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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 09:33

우리 집 옥상 청구동 시절/나의 가족들2014. 7. 2. 09:33

사진첩에서 발견한 빛바랜 사진 한 장..

아주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동네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옥상이 있는 2층집이었다.

우리집 옥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계단의 난간이 무척이나 높아서 올라가면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일단 옥상에 올라가면 갑자기 펼쳐지는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커다란 태양이 서쪽에서 붉고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어냈었고,

그 연장선에서 동쪽하늘로 이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색조의 변화, 그리고 그 끝에서 조금씩 보이는 반짝이는 별들.

 

멀리서 보이는 작은 건물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

상쾌한 공기를 한 아름 가슴에 담고, 어느 방향으로든지 크게 소리를 지르고 놀 수 있었던 곳.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작은 피아노소리가 들려왔었다.

저녁식사를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부엌에서 풍겨지는 맛있는 냄새.

아버지 손을 잡고 올랐었던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알았던 그곳..

 

어릴적, 잊지못할 저녁 풍경이 이젠 그 시야는 높다란 건물들에 막혀있고,

음악은 차소리에 묻혀 더 이상 느낄 수 없지만,

그때의 느낌을 담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

 

 

가끔씩 CD-PLAYER를 가지고 그 때의 옥상으로 올라가서 다시 한 번 그때의 느낌을

찾아본다. 그리고 이 음악이 그 느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Kevin Kern의 <Summerday dreams> 앨범의 5번째 수록곡 "Pan's Return"

 

제목이.. 피터팬과 저녁 풍경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느낌을 담고있다.

그 느낌이 다시 음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 듯 하다.

그리고 다시 옥상에 누워 오늘처럼 맑고 맑은 초여름 하늘을 우러르게 한다.

그 옥상에 사진 속의 어머니와 작은 누나가 있다.

피아노와 더불어 프렌치 호른이 함께 하는 저녁 풍경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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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