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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4. 09:37

I love piano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2. 11. 24. 09:37

 

 

Woman at a Piano, 1900 / Giovanni Boldini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느 집 창문 밖으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피아노를 빌트인 했는지 제법 크고 또렷하게 들려온다. 도미파솔라솔파미 레파솔라시라솔파.. 창밖으로 슈베르트의 소나타가 흘러나오고 집으로 가던 내 발걸음은 계음을 헤아리려는 듯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그러다가 박자를 잃어버린 검은 건반, 하얀 건반.. 후두둑 맑은 날 갑자기 쏟아지던 비오는 날, 음계가 빗물을 따라 검은 건반과 하얀 건반을 움직이게 만든다.

 

피아노가 가진 수 많은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다른 악기와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기 음에 무척이나 충실한 악기이긴 하지만, 음색을 부드럽게만 잘 만들어준다면, 독주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 잘 융합되어 전혀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피아노 음색만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음악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다른 악기들과의 조합으로도 피아노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음악가도 있어야되지 않을까..?

 

슈베르트((1797-1828)..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음악가였기에 자신의 피아노를 갖지 못했다고 한다. 작곡을 할 때면 슈베르트는 친구 집의 피아노를 빌려 곡을 완성시켰으며 대부분 기타로 음악을 작곡했다. 슈베르트가 얼마나 피아노를 원했는지, 또 얼마나 피아노를 사랑했는지 20살 때 작곡한 예술가곡 <나의 피아노에게-An mein Klavier>를 들어보면 그 심정을 읽을 수 있다.

 

 

 

 

 Shubert at the piano(Schubert an Klavier),1898 / Gustav Klimt.

 

 

     An mein Klavier, D.342

Sanftes Klavier,
Welche Entzuckungen schaffest du mir,
Sanftes Klavier!
Wenn sich die Schonen
Tandelnd verwohnen,
Weih' ich mich dir,
Liebes Klavier!

Bin ich allein,
Hauch' ich dir meine Empfindungen ein,
Himmlisch und rein.
Unschuld im Spiele,
Tugendgefuhle,
Sprechen aus dir,
Trautes Klavier!

Sing' ich dazu,
Goldener Flugel, welch' himmlische Ruh'
Lispelst mir du!
Tranen der Freude
Netzen die Saite!
Silberner Klang
Tragt den Gesang.

Sanftes Klavier,
Welche Entzuckungen schaffest du mir,
Goldnes Klavier!
Wenn mich im Leben
Sorgen umschweben,
Tone du mir,
Trautes Klavier!

감미로운 음색의 피아노,
너는 내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
감미로운 피아노야!
저기 어여쁜 아가씨들이
기쁨에 넘쳐 있을 때,
나는 너에게 빠져들게 된다,
사랑스런 나의 피아노야 !

내가 만약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면
거룩하고 순결한 너에게
내 마음을 불어넣으리니.
순결함과 놀라운 느낌이
너로부터 나온다,
소중한 나의 피아노야!

황금 날개 위에서
너와 함께 노래하고
너는 내게 천상의 평화를 속삭인다!
기쁨의 눈물은
너의 현을 적시누나!
은빛 소리가
노래를 실어 나른다.

감미로운 음색의 피아노,
너는 내게 기쁨을 안겨 주었다,
빛나는 나의 피아노야!
내 삶 속에
고뇌가 가득할 때
너는 내게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주었지,
너무도 소중한 나의 피아노!


 

친구가 쓴 시에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부친 슈베르트... 피아노를 향한 그의 순수한 애정이 실려있어 감동적이다. 문득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여인 조각상을 만들어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도록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간절한 소망에 아프로디테 여신이 감동하여 그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는 전설.

 

 

 

Pygmalion Seeing His Statue / Le Moyne, Francois

 

 

슈베르트가 피그말리온처럼 소원을 빌었다면? 피아노가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로 변했을지도 모르는데... 그에게도 베토벤처럼 불멸의 연인이 있었다면~ 슈만처럼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면~ 사랑의 노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남겨 놓았으리라. 작곡가의 필수 악기라 할 수 있는 피아노 없이도 아름다운 악상을 수없이 그려낸 슈베르트야말로 음악의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피아노 소나타 1번

 

슈베르트가 작곡한 피아노 곡 중에서 <피아노 소나타 1번 E minor D.157>은 맑은 시냇물처럼 청아한 그의 음악세계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1악장 알레그로의 멜랑꼬릭한 주제선율, 포르테와 피아니시모의 은구슬 굴러가는듯한 절묘한 하모니, 2악장 안단테의 부드러우면서도 장중한 선율, 특히 3악장 알레그로 비바체에서의 천의무봉한 멜로디는 마치 크리스탈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Piano Sonata No.1 in E major, Unfinished, D.157

 

Wilhelm Kempff,Piano

 


I. Allegro ma non troppo               

 


II. Andante                                                

                         


III. Menuetto: Allegro vivace - Trio      

 

 

 

<피아노>건반의 살아 숨쉬는 시적인 언어와 함께 소나타의 시적인 선율을 감상하니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와 닿는다. 음악적인 아름다운 언어, 시적인 아름다운 선율... 뭔가 서로 통하는 것 같지 않은가... 피아노는 화성과 선율을 함께 표현할 수 있으며 A에서 C까지 7과 1/4 옥타브나 되는 넓은 음역, 풍부한 음량은 물론 페달로 긴 여운을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센 음(포르티시모)과 약한 음(피아니시모)을 맘대로 낼 수 있는 만능 악기이다.

 

 

 

 

 

Girl at Piano,1963 / Roy Lichtenstein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을 듣고 있노라면 슈베르트는 물론이고 피아노라는 악기를 발명해낸 그 누군가에게도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피아노는 자신의 색깔도 아름답게 표현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다른 악기의 색깔마저도 아름답게 만든다. 게다가 가곡에서 피아노는 더욱 풍성한 감성을 전달한다. 어디 피아노뿐이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기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다. 

 

 

 피아노 소나타 8번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고 죽기 1년 전까지 자기 소유의 피아노를 갖지 못했던 슈베르트였지만 그는 100여곡의 피아노 작품을 남기며 피아노 음악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슈만이 그를 가리켜 '피아노를 피아노답게 다룰 줄 아는 사람' 이라고 평했을 만큼 슈베르트는 이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었다. 아주 어릴 적 책장 안에 꽂혀 있던 시집 안에 이 시가 있었다. 서정적인 슈베르트의 8번 소나타를 들으며 갑자기 이 시가 생각이 났다. 공교롭게도 이 시의 제목이 나에게 묻는 것 처럼 느껴진다.

 

 

너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 릴케

 

너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몰라, 내가 너에게 사과를 주었던 일을.
그리고 너의 금빛 머리카락을 조용히 빚겨 올리던 일을.
너는 아직도 알고 있는지 몰라, 그때는 내가 잘 웃던 때였던 것을.
그리고 너는 철없는 어린애였던 것을.

어느덧 나는 웃지 않게 되었다.
나의 가슴 속엔 젊은 희망과 묵은 슬픔이 불타고 있었다.
언제였던가 여선생이
너에게서 '베르테르'를 빼앗던 무렵이었다.

봄이 부르고 있었다. 내가 네 뺨에 입맞추자
네 눈은 크게 기쁨에 넘쳐 나를 쳐다보았다.
일요일이었다. 멀리 종소리가 울리고
숲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내리고 있었다.

 

 

 

Piano Sonata No. 8 in F sharp minor (fragment), D. 571

 

 

András Schiff,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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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