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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친한 친구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고, 은유법, 직유법... 외울 것만 많은 것.

그때 내게 詩는 그러했다.

그런 내게 시집을 선물한 친구...

시에 마음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며

한참 뒤 "그 때 왜 하필 시집이었니?" 하고 물었더니

"책 중에 그게 제일 싸더라..." 하더군.

어쨌든 그 친구 덕에 나는 지금껏 시를 동경하며 살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태산 같아도 차마 다 하지 못하고

태산의 언저리에 웅크린 모래알만큼만 꺼내 놓고

그 안에 태산을 담아야 하는 힘겨움,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종이 위에 담아내기 위해

밤을 환하게 밝히며 산고를 치루었을 시인의 한숨...

그런 힘겨움과 한숨을 통해 우리는 삶을 만나고 사람을 만난다.

 

하고픈 이야기를 다 하려하기에 복잡하기만 한 시집 밖의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시인이 힘들게 지어 놓은 그 집은 편안한 쉼을 주곤 하지.

무더운 초여름 날, 등을 맡기고 뒤돌아 기대 서 있으면

시원한 우물물을 쏴아~ 끼얹고, 쓱쓱 싹싹 등목을 해주는 손길처럼,

추운 겨울 날,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도 찬 바람이 스쳐올 때

안쓰러움에 눈물을 머금고 포근히 안아 주는 가슴처럼.

 

오늘은...

겉으로 보여지는 문법이나 형태에 가려 간과되고 있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제일 첫 줄에 있는 유명서적에 가려 잊혀지려하는,

그런 고운 시들을 찾아 마음으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그가 나를 딱 반만큼만 알았으면 좋겠다.

슬픔으로 가득찰 때도 딱 그 반만,

그를 사랑해서 달뜬 마음도 딱 반만 그렇게 나를 숨기고

또 완벽히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사실은 내게 51%는 100%와 같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낸 시를 보노라면,

나도 몰래 토해내는 가슴 속의 한숨을 듣게된다.

음악도 그렇다.

비가 올 때 달뜬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데는

음악듣기가 난 좋다.

 

 

 

 

나 중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이었다.

선생님이 피아노를 치면서 우리에게 계음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 솔도 시도레 미미레미 파파미라~ 솔파미시도레

여름이 시작되는 비가 음악실 창밖에 내리고 있었다.

 

그날 배웠던 음악,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10-3번 'Tristesse'

『이별의 곡』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잔잔하고 애수가 깃든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그러면서도 매우 로맨틱하기 때문에

감정에 탐닉하기 쉬운 곡인 것 같다.

 

 

 

Chopin's Etudes Op.10 No.3 In E Major 'Trist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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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