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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거칠게 몰아닥칠 때에는 맞서기 보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순응하는 것도 지혜라고 선원들은 얘기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도 나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PI'의 가족들은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가운데 큰 풍랑을 만나게 된다. 배는 침몰하고 가족들을 다 잃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파이는 우리에서 나온 뱅갈호랑이와 망망한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 영화이다.

 

 

삶의 거친 파도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잔잔한 파도와 기분좋은 바람이 부는 듯한 뱃노래가 있다. 흔들 흔들, 부드러운 리듬과 함께 하는 쇼팽의 <바카롤 Barcarolle> “뱃노래”이다. 사실 “뱃노래”를 즐기는 사람은 즐겁고 기분좋은 일이지만 노를 젓는 뱃사공은 결코 쉽지않은 것 처럼, 쇼팽의 바카롤도 듣는 청중들은 쉬운 일이지만 연주하는 사람 입장에선 쉽지않은.. 그런 곡이다.

 

바카롤은 Barca라는 이탈리아어와 rolle(젓는 노)의 합성어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곤돌라배를 노젓는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오 솔레미오”가 대표적인 바카롤이다. 내 어릴 때 피아노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하바네’리듬으로 시작되는 전주가 참으로 흥겹다. 이 노래엔 이태리인들 특유의 낭만과 태평스러움이 담겨있다. 마치 ‘난 아무런 걱정이 없어요’하듯 말이다. ^^ 아, 생각나는 뱃노래가 또 있다. "싼타루치아"이다.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싼타루치아~'

 

 

 

 

 

O Sole Mio / Luciano Pavarotti

 

Santa Lucia luntana / Luciano Pavarotti

 

 

쇼팽이 이 곡에 Barcarolle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다면 베니스나 다른 곳에서 뱃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나름대로 예술성을 붙혀 뱉어낸 곡이기 때문 아닐까. 처음엔 뱃노래처럼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데 곡의 흐름이 조금씩 녹턴(야상곡) 비슷한 환상적인 섹션으로 흘러간다. 작품번호 60(Op.60)으로서 쇼팽이 죽기 3년 전, 연인 죠르드 상드와 헤어진 후 1848년 파리의 살롱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작품이다. 그때 어느 관객이 이 연주를 듣곤 너무나도 병약하게 보이는 연주가가 나와서 피아노를 치는데 너무나 작게 피아니시모로 들리는 피아노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우울하게 만드는 연주였다고도 평했다한다. 그래서 연주를 듣기가 그리 쉽진않은, 뭔가 우수와 고뇌가 담긴... 그러면서 완성되어가는 쇼팽의 예술성이 담긴 곡이다. 한마디로 연주가나 관객이나 엑스타시를 담을 수 있는 곡이라고나 할까.

 

리스트도 베니치아와 나폴리에서 “곤돌리에(노를 젓는 사람)”이란 곡을 썼는데, 언뜻 우리나라의 뱃노래는 무엇이 있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잘 아는 동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물론 엄연한 뱃노래라고 할 순 없지만.  유명한 뱃노래.. 오벤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도 있다. 이 음악과 함께 떠오르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도 기억난다.

 

 

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 / Anna Netrebko and Elina Garanca

 

 

자, 애잔한 애수의 마음을 가지고 쇼팽의 바카롤을 들어보자. 바카롤에는 노른자위 같은 부분이 있다. 마치 야상곡처럼 말이다. 바카롤의 느낌은 더 이상 들지않고 갑자기 높은 멜로디가 나오는데 조금은 충격적이다. 가볍게 숨을 내쉬는 듯한, 공기가 많이 들어가서 매끈하게 뽑아내는 듯한 깃털같은 멜로디다.

 

 

Chopin, Barcarolle, Op.60 / Vladimir Horow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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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