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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3. 09:43

아름다운 약속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2. 2. 3. 09:43

 

 

광고 일을 하는 친구가 언젠가 내게 보여준 유명한 일본 광고가 생각난다. 일본의 유명한 술인 산토리 위스키의 텔레비전 씨엠이었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1941년의 미국의 어느 바에서 일본인 기자와 미국인 기자가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뉴스에서 일본과 미국의 전쟁, 즉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음을 알리는 보도가 나온다. 그리고 일본인 기자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국인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난 조국으로 돌아가야겠소. 조국을 위해서 싸워야 하오. 하지만, 우리, 전쟁이 끝나면 다시 이곳에서 만나 남은 술을 비웁시다. 친구."

 

일본 기자는 그 자리를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미국인은 술이 남은 위스키 병을 바라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가 된 그 광고는 분명 광고 효과 자체도 컸겠지만, 그 30초 정도 되는 시간 안에 우리에게 전달하는 우정과 휴머니즘의 메시지가 매우 감동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난 술이 아니라 우정을 마시던 이 두 기자의 약속이 반드시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히 그 바의 주인도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 술을 잘 보관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고싶다. 비록 이 이야기가 가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약속을 한다. 정확한 시간을 지켜야만 하는 약속, 정확한 질과 양을 지켜야만 하는 약속. 하지만, 꼭 정확한 시간이 아닐지라도, 정확한 질과 양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지켜질 것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믿게되는 아름다운 약속이 있다. 비록 그 약속이 아주 막연하게 들릴지라도, 그 약속을 하는 그 순간 만큼은 커다란 믿음과 신뢰로 그리고 이해와 배려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는 아름다운 약속. 그런 약속을 하고, 그런 약속을 기억하며 사는 모습은 아름답다.

 

어느 영화에서 본 장면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한적한 비행장. 마지막 비행기 마저 다 들어온 시간에 의자에 앉아 빙긋이 웃는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있다. 주인공이 물어본다

"할아버지, 누구 기다리세요?"

"친구가 오기로 했다오, 허허허.”

"오늘은 이제 비행기가 없는데요? 언제 오신댔죠?"

"그냥 오늘 쯤 올 것 같아서...허허. 오늘 안오면 내일이나 모레쯤 오려나...허허허,"

 

아름다운 하늘, 아름다운 약속, 아름다운 기다림이 있는 그런 당신과 나의 훗날이 되길 내 자신에게 부탁해보는 아침이다.

 

 

  

 

 

 

 

약속 / 이정하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겠습니다

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

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

기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대는 그저

돌아오기만 하십시오

 

 

 

 

모짜르트의 음악은 길 위에서 만들어졌다고 난 생각한다. 36년을 산 모차르트의 연보만 보아도 거의 매년 연주와 작곡 여행을 떠났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전 유럽을 돌아다녔다. 세상의 모든 길은 그의 음악이 되었다 그에게 여행은 음악가로서 완성되어가는 레슨과정이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대위법을 비롯한 음악 공부를 하고, 위대한 선배 작곡가들을 접하고, 여행을 하는 길 위에서도 작곡을 했다.

 

모짜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짜르트... 이 천재 아들은 아버지의 자랑이기도 했지만, 집안의 재산이기도 했다. 여섯 살 때부터 이어진 연주 여행을 다녀오면 아버지의 은행 잔고는 늘 두둑이 쌓였다.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이 점점 성인이 되어가면서 여자를 그리워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심지어 아들이 결혼하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모짜르트는 사랑에 목말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사랑을 찾아다녔다. 그곳에 사랑이 없다면 음악으로 사랑을 만들어갔다.

 

이런 아프리카속담이 있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오래 가려거든 함께 가라" 모짜르트 곁에는 이 음악신동에 열광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지 몰라도 그는  늘 외롭고 혼자였다. 그래서 그가

천방지축이었고 6살부터 연주여행을 떠나는 천재였는지도 모르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 세상엔 보편적 약속과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물을 찾는다는거다. 모짜르트에게 이기적인 아버지가 없었다면, 반대로 그가 사랑하는 애인을 얻게되었다면... 그의 천재적 음악성은 사장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목마름은 된 사람을 만든다. 이것이 인생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에게 세상이 주는 약속이라고 난 생각한다. 난 내 아들이 이런 약속을 기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Arthur Grumiaux, Violin

Clara Haskil, Piano

  

 

 1. Allegro moderato 0:00

2. Andantino sostenuto e cantabile 6:01
3. Rondo (Allegro)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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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