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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29. 13:15

평안을 빌며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1. 29. 13:15

 

 

The Massacre in Korea, 1951 / Pablo Picasso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것을 중.고 교과서에 명기 할 것을 공식적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은 설 이후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시했다.

조류 바이러스, 개인정보 유출... 여러가지로 시끄럽고 혼란스런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평화의 사도인 로마교황의 8월 방한이 보도되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어떤 학생이 있다. 방학을 맞아 고향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갔다.

그날도 아침부터 부모님은 사소한 일을 가지고 티격태격하며 싸운 모양이다.

이 학생은 번번히 이러한 일을 겪어야만 했고 그 마음 속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살고싶지 않습니다' 자기 방에 이 짧막한 메모 한장 남기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는데 모름지기 마음에 평화가 있어야 한다.  마음의 평안처럼 중요한 것이 또 없다.

우리는 그동안 잘살아보겠다며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고 온갖 노력을 경주해왔다.

GNP만 높아지면 행복이 저절로 얻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나라엔 무엇보다도 평화가 필요했다. 평화롭지 못한 가운데 이 땅엔 얼마나 많은 불량품이 있는가.

가정이 평화롭지 못한 가운데 자녀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좋은 직장을 들어간 들 무슨 소용이 있나.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이야 했겠지만, 나는 이처럼 평화가 소중하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평화가 있을 때 창조력이 있고 지혜가 생겨나고 생산의 기초가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알렉시스 카렉박사는 "걱정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사업가는 일찍 죽는다"고 말한 바 있다.

맞는 얘기다. 어떤 걱정이든 그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자기 안에 있어야 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니까 술을 마시고 잠을 못 이룬다.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늘어가는 이 나라 안의 우울증환자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Guernica, 1937 / Pablo Picasso

 

 

팍스(Pax)라는 말이 있다. 영어 Peace의 어원인 팍스는 로마사람들의 사상,

즉 로마 철학에서의 평화를 가리킨다.

경제력이건 정치력이건 큰 힘이 작용할 때의 조용한 상태가 바로 팍스다.

누구도 반란을 도모하지 못한다. 큰소리도 못낸다.

삼성그룹 일가의 커다란 비리 앞에서도 이 나라 누구하나도 할 말을 못한다. 그 거대한 경제력에 눌려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이 나라의 권력은 백성들의 아우성을 일거에 침잠케한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고요한 것 처럼 보인다. 마치 공동묘지의 고요함처럼 모두가 억압에 눌려

조용하다.

로마사람들은 이 고요함을 평화라고 했다.

그러나 이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억압 속에 있는 것일 뿐.

 

한 선각자가 죽음을 눈 앞에 두고있다.

집행관이 다가와 죽기 전에 할 말은 없느냐고 묻는다. 선각자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당신의 두 손을 내밀어서 한쪽 손은 내 가슴에 대어보고 한 쪽 손은 당신의 가슴에 대어보시오.누구의 심장이 더 뛰고 있습니까? 당신은 나를 죽일 생각에 몹시 불안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같이 평안하다오."

 

 

Max Bruch

 

몇년 전, 설 연휴기간에 예술의 전당에서 감상한 신년음악회 연주목록엔 유대계 독일 작곡가 막스 브루흐(1838~1920)의 첼로 협주곡 <콜 니드라이>가 들어 있었다.

그의 음악은 유대인 특유의 절제된 생활과 깊은 신앙심을 바탕에 깔고 있어 환상적인 느낌과 경건한

느낌이 공존한다.

브루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콜 니드라이 - Kol Nidrei>는 '신의 날'이란 뜻으로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속죄의 날 저녁에 부르는 교회 성가를 변주곡 형식으로 꾸민 환상곡이다.

첼로의 선율이 너무도 아름다운 이 곡은 동양적 우수와 로맨틱한 시정으로 가득 차 있다.

 

 

Max Bruch ; Kol Nidrei, Op. 47
Jacqueline Du Pré; Cello,  Daniel Barenboim;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브루흐가 활동하던 19세기의 유럽은 크고 작은 전쟁으로 지도의 모양이 수시로 바뀌었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전쟁을 통해 생의 근원적 문제를 파헤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러시아 문학의 백미. 전쟁문학의 명작들은 전쟁의 실상을 생생하게 고발함으로써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쟁과 평화>에서 주인공 안드레이는 전쟁터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가 의식을 되찾은 뒤

이렇게 말한다.

"어째서 지금까지 저렇게 푸른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내일부터 명절 연휴다. 어린이 독감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새해엔 우리 모두의 가정이 마음의 독감이 없이 평안하고 건강하길 바라며...

 

 

Pachelbel ; Canon In D Major

 

Bach ; Jesus bleibet meine freude, Kantate BWV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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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