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

« 2024/10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3. 7. 8. 09:18

목적미결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3. 7. 8. 09:18

 

 

 

 

 

 

"초현실적 광경이었다. 많은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명을 질렀고 나도 그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7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사고기 탑승객 벤자민 레비(39)는 사고 당시의 아비규환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레비는 여객기 충돌 여파로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지만 사고 직후 탑승객들을 안정시키고 비상구를 열어 50명 이상을 대피시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장산(江山)고에 다니는 두 여고생 왕린자와 예멍위안은 이날 2주간의 미국 영어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같은 학교 교사·학생 32명과 함께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 두 여학생은 사고 당시 여객기 꼬리 부분인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가 변을 당했다.

 

 

 

 

비상착륙 뒤 기장은 확성기를 통해 “빨리 비행기에서 대피하라”고 외쳤고 이에 승무원들은 비상출구를 개방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때 앤서니라는 한 미국인은 아시아나의 한 여승무원이 비행기 통로에서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목격했다. "김지연이라는 이름의 승무원은 영웅이었다"면서 "몸집이 작은 여승무원이 눈물을 흘리며 너무나 침착하게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불꽃이 객실을 삼켜버리기 불과 몇 분 전까지 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탈출하도록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방국장은 사고기의 최선임 여승무원인 이윤혜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비행기에 남아 사람들을 대피시켜 구조자들로 부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의료진들의 계속되는 권유로 마지못해 병원으로 향했단다.

 

 

 

▒ 목적미결

 

 

휴일 이른 아침, tv를 통해 소식을 접한 나는 가슴을 졸이며 뉴스를 봤다. 2명의 사망자와 50여 명의 중상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그 가운데에도 벤자민 레비, 이윤혜, 김지연씨와 같은 용기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가 절로 나왔다. 난 위기 속에서도 헌신하는 보석같은 김지연씨를 보면서 적어도 그녀에게서 승무원으로서의 뚜렷한 목적의식을 발견하며 감동을 받았다. 지식은 많으나 용기가 없고,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으나 헌신이 모자란 이 시대의 결정적 약점이 무얼까.. 자신의 자리에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없다는거다. 한마디로, "목적미결이다"

 

난 최선임승무원인 이윤혜씨와 김지연씨를 눈물겹게 보면서 한 영화가 떠올랐다.

 

 

 

 

▒ 플라이트 & 그의 진실

 

완벽한 비행실력 빼고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파일럿 휘태커(덴젤 워싱턴). 어느 화창한 가을날, 그는 정원 102명, 애틀란타 행 사우스젯 227 항공기 조종석에 앉는다. 그러나 이륙 10여 분 후 강한 난기류에 이어 기체 결함이 발생하고 사우스젯 227기는 속수무책으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엔진 마저 고장난 상황! 파일럿 휘태커는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기체를 뒤집어 활공하며 기적적으로 비행기를 비상착륙 시킨다. 100% 모든 승무원과 승객들의 사망의 위기에서 95% 승객의 목숨을 살려내며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된 휘태커. 하지만 하나의 진실이 그를 인생 최대의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과연 추락사고를 둘러싼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휘태커는 알콜중독자다, 사고가 나기 3일 전부터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코카인까지 흡입을 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한다. 더욱이 비행도중 3병의 와인까지 마신 상태였다. 사우스젯 227기의 기장 휘태커는 이륙하자마자 극심한 난기류에 휩싸이고 기계 결함으로 인해 항공기가 속수무책으로 급 하강하자 뛰어난 기지를 발한다. 조종간이 말을 안듣고 엔진까지 불에 타버린 상태에서 비행기는 고도 9000m부터 급강하하기를 시작한다. 추락하는 비행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바로 안정적인 역 비행으로 지상에 최대한 가깝게 내려가는 것이라 깨닫고 비행기를 뒤집는다. 부조종사의 공포에 떤 목소리 "비행기가 뒤집혔어요. 비행기가..."

 

 

 

 

 

 

 

뒤집어진 비행기 안은 아비규환, 여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안전벨트를 풀고 필사적으로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객석을 돌며 의자에서 떨어진 승객들을 돌본다. 휘태커는 추락 직전 곡예에 가까운 조종법으로  비행기를 다시 한번 바로 돌려 기체의 배 부분이 땅에 닿을 수 있도록 시도, 활공비행을 한다. 교회 십자가탑과 비행기 날개가 부딪히면서 결국 추락하게 된 비행기는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국제 공항에서 2마일 떨어진 들판에서 불시착을 하지만, 결국 여승무원 2명은 사망한다.

 

 

 

▒ 그는 목적미결자인가?

 

 

다행히 경상을 입은 휘태커는 퇴원 후 미교통안전국의 조사를 받게된다. 휘태커는 살아남은 부조종사와 선임 승무원을 찾아가 자신이 만취상태에서 조종을 했음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조사과정에서 비행기 승무원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휘태커가 마신 2개의 술병.. 청문회에서 이 술은 누가 마신 것이냐고 청문위원이 묻는다. 처음엔 난 모르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휘태커. 그러나 자칫 선임여승무원이 비행 중 술을 마신 것으로 누명을 뒤집어 쓰게 될 지경에 이르자 휘태커는 진실을 말한다. "내가 마셨다. 비행 중 2병이 아니라 3병을 마셨다. 난 알콜중독자다. 그래서 이혼까지 당했다." 청문회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았으면 국민적 영웅이 되었을 휘태커는 결국 항공법 위반으로 감옥엘 간다. 거기서 그는 술을 끊는다. 그리고 알콜중독자인 아버지를 경멸했던 아들이 감옥으로 면회를 와서 아버지와 웃는다. 정직함을 선택했다가 감옥에 들어오게 된 아버지, 그리고 술까지 끊은 아버지에게 아들은 웃으며 이렇게 질문한다. "아버진 어떤 분인가요?" "좋은 질문이구나." 휘태커는 웃으면서 아들에게 그렇게 답한다.

 

 

 

 

 

 

 

평범한 날이었어야 할 일상이 불행한 사건들의 연속이 되어버리고, 자신이 몰던 비행기에는 결국 처참한 사고가 생기고 만다.

사람은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서 커다란 사건을 겪게되면서 내 개인적인 문제들 또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는 것 같다. 혹시 내가 "목적미결"의 삶을 살아왔다면 벤자민 레비나 김지연씨와 같이 내 인생의 자리매김을 다시한번 확립할 수 있기를 스스로 바란다.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건은 영화 플라이트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켜 많은 탑승객을 구한 영웅적인 그였지만 결국 감옥에 가게 된 휘태커,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시아나 항공기, 그리고 기장. 그가 어떤 기지를 발휘해서 비행기를 그나마 안전하게 착륙시키려 했는지... 그래서 소수의 사상자만 나오게 되었는지는 지금은 알수없지만... 어쨌든 지금 가장 힘든 사람은 유족들 뿐만 아니라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 아닐까.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청문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디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싶다. 더불어 꽃다운 나이에 비명에 간 2명의 중국소녀들에게도 깊은 명복을 빌며 이 음악을 올린다.

 

  

 

 

 

 

 

    Wiener Philharmonike

    conducted by Karl Böhm 

 

영화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장례 장면에서 호소하듯 구슬프게 퍼지는 선율이 그의 "레퀴엠"(Requiem) 중 3부 세퀜티아(Sequentia)의 6곡 ‘라크리모사'(Lacrimosa : 눈물의 날)이다. 

영화의 후반부, 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초라하다. 공동묘지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인부들은 커다란 보자기에 담긴 시신을 그대로 구덩이에 던져지고 그 위로 하얀 석회가루가 뿌려진다. 폭풍우치는 소리와 함께 모차르트 최후의 걸작 ‘레퀴엠’ 라크리모사가  장엄하게 울려퍼진다.

     

 

                       

     Wiener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Sir Georg Solti

 

레퀴엠은 진혼곡, 즉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곡이란 뜻이다. ‘Requiem’은 라틴어로 ‘안식’을 뜻한다. 가톨릭 미사는 엄격하게 치뤄진다. 그 중에서도 죽은 자를 위한 미사이니 얼마나 엄숙하고 예를 갖춰야 할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음악에 부쳐 > 클래식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낭만의 여름휴가  (0) 2013.07.27
대학시절, 젊은 날의 초상  (0) 2013.07.12
동심원  (0) 2013.06.29
비밀 & 짝사랑  (0) 2013.06.21
일상에서의 탈출  (0) 2013.06.17
:
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