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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29. 07:51

동심원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3. 6. 29. 07:51

 

Leonard Campbell Taylor

 

 우산을 쓰다 / 심재휘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을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은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가뭄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래 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갑자기 굵어지는 장맛비에

마음은 이미 찬 빗속을 서성입니다.

 

비오는 날이면

호수 위에  번지는 둥근 파문처럼

내 주위를 맴도는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한참 보고 있으면

추억의 파편처럼 흩어지는 빗물.


조용히 듣고 있으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처럼 편안한 빗소리.

 

지난 날을 향한 그리움의 안테나를 뽑아들고

빗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려 봅니다.

 

지난 날의 그대가 있는 곳에도

내 마음처럼 비가 내리기를...

 

 

 

 

 

비가 오는 날이면 고인물에 동심원이 생기는 모습이 신기해서 자주 쳐다 보곤 합니다. 동심원을 가만히 보다 보면 생각나는게 있지요. 바로 부침개입니다. 기름을 두른 팬에 반죽을 둥굴게 올려놓은 모양이 마치 동심원과 어쩜 그리 비슷할까.. 더우기 부침 반죽을 넣고 익힐 때 나는 '지글지글'소리가 바닥이나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재밌는 보고서를 봤었습니다. 실제로 소리공학 연구소에서 실험해 본 결과 부침개 부치는 소리와 빗소리의 진폭, 주파수가 거의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사람들이 어김없이 찾게되는 조합이 부침개와 동동주인 것 같습니다.  글을 올리다보니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하네요. 비가 오면 사람의 신체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혈당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전분,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에 대한 식욕이 생긴다는군요. 내가 지금 그 상태인가 봅니다.

 

오늘은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어서 하루종일 사무실에 박혀있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빗소리가 오히려 내 심기를 방해하는 듯 하여 베토벤음반을 꺼내들었지요. 종일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문득 창밖의 빗소리와 베토벤의 음악이 서로 오고가는 영감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래서 골라봤습니다.

 

 

 

Itzhak Perlman (violin)

Philharmonia Orchestra,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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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