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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30. 22:09

다리 음악에 부쳐/클래식 칼럼2022. 8. 30. 22:09

 

 

 

 

 

장마철에 내리는 집중호우는 침수피해를 입게 만들고 다리가 떠내려가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마철 폭우가 쏟아져도, 거대한 태풍이 불어 닥쳐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충북 진천 굴티마을에 위치한 다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다리는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후 지네모양을 본떠 길게 늘여진 모습을 하고 있는 돌다리로 '농다리, 또는 지네다리'라고도 부릅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진천농교는 총 28칸의 마디모양으로 길이가 93.6m에 달합니다. 시골 다리치곤 꽤 길죠? 이 다리는 돌을 쌓아 올릴 때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으며 폭은 1m 남짓에 불과하지만 장마철 폭우와 많은 하천수 유입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있어 그 튼튼함이 사뭇 눈길을 끕니다. 옛 문헌인 '조선환여승람' 등에 따르면 '고려초 임장군이 축조했다'고 기록돼있는데.. 천여년 세월을 버텨온 돌다리가 과학을 자랑하는 요즘 우리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리를 이용해 바라는 곳을 향해 건너갑니다. 만일, 강물이 불어 다리가 끊기거나 잠기고 거센 강물이 점점 넓어져, 다시는 강 건너에 갈 수 없다면 어떨까요? 티벳인들은 무지개가 뜨면 새생명이 태어났거나 한 생명이 세상을 뜬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들은 무지개가 하늘과 이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라고 생각합니다.

 

빛은 일곱가지 색이잖아요. 그 일곱가지 색이 모여서 하나의 생명이 된다고 티벳인들은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죽음을

맞으면 그 일곱가지 색깔이 다시 분해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티벳인들의 무지개는 참 아름다운 다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지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일까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있고, 런던의 홍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그리고 우리나라의 남해대교 등등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다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다리들 만큼이나 다리마다 얽힌 애처롭고 아름다운 사연들이 많습니다. 영화 "애수"의 다리, 콰이강의 다리, 그리고 끊어진 한강 인도교 등... 하지만, 보이지 않는 다리를 우리는 다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그렇다면 우리의 다리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긴 아치형의 다리일까? 계곡에 걸린 출렁 다리일까? 튼튼한 철골구조의 다리일까? 그러나 다리의 모양은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요. 그 다리가 걸쳐있는 저 건너에 무엇이 있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내 가슴 속의 다리가 걸쳐있는 그 곳은 어디일까요? 그리고, 그 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걸까요?

 

전철을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는 일보다 어쩌면 훨씬 쉬운 일인데도, 어쩌면 우리는 우리 마음 속의 다리에 쉽게 발을 디디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우린 서로가 강 건너편에 있는 상대에게 갈 수 있는 길 앞에서 멈춰있는 것을 봅니다. 다리는 항상 그렇게 놓여 있는데, 건너지 못하는건 아마도 자기 스스로의 마음이 닫혀있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안개 속에 쌓여 다리 끝이 보이지 않아도, 아련히 밀려오는 그리움은, 그곳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을 조심스럽게 디디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다리 / 신경림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영국 템즈 강 위에 떠있는 배들을 보니 헨델의 【수상음악(Water Music)】이 문득 떠오릅니다. 헨델은 20대 초반부터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명세를 떨치다가 독일 하노버 선제후의 궁정악장으로 초빙되었는데 그 곳 분위기가 따분했던지 휴가를 얻어서 1710년 6월 런던에 왔습니다.

 

당시 런던의 흥행사업가인 아론 힐은 이 25세의 젊은 음악가가 런던에 도착하자 오페라음악 작곡을 하나 의뢰했었지요. 이리하여 불과 2주 만에 오페라 '리날도'가 완성되었는데, 이 오페라 중 아리아 '나를 울게 해주오(Lascia che io pianga)'는 지금도 널리 불리는 명곡으로 손꼽힙니다. 헨델은 이 오페라를 통해 영국 상류사회에 알려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앤 여왕의 음악 레슨 선생까지 되었으니 짧은 휴가기간 동안 엄청난 유명인사가 된 셈입니다.

 

휴가를 마치고 하노버에 돌아간 그는 런던의 달콤한 맛을 잊을 수 없었는지 또 다시 휴가를 내 런던으로 향합니다. 하노버의 선제후(독일 황제의 선거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자임) 게오르크 루트비히는 궁정악장의 직무를 소홀히 하는 헨델을 아주 괘씸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헨델이 살던 런던집

 

 

런던에 다시 온 헨델은 이번에는 영국 앤여왕의 총애를 받아 왕실 음악가가 됩니다. 그러니 이제는 하노버 궁정악장 자리 따위는 아예 잊어버렸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1714년에 앤여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앤 여왕의 뒤를 이어 영국의 왕위에 오른 인물이 하필이면 하노버의 선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가 아닙니까? 그가 영국왕위를 계승한 것은 후계자가 없던 앤 여왕에게 제일 가까운 친척이었기 때문이지요. 헨델은 입장이 아주 난처해졌습니다.

 

그의 명곡 '수상음악'에 관련된 일화는 이러한 상황이 배경이 됩니다. 선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는 조지(George) 1세라는 이름으로 영국 왕으로 즉위했습니다. 어느 날 영국의 킬만젝 남작은 왕을 즐겁게 해주기 위하여 템즈 강 뱃놀이를 기획하면서 이 기회에 곤경에 처한 헨델을 도와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이 보이는 템즈 강 위에 왕이 탄 화려한 큰 배와 그 주위에 여러 척의 배들이 떴습니다. 왕은 강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템즈 강을 유람하는데 어느 순간 가까이에 있는 배에서 아주 낭랑한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50 여명이 연주하는 관현악의 장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감격한 왕은 남작에게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작은 헨델이라고 밝힙니다. 남작은 헨델이 하노버에서 왕과의 약속을 어긴 것을 심히 후회하고 있는데 뱃놀이 행사소문을 듣고 어떻게든 왕을 즐겁게 하려고 새로운 곡을 작곡하여 연주하고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왕에게 그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탄원했지요. 왕은 헨델을 자기 앞으로 데려오도록 했습니다.

 

헨델이 오자 왕은 미소 띈 얼굴로 "나는 하노버에서 자네를 잃었는데 런던에서 자네를 되찾게 되어 대단히 기쁘구나"라고 말하며 그의 잘못을 용서해줬을 뿐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더 우대했다고 합니다.

 

'수상음악'은 3개의 모음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아주 긴 곡입니다. 따라서 모두 한번 연주하는데 1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그런데 당시 왕은 이 곡을 듣고 나서 두 번이나 더 연주하게 합니다. 그러니 당시 헨델과 관현악단은 뜨거운 템즈강 햇살 밑에서 2시간 넘게 연주를 하느라 죽을 맛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내가 전곡을 올리면 여러분들도

짜증을 낼까 싶어서  3개의 수상음악 모음곡 중 제 2번 만 올려드립니다. 음악은 우리를 무지개 언덕 너머로 건너게 하는 다리입니다. 부디 무더위에 건강하십시오. ^^

 

 

 



Neville Marriner,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12. Allegro
13. Alla Hornpipe
14. Menuet
15. Lentement
16. Bourré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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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