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24/10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봄이 되니 결혼식 소식이 솔솔히 들린다.

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신랑, 신부와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데 그 덕담의 주된 내용은 외모에 관련된 것이다.

신부를 보며 "와 신랑보다 훨 낫다. 정말 아깝다"

신랑을 보며 "너 지금 신부와 결혼하기에는 아깝다. 그래도 결혼하는 것 보니 사랑하는가 보구나?"

이건 덕담이 아니라 악담이며, 축복이 아니라 이간이다.

 

허나 한술 더 뜨는 것은 신랑, 신부의 반응이다. 신부보다 훨 낫다는 말을 들으면서 매우 즐거워한다. "

에이 화장해서 그런거야. 남자도 화장하니까 사진 잘 받더라"는 식으로 밝은 미소를 짓는다.

신랑보다 더 멋진 신부가 된다고 해서 사는 데 유익이 되는가? 도리어 다툼의 씨앗이 될 뿐이다.

능력있는 내가 무능한 당신한테 시집와서 고생만 한다는 원망만 쌓일 뿐이다.

 

사랑은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을 보라. 온달은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기적처럼 평강공주와 결혼하게 되고 바보가 장군이 되는 가치상승이 이루어졌다.

온달은 자신의 변화가 평강공주 때문이라며 평생 평강공주를 떠받들며 살았다.

 

난 41살 때 처음 주례를 했다. 결혼식단에 서면 하객의 웅성거림을 듣게 된다.

"주례자가 너무 젊은 거 아니야"

"젊다니? 너무 어린데 뭐…"

부정적인 웅성거림 중에 내 귀에 복음이 들렸다.

"어려 보이지만 김씨 가문에서 주례를 맡길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닌가 보네"

순간 내 존재가치가 높아짐을 느꼈다.

인생의 햇병아리인 내게 주례를 부탁한 신랑, 신부 때문에 대단한 인사가 되었다.

나 역시 김씨 가문을 높이기 위해 혼신을 다해 주례를 했다.

 

사랑은 존경을 잉태한다.

사랑은 사랑받는 이의 존재가치를 격상시키는데 이를 존경이라 한다.

존경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이며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카리스마다.

 

내 딸 예정이는 태어날 때부터 사랑한 '베개'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베게를 사 주어도 잠 잘 때면 다 헤어진 첫 베개를 껴안고 잤다.

예정이보다 더 신기한 건 우리 부부의 태도였다. 낡은 베개 버리면 그만인데 버리지를 못했다.

우리가 더 애지중지하며 베개를 관리했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갈 때 짐을 최대로 줄여야 하는 때에도 예정이의 베개를 챙길 정도였다.

 

사랑받는 베개는 우리 부부에게 물건이 아니라 인격이며, 소중한 영혼이었다.

물건도 사랑 받으면 아우라가 생기는데 사랑받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존경은 스스로 만들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선물이기도 하다.

존경은 사랑의 품에서 잉태해서 사랑의 젖을 먹으며 자란다.

 

오늘 결혼식에 가는 이여! 가서 이런 덕담을 나누라.

"신랑 너보다 신부가 훨 낫다. 넌 복 받은겨…."

 

 

 

 

작년 초여름,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만난 미경이... 그때 내가 찍은 사진기 속의 너... 나이 32에 조금은 늦었지?

뜻하지 않은 결혼소식에 누구보다 난 반가웠다. "미경아, 늘 행복하렴"

 

 

 

 

 

 

 

 

'일상 속에서 > 지나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에 빠뜨리기  (0) 2014.06.06
힘내라  (0) 2014.05.03
사소함을 자양분삼아..  (0) 2014.04.16
데이트 장소를 찾는 연인에게  (0) 2013.10.19
모험으로 사는 인생  (0) 2013.03.30
:
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