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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3. 11:45

힘내라 일상 속에서/지나간 일상2014. 5. 3. 11:45

 

의미가 어떻든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S.Eliot의 싯귀는 나에게만큼은 분명 틀림없이 맞는 선언이다.

나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4월의 탄생석은 Diamond로서 지성, 순결, 애정을 상징한다.

4월은 인내하며 서로의 애정을 지켜가는 달이어야 하건만,

여기 저기서 깨어진 애정으로 인해 고통하는 신음이 들리고 있었다.

그 신음소리들이 나에겐 익명이 아니기에 내 억장까지 파헤치는 예리함으로 다가선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를 찾아온 학생들이 점점 금이 가는 사랑으로 인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더 한심해졌다.

호감어린 시선을 갖고 나에게 상담을 받은 이들이건만,

맥없이 별리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변명을 해본다.

왜 그들은 나의 탁월한? 조언과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인지 분석해본다.
우선 그들은 언제나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 나를 찾아왔다.

정말 예외가 없었다.
만날 때마다 묻곤했던 "애, 너 아직 혼자냐" 는 상투적 인사에
"네, 저 사귀고 있어요"라는 희망찬 답례가 올 때가 있다.

"그래? 누군데.."하면,

"이십오년님은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라고 웃으며 사귀는 친구의 이름을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가끔 볼 때마다 얼굴에 어린 환한 표정을 보면서 '음, 잘되어가고 있구나...'라고 짐작만 했다.
"언제 한 번 데리고 와. 점심이나 같이 먹자"

 

하지만 이 인사만큼은 되돌아오지 않는 침묵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이십오년님, 한번 찾아뵈어도 되요?"라는 무거운 목소리가 담긴 전화가 온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나의 상담은 언제나 무거운 상담이었다.

닥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말해주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느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답을 함께 모색했다.

사랑의 출발선상에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ㅜ

두 번째 변명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혼자만 상담하러 온다는 점이다.

난 한 번도 연인이 함께 오는 상담을 해 본 적이 없다.

함께 오고 싶어도 한쪽의 미온적 태도로 한 짝만 가지고 갈등과 씨름했다.

대개의 경우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둘이 함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없이는 금이 간 사랑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남자애들이 더 안 찾아온다.

연인지간의 주도권을 논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언일지 모르나 아직까지도 남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아니, 남자가 문제의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같다.

연인과 함께 나를 찾아올 정도라면 문제의 90%는 해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인지간의 문제는,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변명은, 나의 부족함이다.

know-how의 시대가 아니라 know-where의 시대라고 한다.

어디에 답이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지혜이다.

그런데 청년들의 비극은, 나에게 찾아오기만 하면 문제의 답을 정확히 알려줄 것이라고 오해했다는 점이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들은 희생자일 뿐이다.

인터넷에 수시로 뜨는 팝업창처럼, 내가 청년들의 어떤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 처럼 

그들로 하여금 인식하게 만든 나의 경망스러움과 이벤트적 사고방식의 희생자일 뿐이다.
나에게 상담받는 아이들 마다 끝내 헤어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 애들아! 너희는 속은거야"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는 차량의 사전 점검이 필수이다.

그리고 2시간 내지 3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려서 커피를 마시며 쉬어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

사랑은 장거리 여행과 같다.

서로에 대한 태도의 신중함, 그리고 인생을 앞서 사는 연륜자에게 들르는 쉼을 가지라고 주제넘게 권면하고 싶다.

 

5월의 탄생석은, 행복의 상징인 에메랄드((Emerald)이다.

내 겸손한 기도의 에봇에 새겨진 그 이름들에게 에메랄드와 함께 이 노랠 들려주고 싶다.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


"얘들아, 힘내!"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은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만큼이나

행복하고 마음 편한 일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젊거나 날씬해지려고 애쓰기를 포기하는 날은

얼마나 즐거운가.

 

우리는 말한다.

'다행이야! 그런 환상들은 이제 사라졌어.'

 

자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자랑거리일 뿐만 아니라

부담이기도 하다.

 

- 윌리엄 제임스

 

 

 

꽃송이가 / 버스커 버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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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