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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5. 16:02

피로사회 일상 속에서/나의insight2014. 4. 25. 16:02

 

 

 

사회심리학에 ‘원인귀속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퍽 뜻깊은 내용이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모든 사건은 하나의 결과로서 그 전후에 보이지않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를 가르켜 인과율因果律이라고 한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행복한 일에 대해서는 원인을 생각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이 행복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이런 것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불행할 때, 아플 때, 실패할 때에는 원인을 곧잘 생각한다. 그 원인이 어디로든지 돌려보려고 애쓴다. 결과에는 정확한 사실이라고 하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에 대한 원인을 원인 그대로 깨닫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데에 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지극히 사회심리학적인 문제이다. 원인을 어디로 돌리느냐.. 바로 이 원인귀속에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원인을 나 자신에게 돌릴 때에는 후회가 따른다. 이것은 내 잘못이다, 그때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괴로워하게 된다. 이미 사건은 굳었다. 원인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결과는 부득불 받아들여야만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들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후회라고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런가 하면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이웃에게 귀속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원망이 나온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 하면서 증오로 이어진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더 나아가선 원인을 사회로 돌리는 것이다. 어느 개인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적인 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고 사회를 탓한다. 혁명을 일으키자는 혁명철학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마다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기 좋아한다. 내가 잘못된 것은 다른 사람 탓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그 사람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의 불행은 그 원인이 나에게 있지않고 남에게 있는 것이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어디까지나 그들 자신의 게으름과 악함 때문이라고 원인을 귀속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성향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나쁘다, 나는 피해자다’라고 생각한다.

 

원망은 상승작용을 한다. 더 이상 올라갈 때가 없을 때 까지 모두를 원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원망은 확산작용을 한다. 자꾸 퍼져나간다. 내가 저를 원망하면 저도 날 원망한다. 사랑하는 자녀일지라도 원망조로 꾸짖으면 교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내가 너를 낳은 것 부터가 잘못이다!”라고 말한 적은 없는가. 오죽하면 그런 소리가 나왔겠느냐마는 자녀 쪽에서는 할말이 더 많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 뭣하러 날 낳아서 고생을 합니까? 당신 자식 당신이 키우면서 무슨 말이 많습니까?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내 탓입니까? 당신 탓이지요.”

아마도 부모 자식 간에 맞대고 싸우기로 들면 자녀 쪽이 훨씬 더 할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원망조로 교훈해봐야 소용없고 원망조로 부부싸움 해봐야 서로 잿더미에 앉을 뿐이다.

 

 

언젠가 서점에서 이런 제목의 책을 봤다. 피로사회얼마나 공감가는 말인가. 우린 ‘피로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무엇 때문에 우린 그렇게 피로해할까. 그런데 올해들어 더 자극적이 책이 나왔다. 절벽사회 무시무시하다. ‘인구절벽, 진학절벽, 교육절벽, 임금절벽, 취업절벽... 등’ 조금만 한눈팔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위험한 이 사회... 그 절벽아래로 우리 아이들은 떨어져간다.

 

원망은 자기 소멸 뿐이다. 자기 정체를 잃어버리고 자기 존재를 잃어버린다. 문화인류학에는 세계관이 바뀌는데 40년이 걸린다고 한다.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내 탓이요’하기 까지 40년이 걸린다. 그 40년은 아직도 안 찼을까. 그동안 이 사회 안에 어른들이 싸우기를 일삼으며 남 탓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죽어간다. 한 사람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서서히 접어든다. 대신 진심으로 통곡하며 잘못을 빌며 사과하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 더 절망이다. 미안하다. 애들아. 너희들에게 할 말이 없다. 안녕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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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