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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7. 7. 09:30

비가 오려나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2. 7. 7. 09:30

 

 

 

 

 

           "비가 오려나.."

몹시 무더운 날씨를 보며 문득 툭 던지는 나의 이 한 마디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당신은 아는가?

비가 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일까, 아니면 정말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걸까.

 

우리는 말이라는 기호로 표현하는 데에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성자? "바바하리다스"는 말을 하지 않고 목에 건 작은 칠판에 몇 마디 글을 씀으로써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성자는 왜 그렇게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동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물며 보낸 편지도 후회하며 사는 우리들인데

한 마디 한 마디 입술을 타고 전달되는 말들이 얼마나 나의 감정을 똑바로 전달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기호들로 조합된 말과 글로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데에 익숙해진 우리는

어쩌면 나의 슬픔을 눈물 한 방울로 표현하거나 그윽한 눈빛으로 나의 사랑을 전달하는 데에는

미숙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말과 글은 기호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 정해진 약속이라는 특성도 있지만,

듣는 사람이 자기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이해하려 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으므로

나의 마음이 온전히 그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기대하기는 힘든 것 일 수 있다.

 

지나가는 구름 한 점을 바라보며 어떤 사람은 희망을 노래하고,

어떤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며, 어떤 사람은 한 없이 슬퍼지고,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비가 오려나"

내가 던진 이 한마디의 뜻을 당신은 어떻게 상상하는가?

과연 당신이 상상하는 그 뜻이 내 맘과 맞을까?

 

우리가 서로 조금만 더 생각하면 너의 상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보다 온전하게 서로의 감정이 전달될 수 있을거다.

 

일본의 시인 싱카와 가쓰에는 그의 시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의 맘 속에 있는 뜨거운 사랑의 말 하나를 찾는 것이 시인의 일인지 아니면 감추는 것이 시인의 역할인지.. "

어쨌든 사랑을 만난 후로 그는 시인이 된다.

 

"비가 오려나..."

과연 오는군. 비가...

장맛비가 과연 여름임을 알린다.

 

 

 

 

 

빗소리 / 박형준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누가 그랬던가. 밤에는 편지를 쓰지 말라고. 차마 부칠 수 없는 감정의 잔해들 때문이리라. 밤늦게까지 부스럭대다 깜박 잠든 사이 다녀간 당신이 있다. 그 밤,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뒤돌아서 간 당신 대신 오늘 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세월이 지나면 누구나 그런 사람 하나 가슴에 묻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청춘을 통과한 것이다. 술집 한구석에 말없이 술잔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어렵게 말을 건네면 희미하게 웃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기만 하던, 하얀 손가락 끝에서 놀던 투명한 소주잔에 남은 지문같이 아련하게 지워지지 않는 사람. 비 오는 날 밤의 일렁이는 감정을 이렇게 투명하게 추스를 수도 있구나. 오늘 밤 오랜만에 그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 통 넣어야겠다. 그리고 짓궂게 물어야겠다. 비 오는 날 밤 창문에 반짝이는 빗소리로 다녀가신 이 누구냐고..

 

 

 

       

 

 

 

연못 위로 솟아난 싱싱한 물풀의 잎파리에 이슬 방울이 몇 개 맺혀있다가 자그마한 바람에 무게를 못 이기고 그만 떼구르르 굴러 수면 위로 떨어진다. 수정처럼 투명한 구슬이 깨지지도 않고 또르륵 줄기를 타고 굴러 내리는 장면을 카메라는 클로오즈업한다. 이미지의 배경은 연녹색으로 안개처럼 흐려져있다. 그 앞에 몇 줄기의 물풀과 보석같은 물방울의 움직임이 강한 임팩트를 준다. 어느 TV광고 화면의 한 장면이었는데 그 때 효과음악으로 무엇을 골랐겠는가?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K.545) 이었다. 이미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우리 귀에 익은 친숙한 멜로디이다. 마치 피아노 건반 위에 빗방울이 떨어져서 울리는 듯한 멜로디...

 

 

 

 

 

 

 

  

 

Mozart/ Piano Sonata No.16 in Cmajor,

K.545 "Sonata Facile"

Mitsuko Uchida, Piano

 I Allegro     

 II Andante     

 

 III Rondo (Alleg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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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