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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5. 13:37

파우스트의 전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12. 15. 13:37

 

 

Goethe / Georg Melchior Kraus



 

독일작가 토마스 만은 괴테(1749 -1832) 탄생 200주기 행사에서 괴테를 가리켜 "모순의 위대한 촉매자이며 극단적인 것까지 수용한 천재적인 중계자' 라고 극찬했다. 괴테의 수많은 시는 슈베르트에 의해 예술가곡의 명작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며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때 늘 지니고 다녔다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빌헬름 마이스터>는 고금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괴테의 최고 역작이라 할 수 있는 <파우스트- Faust>는 리스트에 의해 교향곡으로 만들어 졌으며 구노는 오페라로 만들었다. 이처럼 괴테가 음악사에 끼친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 급이라 아니할 수 없다.

 

<파우스트>의 소재가 된 파우스트의 전설은 16, 17세기경부터 독일에 전해 내려오던 어느 마술사의 이야기. 파우스트는 지식의 힘을 이용하여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향락을 얻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는데... 그는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현세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겠다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찾아온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쾌락을 얻는 대신 자신의 영혼을 주겠다는 계약을 맺고 그와 함께 돌아다니면서 마법의 힘으로 온갖 쾌락을 누리다가 결국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Faust, 1652-53 / Rembrandt

나의 가슴 속에 거하는 신은

나의 내부를 심연으로부터 흔들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아무 것도 외계로 내보낼 수 없다.

 

그리하여 내겐

지금의 존재가 하나의 짐이 되어

죽음의 소망이 되고 삶은 혐오스럽다.

 

- 파우스트의 독백 / <파우스트> 1부 中 서재 장면

 

 

이 이야기는 영국으로 건너가 극작가 크리스토퍼 멜로우에 의해 1588년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 - Tragical History of Dr. Johann Faust>으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이 작품에서 파우스트는 거인(또는 영웅적인)의 풍모를 지닌 인물로 '초인적적 사고와 세속적 권력을 모두 손에 거머쥐려고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시대의 반항아'로 묘사되었다. 이처럼 파우스트가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는 프론티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은 당시 핍박받던 피지배 계급의 당연한 요구였으며 현실에 짓밟힌 민중의 꿈과 소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본질은 가슴 속에 두 개의 영혼을 지닌 '야누스적인 이중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이중성은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유혹하기 위해 마법의 거울을 통해 미인들의 나신을 보여줌으로써 욕정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 뒤 그에게 젊음을 선사한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만난 뒤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보석상자를 들고 찾아가는데... 천사같은 그녀의 정결한 방에서 파우스트는 욕정에 빠진 자신의 모습에 수치스러워 한다. 이 장면에서 그레트헨은 파우스트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Faust cherchant a séduire Marguerite / Delacroix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한낱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파우스트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와 나눈 사랑의 대가는 너무도 혹독한 결과로 나타난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와의 정사를 위해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독약으로 살해하고, 사생아를 낳아 죽이며, 그녀의 패륜적인 행동에 분노한 오빠까지도 파우스트의 칼에 죽고 마는 등 온갖 불행을 겪는다. 그리하여 그레트헨은 마지막 감옥 장면에서 자신을 구하러 온 파우스트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광녀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천상으로부터 "그녀는 구원되었느니라"는 천사의 음성이 장엄하게 흘러나온다.

 

프랑스 작곡가 샤를르 구노는 오페라 <파우스트>에 대한 반응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괴테의 원작 2부에 나오는 한 장면을 무용 장면으로 바꾸어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것이 바로 <발푸르기스의 밤 - Walpurgis Night>이다. 11세기경 독일 하이덴하임의 수녀원장이었던 발푸르기스라는 성자가 세상을 떠난 뒤 그를 추모하는 뜻으로 사람들은 매해 5월 1일마다 제전을 열었다. 당시 사람들은 제전이 열리기 바로 전날 밤 요귀들이 모여 축제를 벌인다고 생각하고 그 밤을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불렀다. 괴테는 이 전설을 <파우스트>에 인용했던 것이다.


 

 하이델베르그의 발푸르기스의 밤

(유럽에선 4월 30일이나 5월 1일에 발푸르기스의 밤의 행사가 있다. 일종의 봄의 축제이다. 이 날 춤과 함께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운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영혼을 파괴시킬 목적으로 발푸르기스의 밤에 그를 데리고 가서 이집트 왕비 클레오파트라와 트로이 전쟁의 빌미가 된 헬렌 등... 절세 미녀들의 환상을 차례로 보여준다. 파우스트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서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만다. 구노의 <발푸르기스의 밤>은 모두 7개의 모음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녀들의 춤과 요귀들의 파티 장면이 무용으로 그려진다. 제1곡, 제2곡, 제3곡, 제6곡은 화려하면서도 관능적이며 제4곡과 제5곡은 우아한 느낌, 빠른 속도로 연주되는 제7곡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요귀들의 잔치로 그려져 있다.

 

<파우스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외치는 파우스트의 명대사 "모든 무상한 것은 다만 하나의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간다"는 구노의 오페라와 리스트의 교향곡 그리고 말러의 <천인 교향곡> 피날레 부분에서 쓰이고 있다. 파우스트의 이상과 갈등은 파우스트(괴테 자신일지도 모르는) 뿐만 아니라 구노와 리스트, 말러는 물론 그들의 음악을 듣는 우리 내면에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의 존재 이유와 나의 정체성, 더 나아가 내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삶이 무엇인지 자꾸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Alles Vergängliche ist nur ein Gleichnis;

Das Unzulängliche, hier wird's Ereignis;

 

Das Unbeschreibliche, hier ist‘s getan.

Das Ewig-Weibliche zieht uns hinan.

 

모든 무상한 것은 단지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날 미치지 못한 것은 이 곳에서 일어났도다.

 

엄청난 일이 여기서 이루어졌노라.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가리라.

 

- 파우스트의 독백 / <파우스트> 2부 中 마지막 장면

 

 

카프카는 1912년 괴테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자신의 일기장에 "괴테, 고통 속의 위안"이라고 짤막하게 글을 남겨 놓았다.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게 있어 그의 작품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과 같은 존재다. 괴테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이 남긴 명작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며 나를 위안하기도 한다. 차라리 그들을 모르고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들의 영혼은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지금도 나와 같은 시공간 속에서 고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나를 유혹한다면, 나도 파우스트처럼 영혼을 팔겠다고 말할까?

 

Opera Faust / Gounod

 

구노의 오페라【파우스트】는 거의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이다. 웬만한 클래식 매니아가 아니면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다. 해서 클라이막스 부분만 올려본다.

 

 

 

Goethe in Calassical Music

 

 

구노 뿐만 아니라 괴테의 <파우스트>를 소재로 곡을 쓴 음악가는 무수히 많다. 슈베르트는 괴테의 시에 부쳐 예술가곡 <파우스트와 그레트헨>, <실잣는 그레트헨>을, 바그너는 서곡 <파우스트>를 작곡했다. 리스트는 <파우스트 교향곡>을, 베를리오즈는 <파우스트의 겁벌>을 작곡했다. 또한 멘델스존은 <첫번째 발푸르기스의 밤 OP.60>과 <현악 팔중주 - 3악장>에서 발푸르기스의 밤을 그려냈으며, 라흐마니노프는 각 악장에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라는 표제를 붙인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작곡했다.



괴테의 시에 부쳐진 슈베르트의 가곡들

An den Mond, D.259

 
Lied der Mignon, D.877


Nur wer die Sehnsucht kennt,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Weiss, was ich leide!

이해하리라, 내가 괴로워하는 이유를!

Allein und abgetrennt

나는 모든 즐거움으로부터

Von aller Freude

홀로 그리고 격리된 채로

Seh’ich ans Firmament

창공을 바라본다

Nach jener Seite.

저 편 너머.

 

Ach! der mich liebt und kennt,

아!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Ist in der Weite.

저 멀리 떨어져 있다.

Es schwindelt mir,es brennt

머리가 어지럽구나

Mein Eingeweide.

불길처럼 타오르는 나의 내면이여.

Nur wer die Sehnsucht kennt,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Weiss, was ich leide!

이해하리라, 내가 괴로워하는 까닭을!

 

 

Beethoven Piano Trio in D major, Op.70, No.1 - Ghost

 

소나타 형식으로 쓰여진 2악장의 침울하고 신비한 느낌 때문에 <유령 트리오>라는 별칭이 붙게된 작품.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창작열에 불타 올라 수많은 곡들을 작곡한 바 있는데... 이 곡을 작곡하기 바로 전 해엔 <제5번 교향곡 - 운명>과 <제6번 교향곡 - 전원>을 썼으며 그 다음 해엔 피아노 콘첼토 <황제>를 썼다. 현과 피아노의 대화로 시작되는 2악장에서 베토벤은 특유의 격정으로 어둠 속 신비의 세계를 아름답게 펼치고 있다.

 

Passacaglia in G Minor / Handel

 

파사칼리아는 에스파냐의 무곡에서 출발하여 기악곡으로 발전되면서 샤콘느와 더불어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변주곡이 되었다. 곡 전체를 통해 짧은 주제선율이 오스티나토(고집저음)형식으로 반복 연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바흐가 작곡한 <파사칼리아 BWV 582> 역시 바로크 음악의 최고 역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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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