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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7. 22:00

좋은 사람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7. 27. 22:00

 

 

 

좋은 사람 /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조용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다 우연한 곳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날마다 만났던 것처럼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악수를 쉽게도 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우리들 마음은 늘 아침이다.

 

 

 

 

 

 

Atfer the ball / Charles Chaplin

(땡빚을 내서라도 꼭 사고싶은 그림이다)

 

 

 

어젠 정말이지 이런 저런 생각이 가득했던 하루였다.
아파트 앞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꽃나무에서 벌써 작은 새싹들이 열리는 모습을 보고
다가오는 봄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저게 언제 다 지어지려나...' 했던 건물이 어느새 내부공사를 하고 있는 걸 보고는
그 엄청난 속도에 '혹시 부실공사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생각을 하기도 하구,
꼽아 보니 그 건물이 공사를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더군.
1년 반 동안 그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을 매일 보았으면서도
어제는 마치 그 건물이 하루만에 다 지어진 것처럼 느껴진거다.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이렇게 낯설게만 느껴지고
매 순간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가슴 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서 인가보다.

알람 소리로 시작해서 알람을 맞추는 것으로 끝나는 하루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일, 배워야 할 것, 만나야 할 사람들,
겪어야 할 슬픔과 기쁨들, 결정을 내려야 할 여러가지 일들
이런 숱한 생각의 고리들이 가슴 속에 가득 들어차서
다른 생각들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거지.

모든 게 빠르게 변해가고 흘러가는 지금,
그렇기에 이런 나날을 보내는 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모습에 가슴 한 쪽이 아파 오는 건 왜일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건전지가 허락하는 시간까지
하루 종일 부산하게 움직이는 인형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색 빛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시인의 말처럼 좋은 사람들을 가슴에 담아 보는 건 어떨까.
힘든 일상과 그 생각의 고리들은 한쪽으로 포개어 두고
나에게 힘을 주고 나 또한 그 사람에게 힘이 되는,
그래서 가슴에 담고만 있어도 늘 내 마음을 아침이 되게 하는 그런 사람들

지친 일상에 그저 그 사람의 이름만 생각해도 미소와 함께 힘이 나게 하는 사람들
무채색의 삶에 무지갯빛 삶의 이야기를 전해 줄 그런 사람들이
나의 마음을 늘 유쾌한 하루로 이끌 수 있음을 믿는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귄트 제2모음곡중 4번째 곡. 오지않는 누군가를 기다릴때면 솔베이지 음율이 들린다. 뭐라 단정지어 말하면 그대로 굳어 버릴까 망설여 지는 그래서 더 애닮은 음율 ... 솔베이지
노르웨이 어느 산간마을에 가난한 농부 페르귄트가 살고 있었고 한 동네에 아름다운 소녀 솔베이지가 있었다. 둘은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가난한 농부였던 페르귄트는 돈을 벌기위해 외국으로 간다. 갖은 고생 끝에 돈을 모아 고국으로 돌아오다가 국경에서 산적을 만난다. 돈은 다 빼앗기고 고생 끝에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 오제는 이미 죽었다. 어머니가 살던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여니 어머니 대신 사랑하는 연인 솔베이지가 백발이 되어 다 늙어버린 노인 페르귄트를 맞는다.
병들고 지친 페르귄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는다. 꿈에도 그리던 연인 페르귄트를 안고 '솔베지의 노래'를 부르며...솔베이지 ... 그녀도 페르귄트를 따라간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나는 노르웨이 어느 오두막... 지는 노을 속에 앉아 있다. 또 하루가 가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오늘도 오지 않는 것일까. 바람만 문 밖을 서성인다. 무성한 바람소리만 분주한 오두막 창가로 세월이 지고 그 세월 속에 여전히 페르귄트를 기다리며 백발이 성성해진 솔베이지가 된다. 약해진 무릎으로 세월이 머리를 눕히고 가만 그 세월을 내려다 보는 눈은 고즈넉하다. 솔베이지가 된 나를 살아있게 하는 것은 기다림이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으면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에 갈증이 난다. 자꾸 창께로 눈을 돌리고 마음은 먼저 창가를 넘어 길없는 길을 걸어 간다. 기다림은 외로움이다. 기다림은 쓸쓸함이다. 기다림은 또 희망이다. 앉은 자리에 백발이 성성하더라도 끝끝내 기다리면 만나지리라.. 때론 애닮은 음율...솔베이지의 가락에 젖어 백발이 된 세월곁에서 함께 늙어 본다.

 

 

 

Solveig`s Song
 
The winter may pass and the spring disappear, 
and the spring disappear
the summer too will vanish and then the year,
and then the year
but this I know for certain,
that you’ll come vack again,
that you’ll come back again
and even as I promised,
you’ll find me walting then
yes, even as I promised,
you’ll find me walting then,
you’ll find me waiting then
 
Kanske vil der gå både Vinter og Vår,
og næste Sommer med, og det hele År,
men engang vil du komme, det ved jeg vist,
og jeg skal nok vente, for det lovte jeg sidst.
 
Gud styrke dig, hvor du i Verden går,
Gud glæde dig, hvis du for hans Fodskammel står.
Her skal jeg vente til du kommer igjen;
og venter du hist oppe, vi træffes der, min Ven! 

 

 

 

Anna Nestrebko, Solveig`s Song                                                    

Slovak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Libor Pes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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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