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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0. 12:31

겨울에 쓰는 음악편지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12. 10. 12:31

 

 

Along the Seine / Frederick Childe Hassam

 

 

계절은 언제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추운 겨울이 태양의 계절 여름보다 때로는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어제 눈이 내렸기 때문일게다. 어느 겨울엔가 차를 몰고 눈내리는 올림픽대로를 달리고있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에 도로는 꽉 막혀있었다. 그때 FM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쇼팽의 <피아노 콘첼토 1번 2악장>... 일명 '로망스' 라르게토 악장에 담겨진 그 아름다운 선율과 우아한 정서는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때로는 두발을 뻗고 울고싶을 정도로 음악의 환상에 한없이 젖어 들게 만들었다.

 

 

Chopin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  II. Romance - Larghetto .

Evgeny Kissin, Piano

 

 

고전음악은 마치 프리즘의 빛깔과 같다. 프리즘에 빛을 투과시키면 일곱가지 아름다운 빛깔로 분해되는 것처럼 고전음악은 듣는 장소, 분위기, 연주자의 컬러에 따라 각양각색의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고독해 진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음악이라는 순수한 영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허전함 때문 아닐까?

 

아침에 집 뒷산에 오르니 피부에 닿는 차가움 바람이 겨울임을 실감케한다. 문득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서운 바람 속에 날씨는 차갑긴 하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책과 노트를 정리하다가 박스 속에 넣어둔 오래 전 노트에서 '헤르만 헤세'의 시를 발견했다. 지금은 누렇게 퇴색해 버렸지만 검정 볼펜으로 끄적여 놓은 낙서와 스케치들 속에는 지나간 나의 젊은 날의 추억들이 담겨져 있었다.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젊은 날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 날 태양의 광휘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수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

추억은 소중한 것이었다.

잘못도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노트 한 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써놓은 'Agnus Dei'... '신의 어린 양'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모짜르트의 <레퀴엠>에 씌여진 것으로 "세상의 죄를 사해 주시는 신의 어린 양,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옵소서..." 라는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삶의 굴레 안에서 고뇌하는 우리 젊은 날의 초상은 신앙을 통해 그 영혼이 구원받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가로운 점심시간, 스피커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몇장의 음반들... 그들은 자신의 몸안에 음악의 선율을 담고 있는 행복한 존재들이다. 따뜻한 음색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바이올린의 거장 오이스트라흐,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이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 콘첼토 2번>의 리리시즘,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의 불꽃과 같은 환희, 러시아의 신동 에프게니 키신의 쇼팽 전주곡 4번, 드뷔시의 <전주곡>중 '아나카프리의 언덕'을 모네의 풍경화처럼 그려내는 피아니스트 미켈란젤리. 정명훈이 지휘하는 브람스 <교향곡 2번> 2악장에 담겨진 가을빛 우수와 고독.... 그 음반들 속에는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감성과 고귀한 음악세계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 Morning Snow - Hudson River / George Bellows

 

 

낙엽 구르던 가을이 어느새 겨울로 접어 들었다. 이런 겨울날에는 햇볕 잘드는 거실 창가에 편안히 앉아 문학의 향기 그윽한 한권의 시집을 읽으며 음악의 향기에 취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오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따뜻한 사랑을 담아 그리운 사람에게 겨울편지를 띄워보자!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게 하는 한겨울의 추위를 조금은 잊게 될지도 모르니까...

 

 

Chopin - Piano Concerto Nº 2. II Larghetto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André Previn
Arthur Rubinstein, pianio

 

Beethoven Symphony No.9 'Choral'

 

Chopin Ballade no.4

Evgeny Kissin, piano


Debussy  Les Collines d'Anacapri

Michelangeli, Piano

 

Brahms Symphony No.2 2mvt

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conducted by Myung-Whu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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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