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24/10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4. 2. 14. 13:25

석양은 아름답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4. 2. 14. 13:25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35대 대통령 Jhon F. Kennedy가 저격당하기 전날밤에 만찬회에서 행한 연설이 있다. 그 연설은 내용도 중요하다만, 바로 그 다음날로 세상을 떠났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그는 연설 가운데 이러한 말을 한다. "당신의 일에 성실을 다했습니까?" the best -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질문.. "하는 일에 전적으로 헌신하였습니까?" totally commit - 전적으로 헌신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거란 말이다.

 

그렇다. 우린 이 질문들에 대답을 해야만 한다.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된다고 해서 죽음을 원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이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나는 단 하나의 길은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것 뿐이다." 참으로 일리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난 청년시절 시골에서 잠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도시사람인 나는 시골에서 배우고 느끼게 된 것들이 참 많았다. 농사를 짓는 시골 할아버지는 달구지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 소에 멍에를 매곤 하셨다. 달구지에 무거운 짐을 잔뜩 실어놓고 소를 끌어다 멍에를 얹으려 하면 이 놈이 눈치를 채고는 살짝 피한다. 다시 끌어오면 또 돌아가버린다. 결국에는 할아버지에게 한대 얻어맞은 다음에야 가만히 있는다. 소에게 멍에를 들어 얹고 묵줄을 맨다. 그러면 제아무리 힘세고 사나운 소라도 이제는 벗어날 길이 없다. 발버퉁쳐도 소용이 없다. 멍에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주인이 지정한 목적지까지 달구지를 끌고 가는 수 밖에 없다.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야 주인이 멍에를 벗긴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사람은 경주자다." 모름지기 경주에는 출발점이 있고 코스가 있고 종착점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인생의 종착점에 멋지게 골인한 어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이규혁(37)선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했고 세계신기록도 세웠었지만, 유독 올림픽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 이번 소치올림픽은 그에게 통산 여섯 번째 도전이었지만 결국 노메달로 레이스를 마쳤다. 하지만 며칠 전 그의 마지막 얼음판 위에서의 질주는 그 어떤 승리의 레이스보다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웠으며 많은 국민들에게 찡한 감동을 주었다. 운동선수로서의 그의 인생의 코스를 들여다보면 지독히 운이 없는 선수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종착점에 도달한 그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그는 마지막 경기 후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나의 선수로서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다음 올림픽은 없다. 더 이상은 없다.

어쩌면 그동안 올림픽은 핑계였다. 메달의 가능성도 없으면서 올림픽을 핑계로 내 좋아하는 스케이트를

계속 했다. 그래서 즐거웠던 것 같다. 메달을 떠나 스케이트 선수로서 행복했다."

 

인터뷰 중 입은 웃고있지만 눈가는 촉촉한 그였다. 원하는 결과가 없다해서 스스로 포기하며 주저앉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멍에를 끝까지 짊어지고 마침내 종착점에 도달한 그. 자신의 멍에에 성실을 다했고, 국가대표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의 헌신을 한 그. 이제 그는 선수로서 그동안 즐거웠던 멍에를 자랑스럽고 기쁘게 벗게된다.

 

 

Beethoven Baudelairien (보들레르적인 베토벤) / Antoine Bourdelle

 

 

음악에의 멍에를 짊어지고 인생의 코스를 질주하다가 사라진 수많은 음악가들... 그 중에서도 나는 왜 갑자기 베토벤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의 열정과 비극적 운명 때문일 것이다. 베토벤의 열정적이고도 숙명적인 삶에 감동한 한 조각가가 있다. 남프랑스의 몽토방에서 태어난 앙트완 부르델(1861-1929)이다. 부르델은 27살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베토벤에 심취하여 45점에 달하는 조각과 뎃생 그리고 스케치를 남겨 놓았다. 베토벤의 열정과 비극적 운명에 공감했던 그는 베토벤과 일체화된 자신의 정체성을 조형물에 담아놓았던 것이다.  부르델이 빚어놓은 <보들레르적인 베토벤>을 보면 음악가의 꿈과 고뇌 그리고 절대 음악을 향한 굳은 의지가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Beethoven Grande Pathetique(베토벤, 비창) /  Antoine Bourdelle

 

 

십자가를 등지고 서있는 베토벤의 비장한 저 모습은 인생의 석양을 등지고 있는 음악에의

헌신자의 모습과도 같지않은가.

 

 

조각과 음악은 같은 것이다.

조각가는 매쓰(MASS)와 볼륨(VOLUME)으로 건축하고

음악가는 음(音)으로 건축한다

 

- 부르델

 

음악가는 음악으로,

조각가는 조각하며,

스포츠맨은 그것으로 生을 건축하다보면 석양은 아름답게 져간다고 말해도 맞을까.

 

 

 

Beethoven dans le vent (바람 속의 베토벤) / Antoine Bourdelle

 

 

경기장에 입장하여 자신의 경주순서를 기다리는 우리나라 선수들 가운데에는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궁금한 것이 있다. '저들은 과연 경기를 앞둔 그 순간에 무슨 음악을 듣고있을까..?'하는 것이다.

 

고전음악의 정점에 우뚝 서있는 루드비히 반 베토벤... 그의 3대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인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 Pathetique>은 젊은 날의 이상과 열정이 가득담긴 걸작 중의 걸작이다. 국가대표로서 자신과 국가에 20여 년 동안 책임과 성실로 헌신을 다하고 쉬고있을 이규혁에게 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One way trip -

우리는 분명히 단 한번 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etique "비창")(Complete)

Piano / Krystian Zimerman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II. Adagio cantabile
III. Rondo Allegro

 

 

"Pathétique" II. Adagio cantabile

Piano / Vladimir Ashkenazy

 

 

Beethoven  Piano 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열정")(Complete)

Piano / Emil Gilels

 

1. Allegro assai
2. Andante con moto
3. Allegro ma non troppo - Presto

 

'음악에 부쳐 > 클래식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물부재  (0) 2014.02.25
그녀는 자유인이다  (0) 2014.02.21
겸손으로의 변화를 바라며  (0) 2014.02.01
평안을 빌며  (0) 2014.01.29
나의 소망  (0) 2014.01.02
:
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