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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6. 16:04

도서관에서 만난 꽃 음악에 부쳐/아침의 음악2014. 6. 16. 16:04

 

 

 

 

 

Wyman / Silvery waves (은파)
Hans Kann/피아노

 

 


 

국립중앙도서관 / 고영민(1968~ )

 

 

허공에 매화가 왔다

그리고 산수유가 왔다

목련이 왔다

그것들은 어떤 표정도 없이

가만히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쭈욱 빼고 내려다보았다

그저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매화가 먼저 가고

목련이 가고

산수유가 갔다

 

 

 

 

나 고등학교 때 광화문 4거리에서

서울고등학교 쪽으로 꺽어서 서대문 방향으로 주욱 가다보면 '정독도서관'이라고 있었다.

예전엔 그게 4.19 도서관이란 명칭으로 운영되었었지.

시험 때만 되면 학교 도서관은 이른 아침부터 좌석이 선점되어 있어서

좀체로 자리잡기가 어려웠다.

휴일날, 친구 몇놈과 같이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정독도서관엘 가면

몇 뼘되지않는 칸막이 사이에서 영어사전과 씨름하다가 금방 지쳐버린다.

도서관에서 파는 우동한그릇에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 우두커니 창문 밖 내다보다가

목련과 매화에 시간을 다 빼앗겼던 적이 있다.

 

지난 주 무슨 일 때문에 남산도서관엘 갔었다.

자료를 찾다가 머리가 아파서 잠시 바깥으로 나왔다가 또 꽃구경에 시간만 보내다왔다.

도서관에 갔다가 보게되는 꽃...

괜히 웃음이 나온다. 예전에 거기서 만난 사람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무 위의 꽃들..

도서관에 갔다가 보게되는 꽃엔 책냄새가 난다.

도서관에 갔다가 만난 사람에게도 책냄새가 난다.

그 꽃도, 그 사람도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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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