반짝 햇살과 같은 것 일지라도... 지금은 밝은 햇살이 비취지만 대신에 오늘 많이 더울거라는 기상캐스터의 말에 벌써 지치네요.

 

 

 

 

 

 

▒ 진정한 이기심

 

 

우린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일에 지칠 때가 많습니다. 사람에 지치고 환경에 지치고 날씨에 지치고.. 그러나 제일 심각한 것은 자신에게 지치는 겁니다. 우린 보통 "이기적"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이기적』이란 뜻이 뭐냐? 사전을 펼쳐놓고 물어봤습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것" 이라고 대답하는군요. 그런데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우린 진짜 이기적인가요? 정말 자신에게 이기적인 부분이 있다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을 열심히 꾀해야겠지요. 이를테면, 술과 담배를 꾾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마음도 가져보려고 애를 쓰고.. 무엇보다도 좋은 말을 많이 해야할 겁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자신의 말을 가장 먼저 듣는 것은 자신의 귀이거든요. 그러니 좋은 말을하는 것 만큼 이기적인 것이 어디있을까요.

 

글을 올리면서 문득 우리나라의 대중가수 한 사람이 생각납니다. "마야"라고 하는 여가수이지요. 몇 년전 운전 중에 우연히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를 외치다』란 제목의 노래입니다. 이런 가사입니다.

 



새벽이 오는 소리 눈을 비비고 일어나
곁에 잠든 너의 얼굴 보면서
힘을 내야지 절대 쓰러질 순 없어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꿈도 꾸었었지 뜨거웠던 가슴으로
하지만 시간이 나를 버린 걸까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은
아직도 이렇게 뛰는데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뒤쳐지면 안된다는 말 대신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나를 외치다 / 마야
 

 

어떤가요? 마지막 후렴 부분에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뭔가 속에서 부터 뜨거운 것이 솟아나오는 느낌이 안드나요. 스스로에게 마이 웨이를 외치는 것 만큼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이기적인 것은 없으리라 여깁니다. 의미있는 시가 하나있습니다.

 

 

 

 

 

똥개 옆을 지나가며 / 김현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언제 갑자기 내게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기에

이 세상에 없는 존재인 듯
한 발, 한 발 숨조차 멈추고
조심히 걸어갑니다

문득,
똥개 옆을 지나가다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의 말 한마디에 상처 받은 이가 없었는지
나의 행동 하나에 실망했던 이는 없었는지
자꾸만 뒤돌아 보는






내 자세에 대한,

지난 날의
깊은 반성

 

 

 

 

 

 

가끔 길을 가다보면 똥개 한마리가 열심히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을 볼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마다 저 놈이 대체 어딜가는가..나도 무턱대고 좇아가보고 싶단 충동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걸어 왔을까요? 너무 지쳐보이는 녀석. 저 작은 몸뚱이 하나 푹 쉴만한 그런 곳은 있을지... 그러나 얽히고 섥힌 저 전봇대의 전깃줄처럼, 인간의 마음은 더위에 지친 저 조그만 녀석에게 관심을 갖기엔 너무 얽혀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어설픈 관심에 저 녀석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신경끄셔. 난 내 길을 가고있어"

 

 

▒ 암흑에서 광명으로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열악한 환경 가운데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모든 인생의 황금률이 있지요. "가라. 가지않고 갈 수는 없다" 절망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음악에의 자기 길을 갔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베토벤입니다. 음악을 전공한 조부와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였지만 음악인에겐 치명적인 청각을 상실한 베토벤. 얼마나 절망했을까.. 우리같은 사람들은 상상이 잘 안 갈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의 길을 가고있다"고 외쳤던 베토벤입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그의 걸작 『운명』은 그의 인생을 아주 잘 표현한 교향곡이라 생각됩니다.

 

그의 교향곡 5번『운명』에 대해서 베토벤은 그의 제자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 "운명".. 참 극적인 제목이죠. 이 제목이 곡의 인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1악장에서 '따다다 단 따다다 단'하면서 시작되는 힘찬 관현악음은 마치 운명의 사신이 그의 비통한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감성적 표현이기도 하지요.

 

【암흑에서 광명으로】이 말은 베토벤의 평생의 신조였다고 합니다. 귓병을 앓으면서 아무 것도 안 들리니 얼마나 암흑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벅뚜벅 자기의 길을 걸어갔던 베토벤. 그 발걸음 속에서 나온 곡이 "운명"이라고 난 말하고 싶습니다. 굳이 "운명"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 곡을 조용히 듣고 있노라면, 높고 두꺼운 운명의 벽을 하나하나 넘어서 가시밭길을 돌진하는 베토벤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2악장에서는 서정적으로 시작되는 음률에 엎치락 뒷치락,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는 베토벤이 연상됩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같은 3악장을 지나 4악장에 대해서 어떤 이는 말하기를 "승리의 악장"이라고 하더군요. 과연 그렇습니다. 한 때는 자살까지 결심했던 베토벤이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에게 이런 훌륭한 악장을 듣게해주니 그는 자기 길을 멋지게 완주하여 승리를 엮어낸 위대한 인생의 선조아닙니까.

 

똥개도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는데.. 김현태시인의 말처럼 깊은 반성을 하게되는군요. "나의 길을 가고있다"고 스스로 외치면서 나도 승리의 악장을 그려보는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반짝 햇살'이라고 투덜거리지 말고.

 

우리가 잘 아는 1악장 보다는 제가 즐겨듣는 2악장을 틀어놓았습니다.

 

 

 

 
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Carlos Kleiber
I. Allegro con brio      
 

II. Adagio con moto       
    

III. Allegro          
                 

IV.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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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