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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ussy / Prelude a l'apres-midi d'un faune

 London Symphony Orchestra / Valery Gergiev  

 

 

 

 

 

 

 

 


Boston Symphony Orchestra / Leonard Bernstein


London Symphony Orchestra / Claudio Abbado

 


덥고 나른한 여름날의 오후, 시칠리아 섬 해변의 우거진 숲의 그늘에서 졸고 있던 목신 판느(Faune , 머리와 상반신은 사람이고 그 아래는 염소를 닮았음)는 꿈처럼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나무 사이로 목욕을 하고 있는 요정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사이에, 목신은 저편에서 흔들리는 엷은 흰빛의 무엇인가에 감정의 불꽃을 태우며, 또 이전에 숲이나 샘터에서 보았던 요정을 상기하면서, 달려 나아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껴안는다. 일어나는 몽롱한 욕정에 빠지는 관능의 즐거움, 이윽고 환상의 요정은 사라지고, 망연한 권태가 상쾌하게 그의 마음을 감싼다. 목신은 또다시 오후의 고요함과 그윽한 풀내음 속에 다시 잠들어 버린다.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에 걸쳐 유럽 문화 속에는 세기말이라는 시대가 지닌 퇴페적이고 권태적인 분위기와, 당시 유럽 문화의 중심지인 파리가 안고 있는 독특한 정신이 어딘지 모르게 감돌고 있었다. 당시 파리는 오스망 남작의 도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철도망 확충과 만국박람회로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 중심 세력인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했다. 파리지앵은 이런 사회적 배경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탄생한 부르주아 계급이었고, 이들이 모이는 카페나 카바레가 새로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작곡가 드뷔시도 일생을 통하여 몽마르트 근처의 이색적인 카바레에 출입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음악가 뿐만아니라 화가와 시인, 문학가 같은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분을 맺으면서 새로운 예술의 발전에 대해 토론을 즐겼다. 그 중에서 상징파 시인인 스테판 말라르메 (Stephane Mallarme, 1842~1898)와의 만남은 그의 대표작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 드뷔시는 말라르메가 주재하는 '화요일 밤의 모임'에 음악가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하고 있었는데, 그 모임에서 말라르메가 발표한 장시 '목신의 오후'에 영감을 받아 그 시를 소재로 곡을 쓰게된다.

 

이 곡이 바로 미술계에서부터 각 방면으로 무섭게 파급되어 가는 '인상주의'를 음악에 도입한 최초의 곡인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다. 1892년, 30세의 드뷔시는 이곡을 쓰기 시작하여, 1894년 12월에 파리에서 초연을 가졌다. 이 곡을 접한 파리지앵들은 크게 흥분하여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자칫 독일 중심의 음악에 눌리기 쉬웠던 프랑스 음악계는 이 곡에 의해 새로운 힘과 서광을 얻게 되었다. 그 독특한 에로티시즘과 모호하게 떠오르는 정취는 매우 신선하고 대담했으며, 무엇 보다도 음악적 수법이 문제였다. 전통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당혹해 했지만, 역시 세계는 눈을 빛내며 이 새로운 문제작에 찬사를 보냈다.

 

드뷔시는 이 곡을 처음에는 전주곡 뿐만 아니라 낭독과 무용,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구상하여서 간주곡과 종곡도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주곡이 완성되었을 때 그 계획은 모두 취소되어 버린다. 연주 시간이 10분 남짓한 이 전주곡에서 이미 말라르메의 시의 세계가 모두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곡의 시작은 주요 주제가 플루트로 연주되고,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이것을 발전시키며, 하프가 가볍게 대응한다. 여름날에 가벼운 미풍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베일에 덮인 듯한 분위기로 플루트와 첼로가 그것을 연출한다. 멀리 메아리치는 호른의 울림에 하프가 조용히 화답하고 있다. 목신 포느의 꿈길일까? 작은 심벌이 잘게 새기는 타음이 리드미컬하게 울리며 폼페이의 옛 무곡을 본뜬 정취를 그리는데, 이윽고 제1주제가 약음기를 단 현악기에 의해 재현되며 꿈을 꾸듯 조용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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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