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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4. 10:24

탐색이냐 탐닉이냐 일상 속에서/나의insight2012. 5. 14. 10:24

 

 

좋은 배우자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라.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눈을 반쯤 감고 살아라"라고 하였고, 서양 속담에도 "서둘러 결혼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이 두 말의 공통점은 결혼의 승패는 결혼 전에 판가름난다는 점이다. 어떤 모양의 데이트든 데이트의 목적은 순간의 즐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즐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데이트를 하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우연 발생적 행동이 아닌, 데이트 시작부터 미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혼시대는 곧 탐색전이다. 탐색전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가급적 일대일로 만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이성에 대한 호감에만 이끌려 데이트를 하게 되면 탐색보다는 탐닉에 빠져버린다. 함께 대화를 나누기 보다 함께 육감적 쾌락을 즐기는 것이 더 많아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호감이 가는 그를 놓치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서 "일단 사귀어 가다보면 그 사람을 알겠지!"하고 만난다. 이 둘이 처음에 하는 일들이란 뻔하다."이번 토요일 시간 있니? 죽이는 영화 개봉했다는데 보러갈까? 아니면 다음 주 월요일에 수업 제끼고 에버랜드에나 갈까?" "아이, 어떻게 학생이 수업을 제끼니. (음...) 몇 시에 만날까?"

 

함께 영화보고, 에버랜드에 가는 게 너무 재미있다. 칙칙한 남자들끼리 영화를 보는 것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야릇함이 너무 좋다. 에버랜드에 온 많은 연인들을 보면서 나도 저들과 같은 연인에 속한다는 것이 뿌듯하다. 계속해서 서로는 둘 만의 스케줄을 잡는다. 장흥 야외 미술관, 라이브 공연장, 대학로 연극관 등, 온통 보고 느끼는 현장만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짧은 시간을 내어 갈 데가 없을 때, 이제 카페 죽돌이, 죽순이가 되어 버린다.

어둠과 연기와 소음이 가득 찬 곳에서 희희낙락하며 시간을 보내며 이제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둘은 아는 것이 너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널 사랑하나 봐"하며 찌릿찌릿한 고백을 나눈다. 그리고 그 전에 손을 잡은 사람은 구접을, 구접을 통과한 사람은 화끈한 싸랑 놀이로 마음을 나누게 되고 여자는 한쪽 구석에서 훌쩍훌쩍 운다.(요즘 여자 애들은 눈물이 없다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22살 박이 남자놈이 말한다. "걱정 마 내가 책임질게. 울 엄마한테 말해서 우리 결혼하자" 그러나 울 엄마라고 말하는 놈 치고 여자 행복하게 해 줄 인간은 별로 없다.

 

이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하는 것은 모두의 자유다. 그러나 모두의 판단에 도움이 될까해서 협박을 좀 하겠다. 긍정을 선택한 사람은 자기가 지금 앞선 '예'에 해당된 사람이거나 향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만남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미있음이 만남의 주된 이유가 될 때 탐닉에 빠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탐색은 어울려 만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룹 안에서 부담없이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진솔하게 상대를 살필 수 있고, 상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에게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게 된다.

 

나의 청년시절의 삶에 참으로 익숙했던 고스톱 판은 <어울려 만남>의 옥토?이다. 난 고스톱을 치면서 너무도 전형적인 인간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게되었다. .

 

다혈질 -

이 놈은 패를 얼굴에 보여준다. 좋은 패가 들어오면 흥분부터 한다. 그리고 생각이고 뭐고 없다.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즉시 패를 바닥에 내팽개치는 속전속결형이다. 그리고 나서는 "아이고 괜히 냈네" 후회한다. 그러다가 수 틀리면 판을 뒤집어 엎어버리기도 한다.

 

우울질 -

뭘 낼까? 항상 고민한다. 이런 사람하고 화투치면 짜증이 난다. 우울질 셋이서 치면 한 판에 하루가 걸릴 정도로 길어진다. 그리고 다혈질과는 달리 안내고 후회한다.

 

담즙질 -

철저한 Poker Face를 유지한다. "아이 패가 왜 이래"하면서 술수를 부리기도 한다. 자기 패에만 신경 써도 모자랄 판에 "야! 돌쇠, 고돌이다. 조심해라"라고 남에게 주의까지 준다.

 

점액질 -

투덜투덜 거린다. "왜 나만 매번 이렇게 들어오는거야? 야, 자리 좀 바꿔 보자" 점액질과 다혈질이 화투를 치면 심심하지는 않다. 옆에 친구가 점액질에게 "야, 제 고돌이 들고 있어, 신중히 내라"하면 이렇게 대꾸한다.

"니가 봤냐? 알아서 할테니까 가만있어!"

 

앉아서 심리 테스트가 이루어지는 현장은 <어울려 만남>의 최고의 유익이다. 뿐만 아니라 고스톱은 돈에 대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성격 테스트라 한다. 이 판에서 호감을 갖고 있었던 남자애가 1000원에 목숨을 걸고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변한다면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하며 호감을 거두면 그 뿐이다. 내가 호감을 가졌는지 다시 거두었는지는 오직 당사자만 알 뿐이다. 1000원에 살기 등등한 남자애가 여전히 멋있어 보이면 판돈 대주고 팍팍 밀어주면 그 뿐이다.

 

상대를 아는 것이 비단 고스톱 뿐이겠는가! 난 자주 땀흘리며 젊은애들과 농구나 야구같은 '어울려 만남'의 운동을 한다. 그런 운동모임 등을 통해 상대의 성격, 꿈, 삶의 스타일을 탐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울려 만남'의 실제적 유익이 있다면 돈이 너무너무 적게 든다.

 

젊은 시절, 아내와 수많은 데이트를 한 나는, 그때 데이트비용을 저축했다면 평생 노후가 보장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트럭으로 돈을 퍼 날랐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로 하여금 책값을 삥땅하는 죄를 저지르게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특정범죄가중으로 넘어가지 않았던 것은 지금의 아내가 당시 여자답지 않게 대범했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 사정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데이트비용을 사용하는 지혜로운 여자였다. 내가 빠질 수밖에 없는 여인이었고, 그녀와 만든 추억은 물 쓰듯 쓴 돈만큼이나 화려하다. (돈을 쓰라는 말인지 말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Story는 전설 속에 묻어두기 바란다. 나의 역사는 두 번 다시 반복되는 평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대 사상가 노신은 "젊은이여 나를 밟고 올라서라"라고 했다. 하지만 사랑은 꿈과는 달라서 밟고 일어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만이 이룰 수 있는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최소의 투자로 최다의 추억을 만들었다면 그는 또 하나의 유별난 신화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화를 만들겠다고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 2시간 동안 걸어다니고, 영화 간판만 보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자위하면 그건 신화 만들기가 아니라 자린고비 초극하기이다.

 

일단 어울려 만나면 자기 돈만 내면 된다. 돈이 없어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계산할 때 신발 조금 늦게 신으면 되고, 다음에 거하게 한턱내면 그 뿐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의 씀씀이도 알게 되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다.

 

 

'어울려 만남'의 또 다른 유익은 어색함이 없다는 것이다. 둘이 만날 때 종종 발생하는 일은 '말없는 침묵'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침묵조차 대화라고 하지만,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침묵은 견딜 수 없는 어색함이다. 이 어색함을 모면코자 허공을 보거나, 성냥을 부러뜨리고, "이 음악 참 좋다"는 등의 말로 겨우 겨우 채워나가는 고문을 겪게 된다. 이 어색함이 수시로 반복되면 둘은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만남을 재고하게 된다.

 

그러나 어울려 만남은 모든 분위기 자체가 자연스럽다. 말을 안 하는 침묵이 흐를 때 누구 한 명을 지목해 대화단절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뿐 더러, 침묵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어울려 모이는 모임에 정말 필요한 사람은 바로 말 한마디 마다 개그를 생각하는 남자애, 최고의 고문은 사람을 웃겨 죽이는 것이라는 철학?을 갖춘 사람이 입회하면, 침묵은 자리잡을 곳이 없을거다.

 

누구나 경험했듯이 마음 맞는 이들끼리는 밤을 지새워 얘기해도 화수분같은, 마르지 않는 대화의 주제가 넘쳐나게 된다. 이 가운데 자연스럽게 인생도 논하고, 자기 인생관과 이성관을 말하게 되는데, 바로 이 기회가 자신이 점 찍은 그 사람에게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기를 잘나게 부각시키기 위해 가장과 과장을 사용하는데 이는 파멸로 달려가는 지름길이다.

 

진솔한 자신의 인생관을 상대가 멋있게 보면 둘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무르익어 가는 것이고, 그 반대로 고리타분하게 봐서 나에게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여과시켜 나를 새로운 이성으로 인도하는 디딤돌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좋은 것이다.

 

어떤 남자애는 사랑에 빠진 뒤 그녀를 알아간다. 어떤 여자애는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다 사랑에 빠진다.

순서만 다를 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랑을 확신하는 기쁨을 누리기도하고, 사랑이 오해였음을 인정하는 아픔도 겪게 된다.

 

사람은 관계의 존재이다. 관계의 끈이 아픔의 채찍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한다. 나와 너의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걷는 것이 지혜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울림의 관계에서 지켜 본 뒤 둘 만의 데이트로 넘어가는 과정이 관계의 지혜 중 하나라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나의 말들이 탐색의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난 내가 알고있는 애들이 좀 더 신중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순수함은 여과의 횟수와 비례한다. 시간과 주변 상황의 여과를 거친 순수함은 모두의 데이트에 빛을 비추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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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