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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15. 08:00

겨울이 오기 전에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13. 6. 15. 08:00

 

 

1974년 8월17일,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한 운구가 차에 실려 움직이고 있었다. "육영수" 그녀는 대통령인 남편을 대신하여 죽었다. 아! 난 그때 쇼팽의 장송행진곡에 맞춰 청와대를 빠져나오는 운구차를 보며 어린 나이의 내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손수건을 꺼내드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TV를 통해 보며 어린 나이에 까닭없는 슬픔이 있었다. 그때 군악대의 구슬픈 트렘펫소리가 청와대 뒤 북악산자락 울릴 때,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난 그 트럼펫소리를 지금도 잊지못한다..

 

 

 

 

 

겨울에는 어서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또 여름에는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불행한 사람. 겨울은 겨울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추우면 추운대로 좋고 더우면 더운대로 좋아서 사철을 있는 그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 같은데.

 

富하면 부한대로 좋지만 가난하다고 해도 가난한대로 그 생활에서 행복을 창조하면서 사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일게다. 반드시 부해야 한다든지 반드시 가난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돈이 있고보니 가난했던 지난 날이 좋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나, 가난해서 돈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한 인생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겨울에는 여름을 준비할 줄 알고 여름에는 겨울을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행복에 지혜까지 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여름이 되어도 걱정할 것 없고 겨울이 되어도 걱정할 것이 없겠지.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그 계절의 맛을 우린 만끽하며 살 수도 있을텐데...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사계절 만큼 엄격한 것이 어디 있을까? 여름이 갔으니 가을이 왔고, 이제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겠지. 이런 뻔한 현실 앞에서 여름이면 겨울 걱정하고 겨울이면 또 여름걱정..

 

여름에는 땀을 흐리고 사는 것이 정상이다. 여름을 겨울처럼 살려고 하다가는 나이들어 고생이다. 또 겨울에는 추위에 떨어야 정상아닌가..? 겨울에 따뜻하게 산다고 자랑할 것 아무것도 없다. 절대로 추위 속에 사는 사람 만큼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 진리 앞에, 자연의 섭리 앞에 저항해선 안되는데. 섭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거역하면 탈이 나는데.

 

너.., 나이 마흔을 넘었으니 어느 누구와도 시비를 벌이지 마라. 너.., 이제 쉰을 넘었으니 허물을 남에게 묻지 마라. 가만보면 모든 허물은 내게 있는 듯. 자식이 잘못되어도 자식을 나무라지 마라. 내게 잘못이 있을 것. 모든 탓이 내게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타락은 당신이 했지만 그 원인은 내가 제공했을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겨울을 맞는 사람의 마땅한 자세 아닐까..여겨진다.

 

"저희에게 허물을 돌리지 마라"

1555년, 니콜라스가 예수의 복음을 증거했다는 죄목으로 화형에 처해졌다. 그는 집행당하기 하루 전날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생되는 이가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형님, 마지막 밤이 되는데 제가 형님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함께 하룻밤을 지낼까 합니다."

그러자 내일 아침이면 죽게 될 니콜라스는 이렇게 말한다.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나는 평소와 하나도 다름없이 오늘 밤에도 편히 잘 것이다. 푹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에는 주님의 영원한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니 아무 걱정 말고 돌아가거라"

 

내 눈이 흐려지기 전에...

내 기억이 쇠하기 전에...

겨울이 오기 전에...

 

아마도 대통령은 아내의 죽음 앞에 "나 때문에.."라고 수없이 중얼거렸을거다.

 

 

 

 

Frederic Franois Chopin, 1810∼1849


 

쇼팽은 40년이란 짧은 생을 통하여 거의 피아노 작품만 썼고 피아노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서정적 시를 읊은 바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지만 피아노 독주를 위한 소나타는 3곡만을 남기고 있다. 제1번은 "c단조 작품4"로 18세 때 쓴 것이고, 이 작품은 은사인 엘스너에게 헌정되었으나 이 곡은 독창성이 없어 오늘날 연주되지 않고 제2번 "b플랫단조 작품35"와 제3번 "b단조 작품58" 이 두 곡이 연주 되고 있다.

 

 

이 두 곡 모두 원숙기에 쓰여져 전 작품 중에서도 명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이 2번 3악장 장송행진곡이다. 이 곡은 잃어버린 조국 폴랜드를 애도하는 뜻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연인 조르쥬 상드와 노앙에 있는 여름별장에 머물면서 만든 곡인데,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서주에 이어 빠르고 경쾌한 1주제가 등장함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2주제는 서정적인 발라드의 선율이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며, 형식이 자유스럽고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인상을 준다. 중간부의 트리오는 무겁고 침울한 화음과는 달리 비통한 심정을 위로하듯 조용한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주부의 행진곡이 되돌아와 우리의 감성을 슬프게 하면서 마치 장송행렬이 멀리 사라지듯이 조용히 끝난다.

 

죽음을 애도하는 음악으로는 고대 이탈리아의 라멘토, 프랑스의 톰보 등이 있으나 장송행진곡은 특히 성격적으로 슬픈 분위기와 가라앉은 듯한 리듬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 2악장과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 그리고 오늘 듣게되는 쇼팽의 피아노소나타 2번 작품번호 35의 3악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특정한 장례식을 위하여 쓰여진 것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장례의 분위기를 음악을 통해 표현한 것인데 오늘날에는 실제 장례식에도 사용되고 있다. 쇼팽이 죽기 2년 전 작곡한 이 곡은, 실제로 쇼팽이 폐결핵으로 사망했을 때 그의 장송행진곡으로 장례되었다.

 

 

Chopin -  Piano Sonata 2번 작품 35 제 3악장, 일명 장송행진곡 (Funeral March)

연주 / Evgeny Kissin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전악장

연주 / Yundi Li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장송행진곡)

연주 / 비엔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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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