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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기교로 무장한 아름다운 바이올리스트, 당당해서 더욱 아름다운 연주자 율리아 피셔.. 작년 가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드렌스텐 필하모닉 내한공연이 있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협연자가 등장할 차례.. 매력적인 외모에 당찬 걸음으로 바이올리스트 율리아 피셔가 무대에 등장했다. 최근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바이올리스트 주자 중 한명인 그녀는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무대였기에 객석에선 뜨거운 기대와 관심의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지휘자인 미하엘 잔데를링과 눈빛을 교환한 후 연주가 시작되었다. 율리아 피셔가 선택한 음악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까다로운 기교와 음악성을 요구하는 대곡이었지만 첫번째 활을 긋는 순간부터 폭발할 것 같은 팽팽한 에너지로 무대를 채워갔다.

 

연주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곡을 가리켜 '연주할 때 마다 자기 자신을 깨우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연습까지 합하면 수백번도 더 연주한 곡이지만 매번 그 황홀한 멜로디 구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덧붙이면서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집시 스타일로 거칠게 몰아가는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연주를 통해 그대로 객석에 전달되었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처음보다 더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다시 무대에 오른 피셔는 멋진 앙코르로 청중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파울 힌데미트의 독주 바이올린 소나타 3악장>은 쉴새없이 이어지는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연주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이날 연주가 끝난 뒤 로비에서 열린 사인회 때는 그녀를 가까이에서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드렌스텐 필하모닉

 

 

 

Paul Hindemith
* 바이올린 독주 소나타 3악장
Sonata for Solo Violin, Op 11
* Julia Fischer/바이올린

 

 

힐러리 한, 재닌 얀센과 더불어 21세기 트로이카를 이루어가는 율리아 피셔.. 바이올린 뿐 아니라 피아노까지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매력적인 그녀다. 1983년 6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그녀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연주를 들으며 커갔고 두 아이를 모두 음악가로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는 먼저 오빠에게 피아노를 가르쳤고 피셔가 3살이 되자 그녀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쳤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집에서 아주 훌륭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그 집에 아주 뛰어난 연주자가 살고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먼저 제자를 그 집으로 보냈다. 이웃에 살고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실력이 뛰어난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렇게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 후에 어머니는 이웃에게 달려가 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달라고 청했다. 이렇게해서 옆 집에 사는 연주자 헬겟 헬렌이 율리아 피셔의 첫번째 바이올린 선생님이 되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해서 피아노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계속해서 피아노레슨을 받으면서 두 악기를 동시에 배워나갔다. 사실 이건 오래 전부터 가지고있었던 어머니의 바램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난 어머니처럼 피아니스트가 되고싶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말씀하시길 '오빠가 이미 피아노를 배우고 있으니 넌 다른 악기를 하면 오빠랑 멋진 팀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구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도 좋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바이올린을 하였지만 바이올린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음악가가 되기로 선택했다고 말하고싶어요. 어떤 악기를 골랐느냐는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가 않아요."

 

 

 

 

 

Paganini * 24 caprices* Julia Fischer/바이올린

 

 

2009년 1월 1일,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극장에서 독일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이 주요 프로그램은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과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그러나 협연자의 이름은 단 한사람이었다. 정식 콘서트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사람들은 여러차례 무대를 통해 검증된 바이올린 연주보다는 그녀가 보여 줄 피아노 연주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어린시절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같이 배웠고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피셔에게 피아노는 결코 낯선 악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정식으로 협연하는건 또 다른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비교적인 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적인 표현을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Grieg*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2. Adagio* Julia Fischer/바이올린, Matthias Pintscher/지휘
Junge Deutsche Philharmonie

 

 

Saint saens* 바이올린 협주곡 3번 B단조 Op.61
2. Allegro moderato
* Julia Fischer/바이올린, Matthias Pintscher/지휘
Junge Deutsche Philharmonie

 

 

 

무대에서 그녀는 먼저 10대와 20대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향해 인사를 보냈다.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리라. 피셔는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그리그의 협주곡>을 힘있게 끌고나갔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와 마찬가지로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멋지게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로 피셔가 또 다시 피아노를 협연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그녀는 연주를 앞두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바이올린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피아노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기도 하는데, 그녀는 이런 시도가 음악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오래 전엔 음악가가 여러 악기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바흐도 그랬고 모짜르트도 그랬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많은 연주자들이 단 하나의 악기만 선택하죠. 한때 나도 악기를 하나만 선택해야하나..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같이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이올린을 통해 피아노를 이해하고 피아노를 통해 바이올린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피아노를 통해 바이올린의 레퍼토리를 알아가는 재미를 그녀는 느낀 것 같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통해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를 배우는 식이다. 아마도 그런 부분은 그녀에게 음악을 보는데 있어서 다른 관점을 가지게 만들지 않았을까. 여러 작업의 하모니와 다성을 배우는데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이렇게 음악에 대해서 이해하는 자세를 취하고있는 율리아 피셔는 연주자보다는 음악가로 불리우길 원하는데 실제로 그녀는 작곡과 편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있다.

 

 

클래식, 자주 가까이 하자. 그러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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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