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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5. 07:56

통사론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3. 4. 5. 07:56

 

 

                                    

 

                                      통사론(統辭論) / 박상천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버린 플롯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 제외해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Stilleben mit Mond / Siegfried Zademack 
                                                달을 담아서...

                                                시 안에 있는 삶이 더 의미있는 것인지 삶 안에 있는 시가 더 의미있는 것인지 
                                                가끔은 헷갈린다.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질문처럼.
                                                한 뼘 조금 넘는 좁은 공간 안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시를 보면 
                                                애써 누르고 참아내며 한 글자 한 글자를 아껴 놓았을 
                                                시인의 힘겨움이 느껴져 고개가 숙여지고 
                                                자신의 힘듦보다 다른 이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며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는 이들의 아름다운 삶을 보면 
                                                그 삶 자체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하게 된다. 
                                                부럽다. 달을 담아내는 그들을 보면... 
                                                시가 부사어를 사랑하듯 난 수다스런 달을 사랑한다.
 

 

 

Mozart / Clarinet Quintet A major K.581

Eric Hoeprich, clarinet.

London Haydn Quar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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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