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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4. 10:54

이태원 짝퉁골목 일상 속에서/지나간 일상2013. 1. 24. 10:54

 

 

 

어제 저녁, 몇 몇 동료들과 이태원에 갔다.

간 목적은 오직 하나, 소위 "짝퉁 명품"을 사기 위해서이다.

명품을 무지 좋아하는 어떤 여대생을 통해 협상의 비법을 전수받고,

약간의 두려움과 흥미를 느끼며 이태원에 갔다.

이태원 거리를 걷노라면 삐끼들이 호객행위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어떤 삐끼도 만날 수가 없었다.

도리어 시계를 사겠다고 삐끼같은 사람한테 접근했지만 아무도 그런 시계 취급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하기사 우리를 잡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우리 일행은 집근처의 가까운 산행으로 인해 신발에는 흙투성이였고 내 옷차림은 건빵바지...

내가 날 봐도 형사 아니면 돈 없는 백수로 보이니 누가 단속의 위험부담을 안고 호객행위를 하겠는가.

 

이태원 짝퉁골목에서 배우게 된 것은,

Lookism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Lookism에 물들어 있어야 함을 느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 목적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이 때로는 필요하구나.. 이었다.

옷은 때와 장소 그리고 목적에 맞게 입으라고 내 순발력있는 머리는 날 훈계했다.

수영장에서는 수영복을, 디너 파티에서는 드레스나 연미복을 입어주는 것이 예의이다.

삐끼들은 손님에게 접근하기 전에 먼저 위아래부터 스캔하듯 보기 때문에

그들이 짝퉁을 사러온 나의 진심어린 내면을 알아 주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았었다.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들의 비언어적 통신수단으로 치장하는 것은 지혜다.

 

짝퉁을 취급하는 상인을 만나게 되어 뒷골목 밀실로 들어갔다.

온갖 명품시계?를 보여주면서 흥정이 시작되었다.

분가리. 까르띨껄. 구쭈 등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차고다닌다는 '그랜드 까레라 2'는 진품이 350, 더 좋은 것은 5백만원 이라고 하면서

이태원에서 이 정도 A급은 25만원은 줘야한다고 말한다.

진품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진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재밌는 것은 진짜 국산 짝퉁은 이태원에서나 구입할 수 있고,

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정교하지 못한 중국산 가짜 짝퉁?은 동대문시장에 널려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태원이 진짜 짝퉁이니 믿고사라는 것이다.

난 그 말이 너무 우스워서 돌아오는 길에 미친 놈처럼 자꾸 웃었다.

 

흥정 과정에서 내 신분은 더 이상 00이 아니었다.

000은 나를 000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우린 서로..."어이~"라고 불렀다.

분명히 불법인 제품을 사면서 00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내 신분을 속여야만 하는 곳, 그곳은 분명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었다.

밀실에서 협상의 묘미를 즐기는 건 한 번으로 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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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