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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주제로 한 영국 음악가들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세익스피어가 살았던 영국은 어떤 모습이었고, 그 당시는 어떤 음악이 유행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익스피어는 세계문학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건 아주 멋진 표현이 있었다든가, 아니면 기발한 내용이 있었다든지.. 하는 것들인데 세익스피어는 이 두가지를 다 잘한거 같다.

 

 

 

 

Thomas Morley

* It was a lover and his lass (세익스피어 As You Like It 중에서)
* Alfred Deller/카운터테너
  Desmond Dupré/류트

 

세익스피어가 살던 당시 영국의 언어는 영어였겠지만 여전히 공식언어는 라틴어였다. 그래서 영어는 라틴어를 보조하는 언어였고 세인스피어의 영어는 영어의 영역을 넓혔다고 할까.. 그런 의의를 가지고있다. 영어의 관용적인 표현 중에 세익스피어가 만든 영어가 굉장히 많다. 얼마나 신빙성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익스피어가 쓴 단어가 약 10만개 쯤 있다고 한다. 그 중 1/10 정도가 새로 만든 신조어였다고 한다. 우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열마디 중에 한마디가 신조어라면 얼마나 낯설겠는가. 그 정도로 세익스피어는 영어의 표현과 단어를 확장한 사람이다.

 

또 내용으로 보자면 그는 여러가지 극을 썼다. 4대 비극이라든지 역사극 같은 것을 썼는데 이 내용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예전의 다른 극들은 내용도 간단하고 이론적인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면 세익스피어의 극은 내용이 참 복잡하다. 이를테면 나에게 세익스피어의 극 '한 여름 밤의 꿈'을 설명하라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복잡할 것이다.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고 연극 안에 또 연극이 있는.. 그리고 그의 극 안에 있는 인물들은 생생한 인물들이었다. 예전에는 극의 인물들이 악당으로 등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악당, 영웅이면 끝까지 영웅인데.. 다변화되는 생활 속에서는 우리가 어디 그런가. 그런 인물들이 세익스피어의 극 속에는 잘 나타났다. 그는 표현도 확장했고 내용도 새로운 의미를 발굴해냈다. 때문에 문학사에서 그는 중요한 인물인 것이다.

 

사실 그의 희곡들을 지금도 보면 참으로 절묘함을 볼 수 있다. 그 의미와 라임이 교차되면서 우리에게 쾌감을 준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세익스피어를 좋아하고 그를 재해석하게 만드는 원천이 아닌가 싶다.  고전古傳이 그래서 좋은 것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새로운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그래서 그의 신조어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표현들이 있음으로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노래로도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음악가들이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해 이런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낭송을 하는 재미가 있고 소리를 내지않고 묵독을 할 때도 재미가 있단다. 이 말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면 그 안에 음악적인 느낌이 있단 말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음악성이 음악가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한가지 그의 작품엔 음악에 관한 이미지가 종종 등장한다. 음악에 관한 비유라든지 직접적인 언급이 나타나니깐 작곡가들이 그의 글을 관심있게 보게되는 것이다. 오페라 작곡가들은 그의 캐릭터에 많이 매혹되었기에 세익스피어의 작품 속의 인물들을 나의 음악의 주인공으로 삼아 음악적으로 표현해 보겠다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보면 '류트'(16~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현악기)얘기도 많이 등장하고 악기를 사용해서 중간 중간에 지문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이런 시 구절은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졌다.

 

*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노래하라 내가 즐거움으로 가득찰 때 까지

귀 기울이는 나의 영혼을 위해

절대 질리지 않는 쾌락을 불러일으키지

그대의 눈과 그대의 모습 그대의 혀는 말하지

그대는 세상 어디서나 음악이라고

 

쾌락은 눈과 귀에 스며들고

그토록 격렬하고 황홀함으로 상처를 입히고

나의 모든 감각을 살찌움에

나의 모든 즐거움은 음악소리 뿐이지만

그대의 품 안에 쉴 수 없다면

차라리 그대의 아름다움 속에서 죽고싶네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Sing on till I am fill'd with joy;
For then my list'ning soul you move
To pleasures that can never cloy.
Your eyes, your mien, your tongue declare
That you are music ev'rywhere.

Pleasures invade both eye and ear,
So fierce the transports are, they wound,
And all my senses feasted are,
Tho' yet the treat is only sound,
Sure I must perish by your charms,
Unless you save me in your arms.

 

 

 

Henry Purcell
* If music be the food of love
(음악이 사랑의 양식이라면)
* 소프라노/Emma Kirkby, Anthony Rooley/류트

 

 

이런 아름다운 가사가 있을까. 우리는 정말 '음악은 사랑의 양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음악이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음악이 양식이란 비유적인 표현에 난 적극 동의한다.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태어났다. 사실 르네상스시대엔 그 시대의 문학가나 작곡가들의 족적을 정확히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들의 기록들이 남아있는 경우보다 남아있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데.. 왜냐하면 그들이 미래에 세계적으로 이만큼 유명해질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연극에 나오는 학교 선생님들의 캐릭터를 보면 대부분 따분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세익스피어는 따분한 학교생활을 하지않았나 싶다.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가 잠시 그의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연극칼럼에 세익스피어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신인인데 조금 괴짜인거 같다' - 이런 식의 비아냥거리는 내용이었던 것을 보면 그 시기에 그는 잠시 연극일에 종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뭏든 그가 살았던 조그만 동네에서 어떻게 그런 극적인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가 참으로 궁금하다.

 

그 시대엔 이런 음악들이 있었다.

 

 

Antony Holborne
* The night Watch (야경꾼) & Heigh ho Holiday
* Chrstian Mendoze/지휘, Ensemble Musica Antiqua

 

Thomas Wilkes
* Cries of London
* Ensemble Fretwork

 

세익스피어시대엔 문학 뿐 아니라 음악계도 황금기였다. 사실 영국 음악가들은 음악사에 많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머리에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국은 섬나라이다 보니까 다른 나라에 비해 남다른 음악적 취향과 기호를 가지고있었다. 대륙은 5도(도~솔) 화음을 주로 협화음으로 쓰고 있었는데 영국은 귀에 듣기좋은 3도(도~미) 화음을 협화음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것을 어떤 사람들은 잉글리쉬 스윗 사운드라고 말하는데, 영국식 3화음이 대륙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를 음악적 르네상스시대라고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시기에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이 일어났었는데, 전쟁이 백년 넘게 진행되다보니까 전쟁이 특수하고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그저 일상화되어 버렸다. 그래서 영국은 프랑스에서 전쟁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상의 것들을 프랑스로 가져갔었는데.. 이를테면 전쟁을 하면서 음악감상이 필요하다보니 여러가지 악기들도 가져갔었고, 또 한가지 음악가들을 전장에 데려갔었다.

그 중에 유명한 음악가가 John Dunstable이다. 이 사람이 전장에서 싸우는 군인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악기도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곤 했다. 그러면서 영국음악이 이런 사람들을 통해 대륙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다른 예술 분야, 즉 문학, 건축, 조각, 회화 등의 르네상스가 이탈리아로 부터 시작해서 유럽 북쪽으로 넘어갔다면.. 음악의 르네상스는 영국으로 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때문에 그 시기는 영국음악이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기였다.

 

영국음악의 최초의 거장으로 통하는 John Dunstable을 비롯한 여러 음악가들이 만든 음악엔 이런 음악들이 있다.

 

 

John Dunstable
* Quam pulchra es (얼마나 아름다운지)
* 힐리어드 앙상블

 

존 윌비
* Sweet honey sucking Bees
(달콤한 꿀은 벌들을 유혹하지)
* 힐리어드 앙상블

 

존 바틀렛
* Of all the birds that I know
(내가 아는 모든 새 중에서)
* King’s Singers

 

어떻게 새소리를 이런 앙상블로 표현해냈을까. 너무 사랑스러운 화음이다.

 

세익스피어 당시엔 여러 악기들이 있었다. 버지날이란 발현악기는 기타처럼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다른 나라에선 챔벌린, 하프시코드라고도 불리우는 소리가 작은 실내악용 악기이다. 그 외에 기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류트, 그리고 바이올린과 구별이 되는 비올..등의 악기가 있다. 류트반주로 들을 수 있는 이런 음악이 있다. John Dowland는 영국 최고의 Sing a Song Writer라고 할수있는데 그의 음악 중에 내가 좋아하는 "Flow my tears"란 노래가 있다.

 

 

John Dowland
* Flow my tears
* 카운터 테너/Andreas Scholl

 

John Dowland
* Come again
* 소프라노/Kathleen Battle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보면 영국 극장문화가 잘 그려져있다. 당시엔 극장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는데 그만큼 그 당시 영국엔 연극이 굉장한 인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도회 장면이 흐르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요즘에도 드라마나 영화에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세익스피어연극에도 많은 음악이 쓰여졌다. 그의 연극 대본에 보면 소넷이 등장하는 부분에는 노래로 하지않았을까.. 생각된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음악가들, 특히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활동한 작곡가들 중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원작으로 한 세미오페라 <요정여왕> 중에서 기악곡 심포니가 있다.

 

 

Henry Purcell
* <Fairy Queen 요정여왕> 중 Symphony
* Benjamin Britten/지휘, 잉글리쉬 쳄버 오케스트라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20여 년 전 상영된 <헛소동>이란 영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고 참 재미있었다. 케네스 브래너, 마이클 키튼, 키아누 리브스 등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등장했었는데 음악과 영상의 일치가 참 인상깊었던 영화이다. <헛소동>은 사랑에 빠진 두쌍의 연인이 음모와 오해로 인해 파국에 이르게 되고 다시 극적으로 화해하게 된다는 유쾌한 로맨스영화로 2013년판 <헛소동>은 현대풍으로 재해석했음에도 흑백분위기를 연출해 원작의 고전미를 잘 살려낸 것 같다. 모두들 행복한 주말되시길... ^^

 

 

Patrick Doyle
* 영화 Much Ado About Nothing(헛소동) 중
Sigh no more ladies

* O.S.T.

 

Patrick Doyle
* 영화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 중
Pardon godness of the night
*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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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