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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20. 14:43

남자의 거짓말 일상 속에서/지나간 일상2014. 7. 20. 14:43

 

 

대한민국에는 삼대 거짓말이 있다.

첫째, "이거 밑지고 파는 겁니다."

난 용산 전자상가에 가끔 간다. 걷기만해도 여기저기서 호객소리가 들린다.

"잘 해드릴게요. 한 번 구경만 하고 가세요"

이 친절한 말에 발검음을 멈추고 상품 소개를 받는다.

 

내가 원하는 상품이 고혹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흥정이 시작된다. 주인이 말한다.

"준비하신 예산이 얼마에요?"

그러나 나는 마치 탁월한 흥정사라도 되는 냥 이렇게 말한다.

"얼마까지 주실 수 있는데요?"주인이 말한다.

"좋아요 20만원. 정말 이거 만원 남는 장사입니다."

그러면 난 이렇게 응수한다

"좋아요 3만원만 깎아주세요"

오고가는 흥정 속에 가격이 확정되는 듯하다. 주인은 딱 잘라 말한다.

"좋습니다. 첫손님이니까 내가 밑지고 팝니다. 2만원 깎아드릴게요"

 

나는 전자제품을 산 뒤 될 수 있으면 바로 친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열받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그 제품의 최소가격을 말하면서 나의탁월한 흥정솜씨를 묵사발 만들고, 속았다는 둥 나를 바보 취급하기 때문이다. 아니, 난 정말 바보다. 상인은 절대 밑지고 파는 법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도 내가 너무 많이 깎으면 이 사람은 뭘 먹고 살까..하는 염려 때문에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지 못한다. 상인이 말하는 말 중에 믿어도 될 말이 있긴 있다.

"누군 땅 파서 장사합니까?"

 

둘째, "나 시집 안 갈거야"

이런 말 한 번도 안한 여자는 분명 여자가 아니다. 내 딸 예정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분명히 아빠랑 같이 살고, 결혼해도 아빠랑 결혼할거라고 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더니 이 효심?이 단 6개월만에 무너졌다. 김원준이라는 가수를 보더니만 원준이랑 결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심도 무너져서 아기 낳는게 무섭다고 이제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셋째, "아름다우시군요"

다수의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아니 그 말이 거짓말, 인사치레의 말임을 알면서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입이 귀에 걸리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플레이보이가 누구인가? 바로 거짓말쟁이다. 플레이보이의 입술에는 양귀비의 언어가 묻혀 있어서 그 입술에 닿기만 하면 환각에 빠지게 된다. 플레이보이는 여자의 모든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토대로 전혀 다른 그녀를 창조해낸다.

 

발 사이즈 250의 여자가 있다. 여자치고 좀 큰 발이 아닐 수 없다. 플레이보이는 여자의 키, 생일, 가족관계를 정확히 맞춤으로 여자의 마음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발 사이즈를 말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으음... 보기에는 245인 것 같은데 구두가 커보이기 때문인 것 같고... 당신의 여린 몸매로 봐서 235일 것 같은데?"

이때 여자는 "무슨 소리야? 나 발 아주 커"라고 코맹맹 소리로 응수하고 플레이보이는 "커봤자 내 발보다 크겠어?"라고 하며 절대 여자의 발 사이즈를 맞추지 않는다.

반면에 평생 독신으로 살 팔자의 남자는 "미자씨, 발이 한 250은 되보이는군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여자는 "아니요"라고 응수하는데

이 놈의 남자는 한 술 더떠서 "에이 내가 얼마나 눈썰미가 있는데요. 최소 250이다. 여자 발치고는 크네요"라고 말한 뒤 흡족해서 혼자 박장대소한다.

남녀관계에서는 외모 눈썰미보다 마음 눈썰미가 더 중요하다. 여자가 없는 남자.. 다 이유가 있다. 남자가 거짓말을 해야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실대로 말하면 쓸쓸히 늙어죽기 때문이다.

 

미친여자 꽃다발같은 머리를 하고온 애인에게 "너 헤어 스타일이 갈수록 세련되어간다"고 말해보라. 그러면 여자는 그 거짓말을 진실로 만들기위해 부단하게 노력한다. 남자의 거짓말에는 단 1%의 진실은 있었다. 이 1% 진실을 여자는 30, 40%로 끌어올려준다. 곰같은 여자는 없는 것 같다. 곰같은 여자를 기정사실화해서 여자에게 기대없이 사실만 말하는 남자가 있을 뿐이다.

 

유부남인 나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청소하는 아내에게,

"여보 힘들지 않아 잠시 쉬었다 해"

그러면 내 아내는 이렇게 알아듣는다.

"청소기 소리가 시끄러워서 tv를 볼 수가 없잖아. 나중에 좀 해라"

백화점에서 가서 아내가 옷을 고르면,

"오~ 멋있다. 잘 어울리네. 사, 빨리 사"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알아듣는다.

"제발 그만 입어보고 대충 사라. 배고파 죽겠다"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에게,

"여보, 알았어. 당신이 무슨 말 하는지 다 알겠어"

그러면 아내는 이렇게...

"피곤하다. 또 잔소리냐? 나이가 들수록 어쩜 그렇게 우왁스러워가냐"

 

어찌나 나의 속마음을 그렇게도 정확히 읽어내는지 기가찰 정도이다. 여자에게는 거짓말을 읽는 탐지기가 있다. 그런데 그 탐지기는 여자 마음대로 작동한다. 모든 거짓말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분노한다. 분명한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거짓말인데 여자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하는 남자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사랑한다. 그래서 난 본의아니게 더 고단수의 거짓말하는 플레이보이가 되어가고 있다.

 

 

 

 

Smokie - Mexican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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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