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를 들으며 빗 속에 눕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8. 6. 08:50
중학교 2학년 때 친한 친구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은유법, 직유법... 외울 것만 많은 것.
그때 내게 詩는 그러했다.
그런 내게 시집을 선물한 친구...
시에 마음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한참 뒤 "그 때 왜 하필 시집이었니?" 하고 물었더니
"책 중에 그게 제일 싸더라..." 하더군.
어쨌든 그 친구 덕에 나는 지금껏 시를 동경하며 살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태산 같아도 차마 다 하지 못하고
태산의 언저리에 웅크린 모래알만큼만 꺼내 놓고
그 안에 태산을 담아야 하는 힘겨움,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종이 위에 담아내기 위해
밤을 환하게 밝히며 산고를 치루었을 시인의 한숨...
그런 힘겨움과 한숨을 통해 우리는 삶을 만나고 사람을 만난다.
하고픈 이야기를 다 하려하기에 복잡하기만 한 시집 밖의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시인이 힘들게 지어 놓은 그 집은 편안한 쉼을 주곤 하지.
무더운 초여름 날, 등을 맡기고 뒤돌아 기대 서 있으면
시원한 우물물을 쏴아~ 끼얹고, 쓱쓱 싹싹 등목을 해주는 손길처럼,
추운 겨울 날,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찬 바람이 스쳐올 때
안쓰러움에 눈물을 머금고 포근히 안아 주는 가슴처럼.
오늘은...
겉으로 보여지는 문법이나 형태에 가려 간과되고 있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제일 첫 줄에 있는 유명서적에 가려 잊혀지려하는,
그런 고운 시들을 찾아 마음으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그가 나를 딱 반만큼만 알았으면 좋겠다.
슬픔으로 가득찰 때도 딱 그 반만,
그를 사랑해서 달뜬 마음도 딱 반만 그렇게 나를 숨기고
또 완벽히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사실은 내게 51%는 100%와 같다.
▒
우리의 마음을 담아낸 시를 보노라면,
나도 몰래 토해내는 가슴 속의 한숨을 듣게된다.
음악도 그렇다.
비가 올 때 달뜬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데는
음악듣기가 난 좋다.
▒
나 중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이었다.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면서 우리에게 계음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 솔도 시도레 미미레미 파파미라~ 솔파미시도레
여름이 시작되는 비가 음악실 창밖에 내리고 있었다.
그날 배웠던 음악,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10-3번 'Tristesse'
『이별의 곡』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잔잔하고 애수가 깃든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그러면서도 매우 로맨틱하기 때문에
감정에 탐닉하기 쉬운 곡인 것 같다.
Chopin's Etudes Op.10 No.3 In E Major 'Tristesse'
'음악에 부쳐 > 클래식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위에 쓰는 음악편지 (0) | 2014.09.08 |
---|---|
고상한 인생 (0) | 2014.08.16 |
낭만의 여름휴가 (0) | 2014.08.02 |
모짜르트를 배우다 (0) | 2014.07.30 |
쇼팽의 뱃노래.. 베니치아의 여행 (0) | 2014.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