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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bert / 4 Impromptus D. 899, Op.90

Murray Perahia

  

  

No. 1 in C minor (Allegro molto moderato)
No. 2 in E-flat major (Allegro) - begins
10:22
No. 3 in G-flat major (Andante) - 15:05
No. 4 in A-flat major (Allegretto) - 21:12

 

 

 


Maria João Pires


프란츠 슈베르트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품 Miniature’이 아닐까 싶다. 이는 슈베르트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약점인 동시에, 역사적인 업적으로 평가할 만한 그 만의 장점이기도 했다. 후대 사람들은 당시 작곡가들 및 이전 작곡가들을 기억할 때 아무래도 짧은 ‘소품’보다는 길이가 긴 ‘대곡’ 위주로 연상하기 마련이다. 슈베르트 역시 대곡을 작곡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소품에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프란츠 리스트가 이에 대해 웅변적으로 역설한 바 있듯이, 그의 생전의 명성은 결코 그의 본질이 담긴 작품 위에 쌓아올린 것이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출판된 슈베르트의 작품은 100여곡 정도로 그의 전작품의 10분의 1 수준 밖에 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몇몇 위대한 걸작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춤곡과 행진곡과 같은 마이너한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당시 건반음악 작곡의 경향은 소나타와 같은 대곡 중심의 작곡 형태가 점점 쇠퇴할 무렵이었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갯수를 비교해 보거나 이후 리스트와 슈만, 브람스, 쇼팽 등등의 피아노 소나타의 숫자를 세어보면 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후기에 접어들면서 슈베르트 또한 대곡을 작곡하기 위해 자신의 천재성에 채찍질을 가했지만, 역시 그의 음악의 중심은 음악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추어 작곡한 작은 규모의 춤곡과 미뉴엣, 왈츠, 렌틀러, 독일 춤곡, 갤럽 등이었다. 이것은 그가 사랑했던 가곡 형식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소품에서 나타난 훌륭한 완성도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적 감흥을 결합한 슈베르트만의 청초한 매력이야말로 19세기 건반악기 작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선구자적 업적이라고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그 업적의 한 가운데에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여덟 곡의 [즉흥곡]이 오롯이 서 있다.

 

즉흥곡이라는 용어는 슈베르트가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182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의 빈에 이미 등장해 있었다. 빈의 음악적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런 류의 작은 3부 형식으로 된 피아노의 기원은 체코인들에게서 발견된다. 요셉 예리넥(Josef Jelinek)이 빈에서 화려한 기교로 피아노 변주곡의 마술을 갈고 닦고 있을 때, 그보다 젊은 역시 체코의 바츨라프 얀 토마세크(Tomáŝek)은 당시에 유행하고 있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것에 실증을 느끼고 가벼운 양식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인 얀 바츨라프 보리세크(Vořĺśek)은 1814년 프라하를 떠나 빈으로 오면서 이 ‘즉흥곡’이라는 양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빈 음악애호가 협회에서 지휘를 맡았던 보리체크와 슈베르트는 비슷한 집단에서 활동했고 틀림없이 서로 알고 지냈을 확률이 높다. 보리세크의 [즉흥곡 Op.7](1822년)은 음악적 소재의 측면에서는 아닐지라도 그 시적 고취감과 음악적 구조의 측면에서 슈베르트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곡가의 시적 감흥과 낭만적인 상상력을 음악 작품에 직접적으로 드러낸 내용적 측면에 있어서의 그 진솔함은 슈베르트의 위대한 독창성의 발로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저 숭고한 연가곡 [겨울여행 (겨울 나그네)]가 출판된 해인 1827년 12월 슈베르트의 첫 [즉흥곡 모음인 D.899]가 출판되었을 때, 여기에 즉흥곡이라는 제목을 처음으로 붙인 사람은 작곡가가 아닌 출판업자인 토비아스 하슬링거(Tobias Haslinger)다. 첫 곡은 소나타 형식이 아니면서도 슈베르트 소나타 악장 특유의 스타일을 자랑한다. 반주 없는 행진곡 리듬이 제시되고, 잔잔한 물결을 연상시키는 경과구가 물감이 번지듯 공간을 채색하며 이윽고 앞선 주제의 화려하고도 새로운 발전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다.

 

유명한 2번 E플랫 장조의 맨 앞과 맨 뒤는 E플랫 장조로서 마치 오른손을 위한 연습곡과 같이 유려한 테크닉과 기나긴 유니즌이 인상적이고, 가운데는 폭발력 높은 B단조로 대비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 복잡하면서도 사연이 많은 듯한 스토리를 거친 뒤 터져나오는 격정적이고도 자기파괴적인 마지막 코다까지의 서사적인 전개구조를 생각해 본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쇼팽 발라드에 대한 예견이라고도 말할 법하다. 3번은 조금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원래 플랫이 여섯 개가 붙은 G플랫 장조였지만 출판사는 이보다는 덜 부담스럽게 하기 위해 플랫이 하나인 F장조로 조바꿈을 한 채 출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몰이해적인 관행은 거의 100여 년 동안 이어졌지만, 이제는 원래대로 복원되어 이 서정성 충만한 작품의 진가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4번 A플랫 장조는 벚꽃이 떨어지는 듯 영롱한 하강 스케일의 반복이 펼쳐지는 작품으로서, 테크닉보다는 음색과 뉘앙스의 섬세한 조절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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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