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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17. 07:19

아련한 서정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3. 8. 17. 07:19

 

10년 전, 큰 조카의 고교졸업식엘 갔다. 지금은 멋진 피아니스트가 된 조카는 평소에도 가끔 학교 음악선생님 자랑을 그렇게 했었다. "예쁘시고, 자상하시고... 무엇보다 음악을 공부하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라면서... 졸업식이 끝나고 정신없는 와중에 꼭 음악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어야한다며, 그 넓은 학교를 뒤지더니 선생님을 내 앞에 모시고왔다. "삼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선생님이야."  "응, 그래.. 안녕하세요!"

 

하하.. 세상은 넓고도 좁다더니.. 그녀를 처음 본 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있을 때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엔 졸업생들의 모임인 OB합창단이 있었다. 매년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자선음악회를 하는데, 베이스파트 멤버가 부족해서 쩔쩔매다가 군복무 중인 나에게 까지 연락이 왔다. 마침 서울의 재경부대에서 근무 중이던 난 틈틈히 외출을 나와 자선음악회 연습을 했었다. 그때 학교 음악실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반주를 하던 그 녀.. 새초롬한 모습의 그녀에게 난 연습 틈틈히 눈길이 갔었다.

 

자선음악회 전 날, 광화문에 있는 새문안교회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약속이라도 한듯 교회 입구에서 마주쳤다. 버스정류장으로 나란히 향해 걸어가다.. 힘겹게 꺼낸 말. "커피 마시러 갈래요?" 대답 대신 가만히 웃었던 미소가 지금도 기억난다. 경기여고 앞에 있는 커피숍 2층에서 조금씩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행인들을 말없이 바라다보다가 나왔었다. 다음 날, 자선음악회는 끝났고 난 부대로 귀대를 해야만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딱히 주고받을 연락처도 마땅하지 않았던지라... 훗날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엘 찾아가리라..는 속마음만 지닌 채 부대로 들어갔었다.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콘체르토 2번

 

 

20세기 최고의 피아노 콘체르토로 평가받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 4개의 <피아노 콘체르토>와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중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였기에 피아노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음악가였다.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악상... 피아노 고유의 음색을 유지하면서 오케스트라와의 관계를 밀도 있게 전개시켜 나간다. 친근한 멜로디 속에 러시안의 뜨거운 정열과 진한 서정성, 그리고 시적 포에지를 로맨틱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은 화음... 그리고 비올라와 함께 하는 피아노의 서정적 멜로디... 크레센도... 포르테시모의 연주가 인상적인
1악장 모데라토에 이어지는 2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라흐마니노프의 독특한 시정이 살아 숨쉬는 악장이다. 느린 템포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느껴진다. 관악파트의 환상적인 주제에 이어 피아노는 황홀한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피아노 카덴챠... 자유로움과 로맨티시즘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오보에와 비올라의 따스한 음색과 피아노의 풍부한 선율이 지극히 잘 어울리는 3악장 알레그로 스케르짠도는 열정으로 치달으며 극적인 피날레로 마감한다.

 




오래전 영화이긴 하지만 <라스트 콘서트>라는 음악영화가 있었다. 어느 노(老) 피아니스트가 사랑하는 여인 스텔라를 위해 애절한 피아노의 선율을 연주한다. 그가 연주했던 곡은 다름아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토 2번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즘을 정의한다면... 아련한 슬픔이 실린 아름답고 지적인 감수성이 아닐까?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콘체르토 2번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악장의 열정은 잠 못 이루는 무더운 며름밤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고 있다.

 

 

 

Arthur Rubinsteinr, Piano
Fritz Reiner, Chicago Symphony Orchestra.

 

1. Moderato. Allegro     

 

2. Adagio sostenuto

 

3. Allegro scherza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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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