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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8. 22:22

달의 눈썹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10. 8. 22:22

 

Barge Haulers on the Volga / Ilya Repin



 

러시아의 리얼리즘 화가인 일리야 레핀이 그린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이란 작품이다.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저들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다. 폭염으로 힘들었던 지난 여름의 달력은 이제 저편으로... 아침 저녁마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서늘하다. 풀벌레도 잠든 이 시간, 다가오는 가을의 애상이 가슴을 적신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지인의 집들이 참석을 위해 낯선 골목길을 네비게이션 미스김이 인도하는대로 배회하다가 잠깐 차 윈도우를 열고 바라본 밤하늘... 별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달빛 위의 흰 구름이 달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달을 보호하는 눈썹처럼 보인다. 집을 찾지못해 골목길을 헤메는 나를 지켜보는 달의 눈동자... 그런데 9월의 밤하늘은 어딘지 모르게 적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든다. 외롭게 떠있는 달.. 마치 날 보는 듯 했다.



 

 

 

 

대도시에 살면서 별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공해 때문이다. 별을 볼 수 없기에 도시인들의 정서는 차츰 메말라간다. 올 가을엔 쇼팽의 마르주카 전곡 감상으로 다가오는 가을의 서정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중에서 Mazurka Op. 7, No. 1 In B flat major : Vivace... 적막한 가을 밤하늘을 가르는 피아노의 음색이 낭랑하기만다.

 

 

 

가을이면 우수에 찬 곡을 떠올리게 되지만, 쇼팽의 조국 폴란드 농민들에게는 풍요로운 수확이 있고, 축제가 있는 계절이다. 농가 마당에서는 햇곡식과 햇과일로 음식을 차리고, 담가두었던 와인을 마시며 남녀가 흥겹게 마주르카 리듬에 춤을 추었을 것이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토속적이지만 촌스럽지 않은 깔끔함은 쇼팽 특유의 예술적 리듬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주르카는 기품이 있고,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여, 춤의 스텝이 자유롭고 변화가 많은 것을 받아들인다. 폴란드의 젊은 남녀농부가 흥겨움에 겨워 미친듯이 춤추는 정경이 상상되는 마주르카 작품번호 7번의 첫번째 곡이다.

 

 

 

 

Autumn Nearer / Roi James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가을은 늘 그렇게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나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계절이 내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볼가강의 인부들 처럼 삶의 무게를 지고가는 나를 오늘 밤도 달의 눈썹은 지켜보고있다. 언젠가는 나도 마당에 풍성한 열매를 쌓아두고 마르주카에 맞춰 저 달과 함께 눈썹이 휘날리도록 신나게 춤을 출 날이 있겠지.

 

 

  Chopin, Mazurkas Op. 7 


Arthur Rubinstein, Piano
Mazurka Op.7,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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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