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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3. 22:10

Memento mori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9. 3. 22:10

옛날이나 지금이나 즁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신분에 따라 죽음을 일컽는 말이 각기 다르다. 다섯 가지 명칭이 그것이다. 왕이 죽으면 붕崩(무너질 붕)이라고 한다. 제후가 죽으면 몽蒙(어릴 몽)이라 한다. 우리말에도 몽거夢去라는 말이 있다. 벼슬아치가 죽으면 졸卒(군사 졸)이라고 한다. 선비가 죽으면 불록不祿이라고 한다. 이제 녹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이 죽으면 사死, 곧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신분에 따라 죽음에 대한 명칭이 다른 것이다.

 

우리 한국사람의 표현에도 그러한 것이 있다. 어른들이 세상을 떠나면 보통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말하지 않는다. 웃사람에 대해서는 아무개 어른이 돌아가셨다, 나보다 어린사람에 대해서는 죽었다고 말한다. 이미 죽었어야 마땅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괴롭히다가 죽으면 뭐라 하는가? 잘 뒈졌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만남은 아름답고 순결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만남은 싱클레어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했다. 좋은 친구는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에게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만 좋은 친구가 생겨난다.

 

 

 

 

 

1797년에 태어나 31살이 되던 1828년에 죽은 슈베르트... 어려서 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으나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마음놓고 음악에 몰두할 수 없었던 슈베르트... 이 때 슈베르트의 친구 슈파운과 쇼벧이 그를 돕기로 하고 후원회를 만든다. 이게 바로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이다. 우리말로 하면 '슈사모'-슈베르트를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만나 연주를 하고 음악을 감상했던 작은 모임 이름이 "슈베르티아데"였다.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있었던 슈베르트를 이해하고 돕기 위한 그들의 사적인 모임은 어려웠던 무명 음악가이던 그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 주었을까. 그들은 슈베르트가 작곡에 몰두할 수 있게끔 방을 구해주고 먹을 빵과 식사를 마련해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조그마한 손가락 끝에 하모니를 가지고 있다"라고 불릴 정도로 음악적인 재능이 예민하였던 그는 독일 가곡의 역사를 열었으며 '가곡의 왕'으로 불린다. 그리고 그가 불과 17세 되었을 때 그 유명한 <들장미>가 작곡되기에 이른다. 31살에 죽기까지 이런 친구들 덕분에 슈베르트는 600여 개의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낸다.

 

 

 

Schubert at the piano / Gustav Klimt

 

 

 

 

 

<음악에 부쳐>

 

 

그대 아름답고 즐거운 예술이여!

마음이 울적하고 어두울 때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언제나 즐거운 기운 솟아나

마음의 방황 사라집니다.

 

누구의 멜로디일까요.

꿈결같은 그 멜로디에

내 마음 어느덧 불타는 정열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때로는 그대 하프에서 한숨이 흘러나오고

때로는 그대의 달콤하고 성스러운 화음이

더 좋은 시절의 하늘을 내게 열어 보여 주었습니다.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나는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슈베르트 사후, 세계 곳곳엔 그를 사랑하고 추모하는 음악인들의 모임 "슈베르티아데"가 있다. 매년 슈베르티아데 페스티발을 통해 그의 윤택하고도 풍성한 화성과 한편의 서사시처럼 맑고 순수하며 고고한 음악 혼을 나누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정원(피아니스트)과 그의 친구들'이란 모임을 통해 한국의 슈베르티아데 활동은 왕성하게 펼쳐나가고있다.

 

 

 

 

 

 

사람은 때가 되면 누구나 죽는다. 옛날, 로마사람들은 소위 지성인들끼리 만나면 이렇게 서로 인사를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메멘토'는 remember라는 말이요, '모리'는 to die라는 말이다. 직역을 하면 '리멤버 투 다이(Remember to die)'라는 말이다. '메멘토 모리' - 이것이 그들의 아침인사요, 저녁인사였다. "죽는다는 것을 잊지맙시다." 한마디로 '잘 삽시다'란 의미 아니었을까.

 

재밌는 사실은 지금도 이태리 로마의 부부들은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어느 한쪽이 "메멘토 모리"하고 말하면

바로 휴전을 한다고 한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죽고 다시 사는 도리를 알기까지 나는 처량한 나그네일 뿐이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어디를 여행갈 때 비행기 티켓이 제대로 예매가 되었는지 꼭 컨펌(Confirm)을 한다. 마찬가지로 우린 한 평생의 삶 속에서 '오늘 이 날이 끝난다면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까?'하고 컨펌을 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슈베르트, 슈파운, 쇼밷의 아름다운 만남을 우리 주위에 한번쯤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내가 죽은 후에 '이오사모'란 모임이 생긴다면 대박~ 나는 정말 잘 산걸꺼다.

 

 

 

 

 

 

 

Music : Franz Peter Schubert
Tenor : Ian Bostridge
Piano : Julius Drake

 

 

Volume I : "Du bist die Ruh", D. 776. (당신은 나의 안식)
Volume II : "Nacht und Träume", D. 827. (밤과 꿈)
Volume III : "An die Musik", D. 547. (음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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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