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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24. 13:47

나는 아버지다 청구동 시절/나의 가족들2022. 7. 24. 13:47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어가는 어떤 가장의 애뜻한 부정과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정수라는 사람에게는 고3 수험생 딸이 있다. 지원이라는 아이인데, 공부를 아주 잘한다.

이 딸이 희망하는 대학은 서울대 영문과이다. 

소설이 쓰여질 당시 서울대 영문과 정원은 35명이었다.

딸이 서울대 영문과를 진학하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머리 속에는 35라는 숫자로 가득차게 된다.

오직 35. "딸애가 서울대 영문과에 들어갈 때까지 나도 35를 지켜야지"

 

그러면서 아버지는 35라는 숫자에 집착한다.

버스를 타도 절대 뒷자리에 앉지 않는다.

앞에서부터 세어 35번째 안에 앉는다.

지하철 개찰구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35번째 안에 들어간다.

나올 때도 35번째 안에 빠져나온다.

운전은 하지 않는다.

신호등이 바뀔 때면 맨 앞에서 35번째 안에 서 있어야 하는데, 매번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불편을 선택한다.

직장에 출근하면서도 35분 안에 들어가야 마음이 편하다.

택시를 탈 때도 택시 번호판 맨 뒷자리 숫자가 35를 넘으면 빈 차가 와도 그냥 보내버린다.

35 이내의 숫자가 붙은 차만 탄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대 캠퍼스에 가서 그 땅을 밟으면서 딸이 영문과에 들어가길 기도한다.

 

결국 딸이 서울대 영문과에 합격한다. 그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저렇게 사랑이 진한 아버지는 없다.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러나 정작 딸과 아내는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는 사람,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긴다.

진정으로 딸을 사랑하고 가정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랑을 아는 것이다.

철이 들기 전까지는 내 사랑을 원하고 내 사랑대로 되지 않음에 상처받는다.

철없는 자녀는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을 이해하기보다 아버지의 무뚝뚝함에 상처받는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상처가 별이 된다.

아버지가 준 마음의 상처가 아버지가 베푼 사랑임을 느낀다.

 아버지 때문에 속상했던 지난 날이 미안하고, 아버지 같은 남자 만나지 않겠다는 결심이 부끄럽다.

 

사랑은 하나이지만, 사랑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랑이 드라마의 주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마다 사랑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다름이 갈등이 되고, 긴장이 되고, 환희가 된다.

그래서 사랑이 인생의 영원한 주제가 되는건가 보다.

 아버지된 내가 아파하는 내 아들을 위해 할 일은 그저 사랑하는 일 뿐이다.

 

When I Fall In Love - Celine Dion & Clive Grif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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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