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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6. 22:02

같은 것을 먹다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8. 6. 22:02

 

Sunday Afternoon  /

Steve Hanks무료한 일요일 오후..시각으로 시작해서 미각으로 끝난다

사랑은...

 

 

1. 사랑은 시각을 타고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보지 않으려 해도 자꾸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사람 틈에 숨어있는 그 사람을 단박 알아볼 수 있다. 심장이 쿵닥쿵닥 거린다. 눈을 감아도 여전히 보이는 그 사람은 내 침대 위 천장에서 그림이 된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그 사람은 내 잠에서 꿈이 된다.

2. 사랑은 청각으로 가까워지고
그의 친구들일까? 아카시아 그늘 밑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행인인 양 몇 걸음 떨어져 그 사람 옆을 지나가 본다. 아! 그 사람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낭랑, 청아, 우렁, 저음, 고음, 활기, 생동.. 아, 무슨 소리라 표현해야 할까? 맞다. 천상의 소리. 이 세상에 없는 소리. 그 사람은 하늘에서 온 사람이 분명하다. 그 사람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꽃이 되리라.

3. 사랑은 후각으로 머물고
오늘은 용기를 내 본다. 아주 가까이 다가서리라 굳게 다짐한다. 앗, 그 사람이다. 너무 가깝다. 도망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안절부절하는 사이 그 사람이 바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꽃이다. 그 사람은 꽃임이 분명하다. 쟈스민처럼 은은하고, 백합처럼 강렬하며, 양귀비처럼 몽환적이다. 숨이 막힌다. 나를 숨쉬게 하는 것은 공기가 아니다. 그의 향기다. 페로몬에 끌리는 나방처럼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간다.

4. 사랑은 촉각으로 동행하고
"안녕하세요? 아무개입니다" 몽환적 향기를 머금은 그 사람이 천상의 소리로 인사한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온 몸으로 느끼는 전율. 그 사람을 만지는 건 신성모독인 줄 알았다. 나의 더러운 손으로 그 사람을 더럽힐 수는 없기에 바지 옆 선에 손을 문지르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따뜻하다. 내 손보다 작은 손이 하늘보다 크게 느껴졌고, 투박함이 갓난아이 손보다 여렸다.

5. 사랑은 미각으로 하나가 된다.
그 사람과 같은 것을 먹고 있다. 내가 남긴 밥을 아깝다며 마구 먹는다. 그 사람이 빨던 사탕을 빼앗아 먹어도 역겹지가 않다. 사탕이 아니라 사랑을 먹는다. 사랑이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난 오늘 그 사람의 삶을 먹는다. 그 사람은 내 아픔을 먹으며 울먹거린다. 많이 아프단다. 너무 내 삶이 딱딱하다며 힘들어 한다.

 

 

 

 

 

 

 

Sviatoslav Richter, Piano
Orchestre National de l' Opera de Monte Carlo conducted by Vovro von Matacic
 

 

 

I. Allegro molto moderato                              

  


II. Adagio                                                            

 


III. Allegro moderato molto e marc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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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