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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이라는 말 속에는 상대방이 '지금 오고있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고 있다.'는 전제가 포함되고 있다. 올 때 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소극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보다 더 빨리 만나기 위해서 나도 상대방을 향해 달려간다는 의미의 보다 더 적극적인 기다림의 동작이다. 꽃샘추위로 더딘 봄을 향해 마중나가는 주말이다.

 

 

음악가들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많은 오페라들을 작곡했다. 금방 떠오르는 작품만 해도 베르디의 <오텔로><맥베스>, 구노의 <로미오와 쥴리엣> 등 여러작품들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여러 음악가들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무얼까.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많은 작곡가들이 볼 때 세익스피어는 극 중의 인물들의 '성격묘사'에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세익스피어의 순수한 창작물은 몇 개 안되고 대부분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내려오던 이야기들, 아니면 이탈리아나 프랑스 작가들이 이미 문학작품으로 만든 것들을 자기가 새롭게 각색해서 세익스피어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이전에 같은 소재로 만든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그의 작품들은 아주 압축적이고 드라마틱했다. 한마디로 대본이 굉장히 탄탄했다.

 

예를 들어서 9개월 동안 일어난 사건을 5일 동안 일어난 사건으로 압축했다든지(대표적인 예 : 로미오와 쥴리엣).. 그래서 아주 생동감이 넘치고 박진감이 있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다음 장면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다리게 만드는 재주가 그에겐 아주 뛰어났다. 그래서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그 다음에 또 오페라를 보아도 관객이 내용을 다 아는데도 그 다음 장면이 또 기다려지게 만드는..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작품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서 낭만주의 작곡가들을 자극했다. 언어적으로도 리듬감이 넘치고 음율이 뛰어난 것에 대한 관심 때문에 많은 작곡가들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들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베르디가 생각난다. 베르디는 세익스피어의 모든 작품들을 오페라화했다. 그 정도로 베르디는 세익스피어의 열렬한 찬미자였다. 베르디의 머리맡에는 항상 세익스피어의 희곡들이 놓여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베르디는 훌륭한 독서가이기도 했다. 세익스피어의 좋은 작품들을 다 읽었기에 오페라를 만들 수 있었다. 베르디가 대본가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면 자기가 독서한 내용들이 그 안에 많이 나온다. 그래서 대본을 베르디가 절반은 썼다고 볼 수 있다.

 

 

 

 

베르디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가지고 제일 먼저 만든 작품이 <멕베스>이다. 배경이 상당히 어둡고 드라마틱한 <맥베스>는 11세기 스코트랜드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가끔 영화 속에서 보듯 비가 내리고 음산하고 유령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당연히 오페라도 어두울거라고 상상을 하게되는데 실상 음악은 아주 밝고 역동적인 음악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 오페라를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희극적인 느낌이 나게끔 연출들을 한다.

 

연초에 세상을 떠난 이탈리아출신의 지휘자 Claudio Abbado의 <맥베스>는 정말 최고의 연주이다. 난 아바도가 지휘한 그 오페라를 보면서 베르디 오페라에 입문?을 하게되었다. 당시만 해도 <맥베스>는 좀 어두운 배경이었는데 요즘은 재기발랄한 연출가들에 의해 밝고 쾌활한 트렌드로 바뀌었다. <맥베드> 중의 『마녀들의 합창』 장면은 맥베스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숲에서 마녀들을 만난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좋은 예언을 해준다. 맥베스가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고... 그 예언을 들은 맥베스는 신이 나서 전령을 통해 아내에게 자신이 왕이 될거란 마녀들의 예언을 전하는 편지를 전한다. 맥베스의 아내가 그 편지를 읽는 장면이 참 대단하다. 베르디는 이런 드라마틱하고 강인한 장면을 부를 사람은 목소리가 가는 사람은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해서 상당히 거친 목소리의 소프라노를 세워서 관객들을 아주 놀라게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극적인 현실감을 살리고 싶어한 것이다.

 

 

 

 

『마녀들의 합창』은 예언을 들은 맥베스가 마녀들의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자, 이제 저들은 간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일들을 하자"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이어서 맥베스의 아내가 편지를 읽으면서 "자, 어서 오세요. 내가 당신에게 힘을 드릴께요. 당신을 반드시 왕으로 만들겠습니다."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리아이다. 여기서 베르디는 세익스피어의 원작보다 훨씬 더 야심만만한 맥베스의 아내로 그렸고, 원작에는 맥베스가 아주 강인한 남성상이었는데 오페라에서는 맥베스가 왕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우유부단하고 심약한 남자의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레이디 맥베스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서.. 

 

 

Verdi
* <Macbeth 맥베스> 중
마녀들의 합창

Claudio Abbado/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합창단 & 오케스트라

 

 

 

 

은퇴선언을 한 베르디가 긴 공백을 깨고 재기한 작품은 <오텔로>이다. <아이다>를 작곡한 후 17년이 지난 후 <오텔로>를 만들었는데, 사실 베르디는 아이다를 끝으로 오페라작곡을 그만두려고 했다. 시골에서 책이나 읽으며 농사나 지으려고 했었는데 대본작가인 「보이토」가 찾아와서 삼고초려를 했다. "우리 이탈리아오페라가 독일의 바그너오페라에 엄청 밀리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낼 순 없다. 모든 국민의 열망이 베르디선생님을 향하고 있다." 하면서 대본을 들이밀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오텔로>를 작곡했다고 한다. 나도 살면서 이런 일을 자주 겪게 되는데, 인생에는 이런 일들이 자주 필요한 것 같다. 나에게 일을 시켜주시는 분들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베르디에게 보이토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인간의 내면을 그려낸 걸작 중의 걸작 <오텔로>같은 작품이 나올 수가 있었을까.

 

 

Verdi
* <Otello 오텔로> 중
데스데모나의 아리아 Ave Maria
* Anna Netrebko/소프라노, Claudio Abbado/지휘
Mahler Chamber Orchestra

 

<맥베스>나 <오텔로>는 모두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속하는 걸작들이다.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베르디는 세익스피어의 전작품들을 모두 오페라로 만들고 싶어했는데 그 중에서도 <리어왕>, <템페스트>같은 것은 애착을 가지고 만들려고 시도했다. <리어와>같은 경우는 사실 작곡을 했다. 베르디가 서거한 후에 작곡하다만 <리어왕>의 악보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베르디가 유언에 그것을 소각하라고 해서 다 태워버렸다고 한다. 아까워라, 조금이라도 맛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젊은 시절부터 베르디의 오페라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나라들로 부터 초청공연 제의가 있었다. 영국으로 부터 공연제의가 있었을 때 영국이니까 <리어왕>을 공연하면 좋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베르디와는 이 작품이 인연이 없었는지 끝까지 오페라로 완성이 되질 못했다. 만일 베르디가 <리어왕> 뿐만 아니라 <햄릿>까지 작곡했다면 얼마나 대단했을까. 참 안타깝다.

 

 

 

 

세월이 지난 후 독일어로 <리어왕>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1978년에 「아리베르트 라이만」이라는 현대작곡가가 뮌헨국립극장에서 <리어왕>을 초연했다. 이 음악가에게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작업하도록 부추긴 사람이 바로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이다.  그는 워낙 <리어왕>을 좋아해서 오페라로 만들고 자기가 부르고 싶었던 것이다. 피셔 디스카우는 결혼을 여러번 했는데 결혼생활이 원만하질 못했다. 그러다가 4번째 결혼을 소프라노 '율리아 바라디'했다. 그녀는 <리어왕>에서 리어왕의 딸인 코들리역으로 출연을 했다. 물론 남편 피셔 디스카우가 끌어들였다.

 

 

Reimann
* <Lear 리어왕> 중 
Mein lieber vater (사랑하는 아버지)
* 소프라노/Julia Varady, 바리톤/D.F.Dieskau
Gerd Albrecht/지휘,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클래식음악의 소재로 사용된 작품은 <로미오와 쥴리엣>이다. 구전으로 전해진 이 작품은 벨리니와 구노의 작품이 제일 유명하다. 벨리니의 작품은 『I Capuleti e I Montecchi』 이렇게 이탈리아어로 전해져서 <로미오와 쥴리엣>이 아니라 <캐플릿가와 몬테규가> 이런 식의 제목으로 불려진다. 그런데 벨리니는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토대로 오페라를 작곡한 것이 아니라 15세기에 나온 이탈리아 작품 <쥴리에타와 로메오>란 작품을 토대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로미오와 쥴리엣>하면 당연히 세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범주로 여기고 있다.

 

구노의 작품은 이보다 훨씬 후 1867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니 음악적인 성격도 많이 다르다. 벨리니의 작품은 *벨칸토(바로크시대에 이탈리아 가수들의 창법)를 대표하는 스타일의 오페라이고 구노의 작품은 19세기 후반의 복잡한 성격의 음악성을 띄고있다.

 

벨리니와 구노의 작품의 특징은 이렇다. 벨리니의 작품에선 로미오역을 메조 소프라노 여성가수가 부른다. 그 계보가 아주 화려하다. '아그네스 발작', '타티아나 트로이나스', '베셀리나 카사로바' 등이 아주 멋진 로미오를 불러주고 있다. 15살 밖에 안된 어린 로미오를 성인 테너가수가 부른다는 것이 오히려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40대의 남성 중견가수가 어린 로미오역을 맡는다고 상상해보라. 그림이 그려지는가. 그래서 여성가수가 남성역할을 하게되었다.

구노의 작품에선 음악적으로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우며 특히 쥴리엣이 부르는 매력적인 아리아.. 콜로라토라의 기교를 잘 살려주는 아리아가 주목을 받고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다르고 내용도 다른 두 편의 <로미오와 쥴리엣>이다.

 

 

 

 

Bellini
* <I Capuleti
e I Montecchi 캐플릿가와 몬테규가>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장면
* 메조/Agnes Baltsa, 소프라노/Edita Gruberova
Riccardo Muti/지휘
코벤트가든 로얄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합창단

 

Gounod
* <Romeo et Juliette 로미오와 줄리엣> 중
마드리갈 2중창 Ange adorable
* 소프라노/안젤라 게오르규, 테너/로베르토 알라냐
Michel Plasson/지휘, 툴루즈 시립 교향악단

 

 

흔히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하면 <햄릿> <오텔로> <리어왕> <맥베스>이다. <햄릿>도 역시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프랑스 작곡가 '앙부르와즈 토마'가 작곡했는데, 토마는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나라를.. "이라는 아름다운 오페라 민요를 작곡한 사람으로도 유명한데 아무래도 프랑스출신의 작곡가가 만들다보니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햄릿'이라 부르지않고 '암렛'이라 부르고 이탈리아에서는 '암렛토'라 부른다.

 

<햄릿> 가운데에는 아버지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 사람이 나오는 아주 무시무시하고 음산한 무대가 꾸며지고 햄릿이 광란하는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 나온다. '사느냐, 죽느냐'하는 부분은 아주 속삭이듯이 나와서 어찌보면 조금 지루하게도 느껴지는 오페라인데, <햄릿>에서 생동감 넘치는 장면은 오필리어가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Thomas
* <Hamlet 햄릿 > 중
오필리아의 광란의 아리아
Et maintenaut ecoutez ma chnson
(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 소프라노/Melody Louledjian

 

 

세익스피어는 비극도 잘 썼지만 희극도 참 잘 썼다. 희극 오페라는 비극 오페라에 비해 별로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희극 오페라는 베를리오즈의 <헛소동>, 베르디의 <팔스타프>, 니콜라이의 소박한 희극<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등이다. 베르디의 <팔스타프>는 9중창이다. 여성주인공 4명, 남성주인공 5명이 등장한다. 처음엔 여성가수들이 노래하다가 나중에 남성가수들까지 합치는 9중창으로 이어진다. 팔스타프의 음주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음주대결이 벌어진다. '나는 어머니 태속에서 부터 술을 마셨다. 술병을 항상 들고다녀서 술병은 나의 장난감이다.' 이런 이야기 장면이 나온다. 작년에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이 있었다.

 

 

 

 

Verdi
* <Falstaff 팔스타프> 중 9중창
'Alice, Meg, Nanetta'
* 바리톤/Leo Nucci 외, Carlo Maria Giulini/지휘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icolai
*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중

Als Bueblein klein an der Mutter Brust
* 베이스/Günter Wewel, Rafael Kubelik/지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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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