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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20. 17:18

교생선생님 청구동 시절/혜화동학창때2013. 4. 20. 17:18

 

 

인간의 최고 욕망은 "사랑 받고 싶음"이다.

왜 성공하려고 하는가? 사랑 받기 위함이다.

왜 성형 수술을 하는가? 사랑 받기 위함이다.

 

인간은 사랑 받을 때 제 기능을 다한다.

바람맞은 다음 날 화장을 하면 화장이 안 먹는다.

하지만 애인에게 지칠 정도로 사랑을 받은 다음날엔 이상하게 화장이 잘 먹는다.

이것이 사랑의 능력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친다.

 

<따름으로 사랑 받기>

고 2때 일이다. 교생선생님이 새로 오신단다. 교정 전체가 괜히 술렁인다.

영어시간 때 우리 반에 교생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친구들의 말이 처녀란다. 당연히 처녀겠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 교생 선생님에게서 그야말로 형광등 100개가 켜진 것 같은 아우라가 있었다.

순간 교실 안엔 향수를 뿌린 것 같은 향기가 충만하고 난 숨이 멎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간다.

영어를 담당하는 교생 선생님 책상을 정리하고 꽃도 꽂아둔다.

2교시 영어시간. 수다쟁이 나는 오늘따라 조신하다.

경청하며 열심히 받아 적는다. 선생님을 따라 또박또박 발음을 내본다.

내일은 그룹별 회화 발표시간, 밤을 새서 공부한다.

 

드디어 내 팀의 발표시간. 누구보다 당당히 대화하는 나의 그녀는, 아니 선생님은 쓰다듬어 주신다.

"오, 신일이!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인데"

드디어 그녀가, 선생님이 내 이름을 외웠다. 날아갈 것 같다.

"아! 영어는 내 운명"

 

나의 작은 성과를 칭찬해주고 감격하면 난 자신감을 갖게되었다.

더불어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 자아상을 얻는 성과가 있었다.

내 마음 속의 누군가를 따름의 삶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수용하며 사랑을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다.

따름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채워주면 사랑 받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지혜임을 지금도 난 기억한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면 나도 기뻐진다는 것을 배운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 나다

 

<대듦으로 사랑 받기>

영어시험을 봤다. 너무 긴장해서 일까, 아니면 선생님에게 잘보이기 위한 과욕 때문일까.

그 전날 밤, 잠을 거의 자질 못했다. 우습게도 난 시험을 보면서 졸았던 것 같다.

다음 날 성적을 발표하는 날, 난 완전 선생님의 시선 밖이었다.

수일이란 친구가 선생님의 쓰다듬을 독차지하는 것이다.

 

속에서 불이 났다. 속이 상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갑자기 '쿵'소리가 난다. 나도 모르게 교탁에 머릴 박고 있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놀라며 급히 달려와 내 손을 붙들곤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가슴 깊이 안아주는 것이다.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뭐. 괜찮아"

 

세상에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은 지금도 없다.

난 자기학대로 선생님의 관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어디서 배운게 아니다. 그럴려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본능이 그렇게 시켰던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듯이 탈선을 일삼는다.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죽든 살든 나 알아서 할 테니 신경끄라며 소리를 지른다.

옛날 어린시절, 여자친구의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아이들. 이 모두 사랑결핍증이다. 아니 사랑호소증이다.

"나 사랑 받고 싶어요". "나에게 집중해 주세요" 라는 애절함이다.

반항해야지만 그때서야 품어주는 가정,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자아상이다.

세상은 냉혹하다. 성장과정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지속적 반항에는 응징으로 대처한다.

등을 돌리며 포기하든지 무관심하게 된다.

모든 사람을 그 교생선생님처럼 생각하며 응석을 부리면 결국 혼자가 된다.

 

그 녀, 선생님의 교생실습기간이 다 끝나갈 무렵, 난 선생님께 내 마음을 고백할까, 말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연적인 수일에게 찾아갔다.

"너, 관심 꺼. 이미 내가 찜해놨어"

수일인 까닭모를 웃음을 지으며 "그래. 니 꺼 해라"

 아이돌 인피니트의 "내 꺼하자"란 노랠 들으면 수일이가 생각난다.

 

 

 

  

인피니트(Infinite) - 내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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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