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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1. 10:12

가을로 가다 일상 속에서/나의insight2014. 10. 11. 10:12

 

 

 

서울을 떠날 때 시간은 가을이지만 서울의 가을은 가을답지 않은 하늘, 가을답지 않은 초록으로 나를 배웅했었다. 서울의 가을은 시간 속에 '이미'지만 공간의 가을은 '아직'이었다. 가을은 시간으로 오는 계절이 아니다. 가을은 공간으로 채워지는 시각이다. 가을은 나의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아직 가을이 아니다. 나의 눈에 스치는 산이 붉은 유화로, 때론 노란 수채화로 채워질 때 비로소 가을이다. 색의 풍성함이 내 눈 가득 그림을 그릴 때 가을은 성큼 갤러리를 채워 관람객을 맞는다.

 

10월이어도 단풍이 없다면 가을이 아니다. 11월이어도 여전히 초록이라면 가을이 아니다. 나는 상록수가 싫다. 가을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여름만 보여주는 상록수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다양함이다. 철마다 다른 세상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자유이다. 어제와 다른 옷을 입을 수 있음이 자유이다. 유행을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자유이고, 유행을 따르지 않아 달라지는 것도 자유이다. 가을은 획일적 회색도시를 자유로 이끄는 다양한 공간이다.

 

서울을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공기가 차다. 나무는 초록의 획일화를  벗고  다양성을 추구한다. 역시 가을은 공간이다. 가을은 기다리면 더디 오고 찾아가면 일찍 온다. 한국인은 가을을 찾아가는 민족이다. 가을 '단풍놀이'는 아마 우리 민족에게만 있는 풍류일 것이다.

 

가을을 찾아감은 시간을 앞서감을 의미한다. 시간을 앞서감은 그만큼 속히 늙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네 가을 단풍놀이는 늙음 예찬이다. 늙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여유의 발로이다.

 

 

 

 

가을이 색의 다양함과 깊음을 보이듯이 나이듦은 다양한 삶을 아로새긴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성경엔 나이듦이 영광이라고 적혀있다. 나이듦을 지혜와 동일시한다. 지혜는 앞서 생각하는 능력이다. 지혜는 예측이다. 지혜는 먼저 봄이다. 가을을 찾아가는 사람은 지혜롭다. 한 발자국 앞서 생을 관조觀照하기 때문이다. 가을없는 하늘을 뒤로 하고 가을있는 하늘을 찾는 사람은 단 며칠이라도 앞서 사는 사람이기에 허허 웃으며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은 홀로 가는 여행이다. 가을을 찾아 나선 이마다 시간의 지혜를 얻지 못함은 가을 안에서 쏟아붓는 말 때문이다.
가을은 말이 아니라 눈인데.. 그래서 '관조'라는 눈이 열리는 것인데 저마다 짝과 함께 온 이들의 수다는 눈의 즐김의 탄성 뿐, '관조'로 내려가질 못한다. 조금만 조용해도 가을은 지혜를 선물하고, 영감으로 안내한다. 가을, 입을 다문 이를 그리워한다.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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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