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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4. 11:14

가을의 로망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11. 14. 11:14

 

 

 

 

11월, 늦가을과 초겨울이 공존하는 달이다. 월미도에서 바라본 밤하늘 위엔 둥근 보름달이 검은 구름에 휩싸인 채 슬픈 표정으로 지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잠깐 내렸던 비는 어쩌면 달이 흘린 눈물 방울이 아닐까... 길가에 늘어선 노란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빗방울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수수 땅바닥에 주저 앉는다. 그들은 하나가 되어 이 계절이 떠나감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회색빛 하늘 아래, 겨울을 재촉하는 새벽비는 90년대를 주름잡았던 하드락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노래 <11월의 비 - November Rain>를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까닭은 클래식음악을 연상케하는 초반부의 피아노 선율 때문이지만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멋지게 따라 불렀던 친구 녀석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지내는지...

 

 

November Rain / Guns N Roses

 

 

이 곡은 이별의 상처 때문에 다시 사랑하길 두려워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그 친구가 이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 또한 11월에 떠나보낸 연인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11월의 비'를 들으며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 역시 기쁜 추억과 슬픈 추억을 가슴에 새기게 되리라.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온갖 만물이 다 변한다 해도 연인들의 마음만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락 발라드를 들으니 며칠동안의 격무에 지쳐있던 마음에 새 힘이 돋구워진다. 학창 시절 목청껏 따라 불렀던 그들의 노래가 이제 흘러간 옛노래가 되어 버렸다니 세월의 흐름은 참 유수와도 같다. 겨울의 초입, 이 맘 때면 내 정서를 자극하는 곡들은 모짜르트의 음악이다.

 

 

 

 

모짜르트의 곡 중에서 『교향곡 29번 1악장』 은 가을의 애수를 잘 담은 곡들이다. 특히 포르테 피아노 반주에 맞춘『바이올린 소나타 27번』은 가을의 스잔함을 현의 선율에 실어놓은 아름다운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 "로망스"』는 가을 낙엽이 스러져가는 듯한 피아노의 가련한 음색이 참 돋보이며 쓸쓸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늦가을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모짜르트의 음악은 이 계절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교향곡 29번 1악장

바이올린 소나타 27번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 "로망스"

 

 

얼마 전 르네상스의 발생지인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케이블로 감상했다. 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준세이와 아오이. 준세이는 아오이의 서른번째 생일날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우여곡절 속에 두 사람은 원치않는 이별을 하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다. 그로부터 10년 후 준세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 오르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 OST


 

미술 복원사가 되어 중세시대의 명화들을 복원하는 준세이. 그가 다루는 그림은 이탈리아의 중세화가 루도비코 치고리의 작품이다. OST 음악 중에는 인상적인 곡이 하나 있다. 두 사람이 첫 키스를 나누던 장면과 해후를 한 뒤 공원에서 키스를 할 때 흐르는 첼로 독주곡으로 일본 작곡가 료 요시마타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첼로는 언제 들어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영혼의 목소리를 지녔다.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께서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런데 '무상'이라는 단어의 뜻은 '사는 게 다 허망하다'는 뜻이 아니라 '늘 같지 않다' 바꿔 말하면 '변화한다'는 의미심장한 뜻을 담고있다. 우주를 보라! 우주는 소멸과 탄생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것도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소우주와 같기 때문에 그 묘미가 있는 것인지도...


 

Sterbendes Blatt  / Siegfried Zademack


 

이 세상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저 플라타너스 이파리도, 지평선 끝의 저 태양도 언젠가는 소멸해 버리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지구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삶은 무상한 것인가... 아니면 유상有常한 것인가... 낙엽이 수북히 쌓여가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인생무상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순간에도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삶도 그렇게...

 

"11월의 비"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Cause nothing lasts forever ~ And we both know hearts can change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기에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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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