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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6. 06:41

고상한 인생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8. 16. 06:41

 

사회학자들은 인간의 성장과정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를 이렇게 분류해 놓고 있다.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어머니면 그만이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입으로는 젖을 빨고 손으로는 다른 한쪽의 젖무덤을 만지면 그만이다.

더는 부러울 것이 없다. 만족해한다. 유아기에는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다.

그런데 유년기로 접어들면 장난감이 중요해진다. 어머니가 불러도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사춘기가 되면 이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된다.

사춘기 시절, 옛날의 나를 생각해본다.

여학생이 옆에 있으면 정신이 없다. 좋아하는 여학생을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러나 그 설레임과 행복은 잠깐만에 지나가고 말았다. 덧없었다.

 

청년기가 되면 지식이 따른다. 아는 것, 깨닫는 것이 중요해진다.

진리나 지식이 중요하기에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려고 애를 쓴다.

새로운 것, 좀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도 채울 수 없는 그릇과 같은 것이다.

 

40대가 되면 사업을 원한다.

온생애를 걸고 무엇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사업적인 욕망이 커진다.

그러다가 하나라도 이루면 얼마나 기쁘고 만족스럽나?

그러나 그것 또한 덧없는 것이다. 이내 후회로 끝나고 만다.

 

50대로 접어들면 명예를 필요로 한다.

요즈음 보면 무슨 회원이다, 위원이다 하면서 서로들 한자리씩 차지하려고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을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의 명예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몇 천만, 몇 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뿌리고 다닌다.

간혹 그런 사람들을 두고 정신없는 사람이라거니, 그 돈으로 편안히 살지 뭣하러 쓸데없는 곳에 뿌리고

다니느냐거니 한다만, 그때는 명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그렇게 한다.

명예를 얻으려고 양심을 팔고 도덕성을 팔아먹는다.

소중한 인격까지 내던지는 사람들로 인하여 사회가 시끄럽다.

그러다 얼마안가 곧 후회한다. '그 부질없는 짓에 왜 그토록 난 매달렸던가.'

그러나 이제와서 무슨 소용인가.

 

60대가 되면 여러 모로 한계를 느끼게 된다.

힘도 부치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이제는 그저 먹는 것에만 관심이 간다. 세상것이 다 그림의 떡이다.

내 입을 즐겁게 하는 것만 추구하게 된다.

 

때로 우리는 사업이 제일 중요한 줄로 알았다.

자녀교육이 중요한 줄로 알고 거기에 온 정성을 쏟아붓고 때론 가족과 헤어져 기러기 아빠 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만, 그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하고 후회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어떤 사람은 자기 건강, 자기 욕망을 채우느라고 바쁘다. 그야말로 피곤한 일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기의 우상이 있다. 그러나 그 우상은 상대적인 것이다.

순간 순간 이것이 좋고, 저것이 귀하고 거기에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다가 인생을 스스로 사기당하고

만다.

 

 

sand castle day / sally swatland

 

 

사춘기 시절, 난 방학이면 자주 바닷가에 놀러갔다.

바닷가에 나가보면 매끌매끌한 조약돌이 참 많이 깔려있었는데 아주 예뻤다.

친구들과 몰려나가면 저마다 예쁜 돌을 줍겠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면서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기억나는대로 외어보면 가사가 대충 이렇다.

"바닷가에 모래밭엔 돌멩이도 너무 많아 맨처음 찾던 돌을 다시 찾다 해가 집니다."

 

예뻐서 손에 든 것은 보지않고 딴 것만 본다.

저것이 좋아보여 이것을 내려놓고 그것을 줍는다.

줍고 또 줍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맨처음 가졌던 것이, 그 첫사랑이 제일 좋은 것 같아서 다시

그것을 찾으려다 해가 진다는 자못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문득 인생살이가 피곤한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본다.

혹시 쓸데없는 걸 따라갔기 때문아닐까.

가치없는 것을 가치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따라갔다가 마침내 니힐리즘에 빠지고만다.

내 일생을 여기서 이대로 마쳐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소년 시절 질리도록 지겹게 들었던 곡이 있다.

Silvery Waves(은파)는 와이먼이란 한 음악선생의 낱장악보로 출판되었던 피아노 소품이다.

7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넘실대는 은빛 바다물결을 묘사한 곡이다.

우리 모두에게 낯익은 은파..

주말 오후,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 속에 인생의 무게를 덜어주는 위로의 멜로디가 되었으면...

 

 

Silvery Waves, Op.39 / Addison P. W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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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