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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이조년의 시 맞던가요?

제가 자주 가는 길목에 수국이  활짝 폈더군요.

얼마나 화사하고 아름다운지... 오늘 하루종일 흐린 하늘 아래있던 그 수국이 저녁비에 촉촉히 젖겠네요.

세차게 내리는 비를  창문이 커~ 다란 카페에 앉아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영화 FINDING FORESTER에서 주인공 자말은 퓰리쳐상에 빛나는 작가 포레스터가 잡지를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질문을 합니다.

"당신처럼 위대한 작가가 왜 그런 잡지를 보죠?"

"왜 그렇게 묻나?"

"당신이라면 적어도 그런 잡지가 아니라 타임지나 그런 정도의 격조있는 책을 읽을 줄 알았어요"

포레스터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타임지가 디너라면 이것은 디져트지. 너도 디져트를 먹지 않니? 맛있는 것을 골라서 말이야 ."

 

오늘 저녁처럼 비오는 날, 깔끔한 디자인의 잡지를 보는 것이 어쩌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다란 창문에 튀기는 빗줄기가 그리는 사선이 마치 시원한 폴로 스트라이프 무늬처럼 보이고,

우유빛 사기잔 안에서 피어오르는 커피의 향이 좋은 시간.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그저 혼자서 비와 커피를 즐기는 어느 봄날 저녁의 푸근함을 느끼며...

 

카페 한 구석에 쌓인 몇권의 잡지 중에 한권을 골라 다리를 꼬고 앉아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커다란 사진 밑에 쓰인 몇줄의 문장에서 미소를 짓게 될 수도 있고,

가끔은 아주 마음에 드는 기사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사다리를 걸고 올라가야 하는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도 좋지만,

가끔은 빗방울 튕기는 가판대에서 비바람에 표지를 휘날리며 꽂혀있는 잡지들에 눈길이 더 갑니다.

 

장맛비오는 오늘 이  밤,

커피 한잔 마시며 집안의 묵은 잡지라도 뒤적이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 잡지에서  이러한 에전 추억이 생각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딱 이렇게 비가 오던 날이였나 봅니다.

벚꽃이 떨어질 무렵 비가와서 한적했던  오사카성 

 

우산을 쓸까말까 망설여지던 후쿠오카 하카타 역 근처

어느골목에선가 진~하게 나던 카레향,,

모두 그립습니다.

 

 

우산을 들고 커피 한 잔 사 줄 남자를 찾아서 그녀는 신주쿠거리를 갑니다.

"여기 지금 비 오고 있어요.

비를 담아 커피 끓여서 같이 한 잔 할래요? ^^"

 

 

비오는 날 카페에서 / 이정하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둥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히 첫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평소에는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 갑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없이 내게 다가와 내 마른 가슴을

젹셔주곤 했지요.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옛 친구에게 / 여행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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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