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을 흥얼거려보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11. 1. 21:52
뉴욕 맨하탄 남쪽에 있는 'Battery Park'에서 보트를 타면 프랑스의 조각가 바르톨디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만든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로 갈 수 있다. 자유의 여신상... 이것은 뉴욕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자유의 나라 미국을 상징하고 있다.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기증한 자유의 여신상은 1세기 남짓 동안 미국을 찾는 이민족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자 자유의지의 표상이다.
이 'Battery Park' 한 귀퉁이에서 어느 흑인 트럼피스트가 로버타 프렉이 부른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키보드의 베이스를 짚어가며 다른 한 손으로는 트럼펫을 불고 있었는데... 한적한 공원에 울려 퍼지는 그의 아련한 연주는 나의 가슴 속을 깊이 파고 들었다. 트럼펫 사운드에 실린 애조띤 그의 연주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뉴요커들의 예술과 문화가 이곳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 음악도들의 요람, 줄리어드
미국 뉴욕에는 음악에의 꿈을 안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온다. 뉴욕에는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음악학교가 있다. 뉴욕 맨하탄 링컨 공연센터에 위치해있는 108년 전통의 줄리어드음악학교이다.
The Juilliard School
지난 1백년 간 줄리어드를 거쳐간 학생들과 교수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놀랄만하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영화음악 작곡가들인 리처드 로저스와 마빈 햄리쉬,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한 존 윌리엄스, 첼리스트 요요마, 작곡가이자 지휘자 버나드 허먼, 재즈음악 지휘자 윈튼 마살리스, 현대 전위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 바이올린 연주가 이작 펄만, 핀커스 주커만, 그리고 오페라의 전설적 인물인 레온틴 프라이스 등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1905년 개교 이래 줄리아드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로 넘쳐났으며, 줄리아드 졸업생들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예술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코메디의 천재 로빈 윌리엄스, 영화배우 케빈 클라인, 제이미 폭스, 윌리엄 허트 등은 드라마학을 공부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쉬지않고 연습하는 것은 줄리어드 음대생들에게는 기본이라고 한다.
줄리어드 입학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2007년 줄리아드는 2,311명 지원자 중 6.45% 인 149명에게 합격 통지서를 보냈다. 세계 각국의 유학생들 중 100명 정도의 한국학생이 재학 중 이라고 한다. 줄리어드 출신 최초의 한국인은 1940년대 재학했던 김영의 전 이화여대 음대학장이며, 피아니스트 백건우, 지휘자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장영주(Sarah Chang), 첼리스트 장한나 등도 이 학교 출신이다. 서울대 교수인 성악가 김인혜, 뮤지컬배우 이태원, 연세대 교수로 재직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명화 또한 줄리아드 동문이다.
보통 음대지망생들은 버클리 음대는 미국 내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들은 한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버클리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 학교의 차이점이 있다.
줄리어드가 클래식분야에서 최고의 학교라고 한다면, 버클리는 재즈와 음악 테크놀러지 부분에서 최고 명문이다. 같은 음악이지만 분야가 다른 학교이다. 가수 싸이가 버클리 출신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줄리아드가 버클리보다 낫다거나 버클리가 줄리아드 보다 낫다거나 하는 평가는 옳지 않은 것 같다.
▒ 드보르작, 만학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체코의 음악가 드보르작이 미국 뉴욕의 국민음악원 초대원장으로 초빙받은 것은 그의 나이 51세 때인 1892년의 일이다. 2년 계약으로 드보르작은 가족을 데리고 체코의 프라하를 출발하여 그 해 신천지 미국땅에 그 첫발을 내딛게 된다. 미국의 관문인 뉴욕항에 들어설 때 아마도 드보르작은 한 배에 같이 탔던 다른 이민자들과 함께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그만의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을 상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의 꿈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음악에 대한 만학도의 심정으로 음악사에 빛나는 현실을 이루어갔다.
체코의 보헤미아 민족음악을 음악예술의 높은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드보르작은 스메타나와 더불어 음악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음악가이다. 보헤미아 지방에 산재해 있는 민속음악의 토속미를 교묘히 살려 가면서 그것을 절대음악 속으로 포용시킨 드보르작의 작품들은 어느 곡이든지 향토색이 물씬 풍겨 나오는 신선함으로 충만하다. 대체적으로 국민주의 음악의 경향은 표제음악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을 깨고 드보르작은 철저하게 절대음악을 고집해 가면서 실내악의 형태로까지 심도있게 발전시킨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현악4중주 <아메리카>나 피아노 트리오 <둠키>같은 작품이 그 좋은 예이다.
드보르작은 교향곡이란 형식을 통해서도 고향의 향토색 짙은 민족 음악을 일관되게 써 나감으로써 자신이 체코인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았다. 그가 남긴 9개의 교향곡들은 모두 이러한 민족성의 소산으로 태어난 것이어서 그가 만든 어느 곡을 들어도 그것이 드보르작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String Quartet No.12 in F "Amercan", Op.96 Stamitz Quartet 1. Allegro ma non troppo 7'24 2. Lento 8'31 3. Molto vivace 3'55 4. Finale, vivace ma non troppo 5'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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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Trio No.4 in Eminor "Dumky", B.166. Op.90 THE SOLOMON TRIO Daniel Adni, piano. Rodney Friend, violin. Raphael Sommer, cello 1. Lento maestoso-allegro 4'332. Poco adagio-vivace 6'343. Andante 5'534. Andante moderato 4'555. Allegro 4'036. Lento maestoso-vivace 4'53 |
▒ 신세계로부터...
미국땅을 밟은 드보르작은 그 곳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게 된다. 활력있는 개척자들의 땀과 수고와 그들과 함께 사는 아메리카 니그로들... 그들은 하나가 되어 엄청난 잠재력을 곳곳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러나 드보르작의 관심은 그러한 미국의 발전 모습보다는 소박한 아메리칸 민요와 영혼이 담겨진 흑인영가의 선율에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는 자신과 같은 동향의 체코인 집단 거주지를 방문한 후 고향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체험하고 난 뒤 강렬한 향수에 젖게 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많은 음악도들도 드보르작처럼 뉴욕에서 음악에의 열정을 쏟아내며 두고온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 열정과 그리움이 음악을 공부하는 에너지가 되어 『신세계로 부터』와 같은 또 다른 걸작품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Symphony, Guernsey / Albert Goodwin
꿈 속의 고향
꿈 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옛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지금은 사라진 동무들모여옥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반디불 좇아서 즐기었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그리운 고향
내가 중학교 때, 음악실에서 선생님의 반주에 맞춰 그렇게 열심히 목청을 높여가며 불렀던 노래이다. 청소년시절의 나를 심오한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던 곡. 시간이 흘러 알고보니 이 곡이 그 유명한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에 들어있는 멜로디라는 것.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사가 다 맞는진 모르겠지만 가사를 올려놓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흥얼거려본다.
☜ 프랭크안의 흥얼거림(다운로드 방법 → 마우스 오른쪽 클릭 → 다른 이름으로 대상 저장)
드보르작은 고향 체코를 떠나 머나먼 뉴욕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은 곧 번뜩이는 악상으로 발전되어 오선지에 옮겨진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곡이 드보르작이란 작곡가를 음악사에 영원히 각인시킨 『교향곡 제9번 E단조 - 신세계로부터』인 것이다.
『신세계로부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제2악장 라르고의【꿈 속의 고향】이라는 유명한 선율 때문이다. 여기엔 조국을 멀리 떠난 이주민들의 애환과 향수가 절절히 스며들어 눈물짓게 한다. 특히 잉글리쉬 호른에 의해 연주되는 주제 선율은 한편의 시와 같다.
The Country School, 1871 / Winslow Homer
Dvorak/ Symphony No.9 in Eminor, Op.95 "From the New World"
Berliner Philharmoniker
Conducted by Rafael Kubelik
제2악장 Largo
"
꿈속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가락이며, 짧은 8마디의 전주는 엄숙하고도 인상적인 화음으로 관악 합주의 저음으로 선행되면 잉글리쉬 호른에 의해 아름다운 향수를 간직한 정감어린 선율이 악장 전체를 차지한다.제4악장 Allegro con fuoco
빠른 4박자의 소나타 형식으로 전체의 악기가 크레센도로 고조되는 서주에 이어 제1주제를 트럼펫과 호른이 행진곡 풍으로 생기 넘치고 힘차게 제시한다. 클라리넷에 의해 나타나고 현악 합주가 이를 받아 서정적인 선율로 첼로가 수놓으며 곡은 다시 격렬한 춤곡 리듬으로 전개되고 발전되어 종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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