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망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1. 2. 11:37
John F. Herring, Jr.(1820 - 1907)
Lady at the Piano / Renoir, Pierre-Auguste
로테는 내게 있어 신성한 존재야. 로테 앞에서는 일체의 욕망이 침묵하네. 로테 앞에 있으면 내 자신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네. 마치 영혼이 모든 신경 속에서 물구나무 선 듯한 느낌이 들거든. 천사와도 같이 경건한 느낌으로 로테가 연주하는 피아노 멜로디가 있다네. 로테가 아주 좋아하는 곡이지. 그녀가 그 곡의 첫 음절만 연주해도 나는 온갖 괴로움과 방황, 근심에서 해방되고 마네. |
클래식을 감상하면서 베르테르와 같은 심정에 휩싸여 본 적이 있다면... 클래식 애호가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클래식을 평생의 친구로 삼아도 되는 까닭은 그 아름다운 멜로디와 조화로운 화성에서 오감의 엑스터시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며, 괴테가 말했듯이 고전음악에 내재된 위대한 힘이 어둠에 갇혀있는 영혼을 밝은 세계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괴테가 20세 때 발표한 첫 번째 시집의 타이틀은 <새로운 노래>였다. 괴테는 누구도 부르지 못할 시적인 언어로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음악가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베토벤은 극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피델리오>, <코리올란>, <에그몬트>를 작곡했는데 그 중에서 <에그몬트>는 괴테가 12년에 걸쳐 완성한 5막의 비극으로 16세기 네덜란드 독립운동의 지도자 에그몬트 백작을 주인공으로 한 것. 이 작품을 음악으로 옮긴 베토벤은 단순한 비극의 차원을 넘어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모습을 힘찬 악상에 담아 찬미했다. '승리를 향한 투쟁적인 인간의 모습'은 베토벤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이상적인 사랑을 추구했던 그의 '낭만성'에서 찾아야 할게다.
Archduke Rudolph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세계에 감동 받아 평생토록 그를 후원한 귀족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가 바로 루돌프 대공(1788-1831)이다. 음악적인 재능도 뛰어났던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으로부터 작곡 기법을 배워 열정과 낭만이 적절하게 조화된 <피아노와 첼로, 클라리넷을 위한 트리오>를 작곡하기도 했다. 베토벤의 천재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그는 스승의 괴팍(?)한 성질을 잘도 참아냈다. 베토벤은 그 보답으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 황제>와 <대공 트리오>, <피아노 소나타 - 고별>, <장엄 미사>를 작곡하여 헌정하였다.
산에 오르다보면 체력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테스트 할 순간이 찾아온다. 이른바 깔딱 고개... 45도가 넘는 가파른 산길이다.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올라갔다 어차피 다시 내려올텐데... 올라간 셈치고 여기서 이만 돌아갈까? 아니야! 그래도 파란 하늘의 감촉이 어떤지는 느껴봐야지. 내 영혼에 날개를 달아보기로 한다. 이카루스처럼 하늘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느낌... 일순간 내 존재의 무게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투명한 감성만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이런 것이 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인가?
Striding Man / Giacometti |
산의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보며 생의 환희와 희열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산에 오르지 않고는 산 아래를 볼 수 없다. 먼 곳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면? 고독을 평생 친구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끝없는 방랑 끝에 절대고독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괴테도 베토벤도 분명 그러했으리라. 2014년 내 작은 소망 하나는 내 삶의 조성과 주제선율이 더욱 아름답게 변주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Wiener Philharmonic Fanfare
Richard Strauss, Fanfare Wie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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