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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의 청중들은 공연을 알리는 묵직한 종소리에 숨을 죽이고 무대를 주시한다. 객석을 밝히던 불이 하나 둘 꺼지며 무대 중앙의 그랜드 피아노에는 스포트 라이트가 비추어진다. 멋진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의 손끝을 통해 그랜드 피아노에서 흘러나올 감동적인 음악의 세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황홀한 음악의 세계는 늘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건반악기의 대명사 스타인 웨이... 이 세 발 달린 음악상자는 연주자의 개성을 그대로 표출해 낸다. 누군가 건반을 누르면 해머는 현을 때려 소리를 낸다. 해머는 소리를 내려는 의지와 소리를 내는 실체인 현사이에 존재한다. 이렇듯 간접적인 과정을 통해 소리내는 악기가 바로 피아노라는 악기다. 피아노와 비슷한 악기로는 오르간이 있는데 (예:파이프 오르간) 건반을 눌러야 소리가 나는 점은 피아노와 같지만, 오르간은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하는 일종의 피리와도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오르간의 선조는 목신의 피리라 불리우는 시링크스(Syrinx)이며 피아노의 선조는 하프의 원조인 리라(Lyra)에서 찾아야 한다. 하프로 불리우는 리라는 손으로 뜯어 소리를 내는 일종의 발현악기로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가 그의 아버지 아폴론에게서 받은 선물이기도 하다. 

 

스타인웨이의 창립자 헨리 스타인웨이

 

오래전 집시들의 손에 의해 이 악기는 뉘어지고 망치로 두들겨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여기에 소리상자를 얹어 쳄발로란 악기의 형태를 갖추게 되고 현을 뜯어 소리내는 하프시코드와 현을 두들겨서 소리내는 클라비코드로 발전한다. 세월이 흘러 결국 피아노의 전신인 피아노포르테에 이르게 되었다. 피아노포르테란 피아노(piano-약음)로부터 포르테(forte-강음)까지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금은 피아노란 말로 줄여 부르는 이 건반악기는 그 풍부하고 긴 여운으로 인해 악기 중에서 가장 널리 씌여지고 있는 악기다. 게다가 음색을 만들어 내는 페달은 피아노의 음악성을 보다 높여 준다. 화성과 선율이라는 음악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피아노는 음악가에 있어 정말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가 하얀 종이에 검은 선으로 건축 이미지를 스케치하듯, 피아니스트는 하얀 건반과 검정 건반을 더듬어 가며 음악 이미지를 구축한다. 건축가가 펜으로 공간의 크기와 조소적인 형태를 만들어 간다면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는 음의 환타지를 그려내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둘다 손가락 끝의 감각으로 하나의 모뉴멘트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음악가에 있어 피아노는 창작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다. 바흐의 작품으로부터 사용된 피아노(바흐는 클라비코드로 작곡)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에게 불멸의 작품들을 남기게 하였으며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 브람스로 이어지는 고전음악의 로맨티시즘은 피아노가 없었더라면 그처럼 화려하게 꽃피우진 못했을 것이다.

 

스타인웨이 아티스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피아노는 모든 작곡가에게 크리에이티브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수많은 피아노 곡들을 만들게 하였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피아노 음악의 성서라 할 만큼 그의 위대한 음악성을 말해 주고 있으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나 콘첼토는 피아노의 음색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심포니의 대명사인 베토벤은 자신의 심포니를 만들어 내는데 피아노란 악기의 특징중 하나인 다이내미즘을 최대한 이용하였다. 그의 작품중 피아노 콘첼토나 소나타는 대부분 오케스트라적인 악상이 담겨져 있다. 베토벤이 웅대한 심포니를 만들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피아노에 심취한 나머지 손가락을 상해 버린 슈만... 그에게 피아노가 없었다면 연인 클라라를 위한 그 아름다운 가곡들은 세상에서 그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나 리스트의 화려한 피아노 음악 또한 그렇다. 그리고 인상주의 음악을 대변하는 드뷔시 역시 그의 시적인 포에지를 피아노의 선율에 담아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었다. 피아노는 협연뿐만 아니라 독주곡으로 더 많이 연주되고 있다. 그 이유는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가 심포니에 버금갈 만큼 풍부한 음악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심포니에 필적할 음악적 형식을 갖추고 있는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브람스는 단 세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기고 있다.

 

무대 위에 놓여진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무아지경에 빠져 연주하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예술혼을 나는 상상해 본다. 그 아름답고 사랑스런 영혼을...

 

 

피아노... 내가 손가락으로 터치하기 전에는 다만 집안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피아노는 나에게 무엇이건 선사해 줄 것만 같은 무한한 가능성이 되었다. 피아노는 나의 굳어버린 감성을 회복시켜주는 훌륭한 의사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의 터치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만일 당신이 값비싼 아이패드를 한 두번 사용하고 방구석에 뒹굴게 만든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우리들 모두는 터치로 열리는 무한한 세계에서 살아가고있다. 혹시 우리의 주변에 방치된 악기가 있다면 당신의 손가락으로 한번 터치해보라. 터치하는대로 울리는 소리... 그것이 음악이다.  

 

리스트 곡 중 그리 잘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예전에 서울예원중 콩쿨대회 때 어느 학생이 치는 것을 듣고는 한껏 매료되었던 곡 리스트의 "즉흥적인 왈츠".. 오늘처럼 매섭게 추운 날씨에 움추려진 나의 마음을 활짝 펴게한다.

 

Liszt, Valse Impromptu S.213 (리스트, 즉흥적 왈츠)

Gedrges Cziffra, Piano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I - Prelude & Fuga No.1 In C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 전주곡과 푸가 1번 다장조)Maurizio Pollini, Piano

 

Mozart Piano Sonata in C, No.16 K. 545 2nd Movement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2악장)

Christoph Eschenbach,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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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