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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19. 14:12

시간을 사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4. 19. 14:12

 

 

 

 

 

주말 오후, 모처럼 맑은 하늘, 따사한 햇빛 아래 옥상 위의 빨래들이 나부낀다. 기분좋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친다. 

 

사람은 시간에 대하여 3가지 관념을 가지고있다. 첫째, 시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력과 수고만 한다면 난 얼마든지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의학과 유전공학의 발달에 막연히 기대를 걸고는 '앞으로는 늙지않는 방법도 개발될 것이다' 하면서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끊임없이 생각을 몰고간다. 막연한 것에 기대를 걸고 살기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시간은 돌고도는 것이라고 생각하려든다. 윤회설에 근거한 생각이다. '이대로 있기만 하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는거다. 흔히 거짓이면서 참말처럼 통하는 것 가운데 회춘回春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 회춘이 있는가.

 

셋째, 시간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thrown life' - '던져진 생을 산다'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주어진 제한된 시간을 던져지 듯 살아갈 뿐이라고 생각하는거다. 얼마 전 성적사정회가 있었다. 한 학생이 찾아와 성적을 미리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일아보았더니 한 과목이 떨어졌다. 만나서 "너, **시험이 탈락되었더라"하고 말하고는 반응을 보았다. 첫마디가 "떨어질 줄 알았습니다. 제가 너무 시간을 헤프게 쓰면서 바삐 돌아다니다가 정성껏 시험 준비를 못했습니다." 떨어진 주제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는 듯 고개를 숙인다.

 

아침에 부지런히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며 이런 얘기를 해주고싶다.

"내 시간이란 없는거다. 지금 내가 쓰고있는 시간만큼 내 시간이다."

 

 

시간을 알려주는 악기가 있다면 아마도 트럼펫이 아닐까.. 생각한다. 군 시절, 아침 6시면 정확하게 군악병의 트럼펫소리가 아침을 깨우며 부대전체에 울린다. 스마트폰 알람에 익숙한 신세대 군인들도 군대에선 트럼펫이 알람이다. 잠자는 시간도 밤하늘을 울리는 트럼펫소리와 함께 아련함을 느끼며 모포를 뒤집어 쓰곤했다.

 

 

Nini Rosso

* Il Silenzo(밤하늘의 트럼펫)

* Drums, Bass, Piano, Guitar, Strings & Trumpet/Maestro Milton Isejima

 

 

 

네츄럴트럼펫

 

 

 

하이든이 64세의 나이에 이전에 없었던 트럼펫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당시 트럼펫은 밸브가 없는 네츄럴 트럼펫으로 스케일이나 반음계의 연주가 어려웠는데 1790년대 후반 바이딩어라는 사람이 관에 구멍을 뚫고 키로 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반음계를 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악기를 개발했다. 트럼펫이 발명되면서 연주하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펫의 영역은 한층 넓어졌고 하이든 역시 이 새로운 악기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위해 협주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참신한 아이디어였지만 실상 바이딩어의 트럼펫은 여러가지 보완해야 할 문제점을 지닌 과도기적인 악기였다. 1813년 경 블루맨딩이란 악기제작자가 밸브가 달린 현대적인 트럼펫을 고안한 후로 바이딩어의 트럼펫의 존재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트럼펫이 없었다면 아마도 하이든의 유일무이한 트럼펫협주곡도 탄생하지 못했을거다. 전체 3악장으로 이루어진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중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3악장은 1악장 만큼이나 유명하다. 주제부분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Rondo형식으로 쓰여진 3악장은 오래 전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mbc TV <장학퀴즈>라는 퀴즈프로그램의 시그널음악으로도 사용되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Haydn
*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
1. Allegro
2. Andante
3. Allegro
* Wynton Marsalis/트럼펫, Raymond Leppard/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트럼펫이야기를 하다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고교시절 난 밴드부였다. 내가 다니던 모교 근처엔 몇개의 여학교가 있었는데 어느날 어느 여학교에서 교련검열이 있었다. 합주단 수준의 여학교 밴드는 교련행사가 있을 땐 우리 학교에 밴드지원요청이 가끔 있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바지다리고 여드름짜고.. 트럼펫에 왁스칠해 광내고.. 했던 기억.

 

 

 

클래식, 자주 듣는 것 만큼 들린다.

 

 

 

 

Schubert
* Notturno D.897(밤의 음악)
* Edward Dusinberre/바이올린, Andras Fejer/첼로
Andreas Haefliger/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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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