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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7. 21:45

중독 일상 속에서/나의insight2022. 7. 7. 21:45

 

 

 

아주 잘 아는 분이 수술을 받으셔서 충남 서산에 있는 병원엘 문병갔다. 그 환자의 부인도 몸이 안좋으셔서 집으로 보내드리고 내가 대신 밤을 세웠다. 시골병원인지라 한산했다. 병원 로비 한구석에 인터넷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내가 도착한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8시 8분까지도 저러고 있다.

 

밤을 샜다. 고스톱 초인이 되었다.

중독의 라틴어 어원은 addicene로. 양도하거나 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대 로마 법정에서 <중독자>란 잡혀서 감금된 노예나 주인에게 넘겨진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로마의 노예들은 어떤 사물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린 사람이기에 앞서 자기 자신들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한 사람을 의미했다. 자기 뜻대로 자기를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노예였다. 술을 통제하지 못하고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은 술의 노예이고, 짜장면을 먹곤 빈그릇에 담뱃재를 털고있는 사람은 담배의 노예이다. 쇼핑을 가면 반드시 작은 물건이라도 사야지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쇼핑 중독이다.

 

중독은 '그 것'에 대한 얽매임이다. '그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을 총칭한다. 술, 담배, 도박,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것'에 집중하는 순간 인간은 '그 것'의 창조자에서 '그 것'의 노예로 전락한다. 아이러니이다. 자기가 만든 것을 사용하면서 자기가 만든 것에 노예가 되는 것. 이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인간의 삶을 조금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하기위해 만든 것을 사용하다 인간성이 파괴된다는 건 철저한 인간의 무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국어사전은 중독을 이렇게 정의한다.

"생체가 음식이나 내용(內用)·외용(外用) 약물의 독성에 치여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것"

 

'그 것'에 대한 중독은 기능장애를 일으킨다.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한다. 술 중독, 일중독, 스마트폰 중독자에게는 더 이상의 창조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것'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이 하는 모든 행위와 생각은 파괴적일 뿐이다. 자기를 '그 것'에 넘겨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하나.. 주인이 시키는대로 하면서 죽어가는 것이다.

 

밤을 샜다. 시인이 되었다.

사랑은 '그 사람' 대한 얽매임이다. '그 사람'은 창조 때부터 존재한 원형을 총칭한다. 사람, 자연, 문학 등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 것'에 집중하는 사람은 어둡다. 밑바닥 인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러나 '그 사람'에 집중하는 사람은 밝다. 창조주께서 허락하신 사람, 자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환희가 있다. 어떤 이들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고매한 인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랑은 기능하게 한다. 사랑받는 여인의 피부는 곱다. 사랑이 피부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활력이 있다. 극심한 고난에 처해도 어머니의 자살율은 현저히 낮음은 자식에 대한 애끓는 사랑이 생존력을 주기 때문이다. 매사에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던 노처녀가 갑자기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는 건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여인의 아름다운 본성을 살아나게 한 것이다.

 

나근나근했던 여인이 결혼하고 아줌마만 되면 거칠어진다고 한다. 아줌마가 되었기 때문에 거칠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결핍 때문이다. 연애 때 받았던 그 풍성하고도 집중적인 사랑을 결혼 후에는 전혀 받지 못하자 사랑받고 싶어서 분노하고, 사랑해달라고 언성을 높이다 여인의 부드러움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줌마의 거침은 사랑에 대한 애걸과 다름 아니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아줌마처럼 살지 말라는 뼈아픈 충고가 아니라 사랑이다.

 

때로 '그 사람'에게 얽매임이 너무 힘들 때도 있다.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해석하느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 사람이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건 왜일까?"

"그 사람이 나를 외면했어? 화난 걸까?"

별의 별 생각 때문에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 것'에 중독되어 온 밤을 지새우느니 '그 사람'을 사랑해서 온 밤을 지새우고 싶다. 지금은 밤 12시 30분. 나를 잠 못들게 하는 '그 사람'때문에 무릎을 꿇고 시를 쓴다.

 


Kevin Kern / Return To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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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프랭크 안