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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피셔에게 2006년도는 가장 바쁜 해였다. 새해가 되면서 3장의 각각 다른 음반을 발매하기 위해 연습과 녹음이 쉼없이 진행되었다. 먼저 그녀는 절친한 동료인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스커트와 피아니스트 조나단 길라드와 함께 <멘델스죤의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했다. 그리고 야코프 크라이즈베르그가 이끄는 네덜란드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을 녹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리곤 같은 악단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했다.

 

예정되어있던 콘서트 일정을 틈틈히 소화하면서 3장의 음반을 녹음하는 일도 벅찼지만 그녀가 정말 바빴던 것은 모짜르트 협주곡에 연주할 카덴자를 직접 작곡했기 때문이다. 사실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을 녹음하는 프로젝트는 이미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지휘자인 크라이즈베르그가 피셔에게 카덴자를 직접 써보라고 제안하면서 그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음 하나를 쓰는데도 많은 시간을 공들여가며 작업이 진행되었다. D장조 협주곡 1곡의 카덴자를 만드는데 6주나 걸렸다. 조금씩 써나가면서 선생님과 동료들에게 보여주면서 고치고 또 고쳤다. 아마 백만번은 고쳤을 것이다. 그리고나서 완성된 악보를 지휘자에게 보냈다. 부디 그럭저럭 괜찮다.. 는 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휘자에게 돌아온 대답의 첫줄은 "정말 멋지다."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여기.. 여기.. 여기도 고쳤으면 좋겠는데.. 란 지적이 줄줄이 이어졌다. 피셔와 지휘자 크라이스베르크는 이렇게 의견을 나누고 수정해 가면서 음반에 담을 3개의 카덴자를 완성했다. 꼬박 반년을 공들인 작업은 힘든 일이었지만 피셔는 연주자라면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모짜르트 시대에는 연주자가 자신이 연주할 협주곡의 카덴자를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그때의 연주자들이 훨씬 종합적이고 완성된 음악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비해 요즘은 하나의 악기를 선택한 후 그 악기를 잘 연주하는 기교중심의 교육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율리아 피셔는 단순히 기교만을 앞세우는 연주자가 되기 보다는 음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이해하는 음악가가 되는 것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녀... 2006년 23세의 나이로 프랑크푸르트 음대교수로 발탁이 되었다. 독일 음대 사상 최연소 교수가 되었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학교에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을 대할 때도 있었지만 크게 부담이 되진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 부터 여러사람들과 연주활동을 하다보니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부터 또래의 아이들 보다는 나이 든 사람들과 더 많은 작업을 했어요. 사실 음악을 할 때 나이나 국적, 종교같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는 일이지요. 언젠가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 뻘 지휘자와 협연을 했는데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서로 마음이 잘 통해서 연주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나이같은 건 금새 잊었지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를 사로잡았고 즐겁게 해주었으니까요."

 

 

 

 

 

 

Beethoven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 Rondo. Allegro
* Julia Fischer/바이올린, David Zinman/지휘BBC Symphony Orchestra

 

 

 

이처럼 음악을 할 때 만큼은 다른 외적인 조건을 배제하고 오직 음악을 통해서만 소통한다는 그녀는 동료음악가들과 함께 연주를 준비할 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무대를 만들어간다. 혼자 독주곡을 준비할 때도 진지한 자세로 악보 안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와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2005년에 선보인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2010년에 낸 파가니니의 24개의 무반주 카프리스음반을 통해서 흠잡을데 없는 기교와 해석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율리아 피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말 보다는 음악가 혹은 예술가로 불리워지길 희망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그녀가 음악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저는 예술가와 엔터테이너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이너는 제가 원하는 건 아니에요. 전 예술가로서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느껴야하는지를 배우고 연주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주는 예술가가 되기위해 매순간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율리아 피셔.. 음악가 혹은 예술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쉼없이 정진하는 그녀야 말로 진정한 무대 위의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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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