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24/10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예전에 읽었던 "지구를 살리는 일곱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라는 책은 사소한 것들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소한 것이 지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사소한 것들에 의해 깊어지기도 하고 또한 깨지기도 하는 것 같다.

 

연인들이 싸우는 것을 보면 그렇게 심각할 수가 없다. "헤어지자" "이혼하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싸움이라면 대단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대통령 선거 즈음에 정책 노선이 맞지 않아서 싸우거나, 미국의 세계화 정책에 대한 이견차이라도 발생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헤어짐이라는 악수惡手까지 써가며 싸우는 이유를 들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약속 시간에 10분 늦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않은 것 때문에 싸운다. 여자친구가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남자가 아는 척을 하지않자 "너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라는 투정으로 싸움이 시작되기도 한다.

 

사랑은 사소한 것에 쉽게 상처를 입는다. 큰 문제는 크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작은 문제는 작기 때문에 즉,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사랑은 사랑하는 이에게 목숨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어도, 그 사람이 나를 위해 죽는 것은 원치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소박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상함. 약속 시간에 일찍 오는 것. 손 잡을 때 성의있게 꽉 잡아주기. 추울 때 자기 목도리를 벗어 목에 감아주는 것 등의 사소한 것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거다.

 

이 소박하고 사소한 것의 표현을 통해 연인은 그가 원하지 않던 아니, 강렬하게 원하던 목숨바치는 사랑을 상상해본다. "이 추운 겨울에 자기의 목도리를 내 목에 감아주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나를 위해 목숨도 바칠 사람이야..." 순간 흐뭇한 마음이 몰려온다. 나도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도 해본다.

 

로미오와 쥴리엣의 사랑은 위기속에 핀 사랑이다. 집안의 반대라는 커다란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깊어지는 사랑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위기가 키우지 않는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을 키우는 것은 위기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의 배려를 통해 성장한다. 기억나지 않는 약속지킴, 언제 했는지도 모르는 전화 몇 통화, 콧물 흐르는 그의 주머니에 넣어 준 아스피린 등의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섬세함이 사랑을 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오래 전,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서 동네입구 세탁소에 들려 아내의 외출복을 찾아다 주었었다. 그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는 것이다. 방에 들어와선 양말을 벗어 뒤집어지지 않게 한 다음 세탁바구니에 넣었다. 그러자 아내는 자기를 생각해준다고 박수까지 치며 너무 좋아했었다. 내일 밥그릇을 싱크대에 직접 갖다놓으면 내 아내는 눈물을 흘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레 침대이불까지 갠다면 기절할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내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이불개는 일은 일주일 뒤부터 시작해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었다. 사소한 것을 자양분삼아 성장하는 것이 사랑이다.

 

 

 

 

 

 

 

 

 

 

 

 

 

 

 

'일상 속에서 > 지나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내라  (0) 2014.05.03
결혼식장에서의 덕담  (0) 2014.04.28
데이트 장소를 찾는 연인에게  (0) 2013.10.19
모험으로 사는 인생  (0) 2013.03.30
이태원 짝퉁골목  (0) 2013.01.24
:
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